학력 부르는 사회… 고졸 채용 안하는 공공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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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공공기관 5곳 중 3곳 '고졸 채용' 0명
한전 및 한전KPS 등이 고졸 채용인원 많아 눈길
(뉴스투데이=이안나 기자) 고졸 채용 활성화와 특수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2010년 고교다양화 정책이 만들어졌지만 정작 공공기관 전체 정규직 채용 인원 중 고졸인력 비중은 2012년부터 꾸준히 하락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공공기관 5곳 중 3곳은 고졸 신입사원을 단 한 명도 채용하지 않았다.
17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정보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중앙정부 각 부처 산하 공공기관 332곳과 공공기관의 부설기관 23곳 등 355곳 중 60.6%인 215곳은 지난해 정규직 신규채용 인력 중 고졸 인력이 한 명도 없었다. 이들 215곳의 지난해 정규직 채용 인원은 4932명인데, 모두 대졸자(전문대 포함)로만 정규직 채용이 이뤄진 셈이다.
지난해 공공기관과 부설기관 전체 정규직 채용인원은 2만 1016명이며 이 중 고졸 인력은 1949명으로 9.3% 수준이었다. 이명박 정부 당시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활성화 등에 맞춰 고졸자에게 채용문을 열었지만 2012년 12.2%에서 2013년 11.8%, 2014년 10.0%, 2015년 9.3%로 꾸준히 하락했다.
고졸 취업시장은 대졸에 비해 양질에 일자리가 적은 편이다.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발표한 ‘고졸청년의 채용실태와 취업성과 실증연구(2013)’에 따르면 전문대졸 이상 고용률이 74%일 때 고졸 고용률은 40%에 그쳤다. 반면 실업률은 고졸과 대졸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삼성과 같은 사기업이 고졸 채용을 지난해보다 확대 실시한다고 발표한 상황에서 공공기관의 고졸 정규직 채용 축소는 고졸 채용 시장의 활기를 꺼뜨릴 수 있다.
입시 경쟁을 진정시키고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대학 진학률을 낮추는 과정도 멀어질 수밖에 없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기업들의 채용 과정에서 학력 차별이 있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는 99%에 달했다.
한국고용정보원 권태희 부연구위원은 "고졸 출신 비중이 줄어드는 이유는 더 많은 역량을 가지고 있는 대졸 인력도 남아돌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라며 "고졸 채용, 여성 채용 할당 제도 등 다양한 제도가 있지만 이것을 모니터링하는 과정이 우리나라에 전혀 마련되어있지 않아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졸 출신 일자리가 없으니 일자리를 늘리자'는 식으로 문제를 단편적으로 해결하려하지 말고 긴 호흡을 가지고 통합적인 측면에서 솔루션을 제공해 이제 그것을 실천에 옮겨야만 하는 때가 왔다"고 강조했다.
고졸 채용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으로 1명을 뽑는데 고졸 인력으로 선발했다. 한전KPS는 정규직 채용 인원 210명 중 49%인 103명을 고졸 출신으로 뽑았다.
한전KPS 관계자는 "기술직을 많이 뽑아서 특히 마이스터고 출신 학생들이 많이 채용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인원 수로 봤을 때 가장 많은 고졸 채용을 한 곳은 286명을 뽑은 한국전력공사였다. 정규직 채용인원의 20.2%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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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는 올해 역시 6월에 255명의 고졸 사원 채용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한전 고졸 초임은 3194만원이다. 지난해 고졸 채용 인원이 50명이었던 한국철도공사는 오는 7월 하반기 채용을 실시하는데 고졸 사원 218명 채용을 예정하고 있다. 초임은 2800만원 수준이다.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철도공사의 경우 고졸 채용 규모가 커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 외에 한전KPS, 한국가스기술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신용보증기금 등이 올해 하반기 고졸 사원 채용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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