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매출 급증 속 점주와 혼밥족의 ‘걱정’도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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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10명 중 1명 점심식사 편의점으로 해결… PB 제품도 호황
편의점 업계는 호황이지만 혼밥족은 '건강' 걱정, 점주들은 '월세'걱정
(뉴스투데이=이안나 기자)
#. 서울 여의도에서 혼자 사는 직장인 이 모(28)씨는 하루에 최소 한 번은 꼭 편의점에 들른다. 아침을 못 먹고 나온 경우 편의점 샌드위치로 해결하기도 하고 가끔 점심도 편의점 도시락 등을 이용한다. 퇴근 후엔 집에서 휴식 겸 ‘혼술’하기 위해 맥주와 과자를 사거나 간편 조리식품을 사서 저녁식사를 간단히 해결한다. 간편함과 저렴함이 특징인 편의점 간편 조리 식품을 십분 활용하는 셈이다.
중·고등학생들이 컵라면에 삼각김밥으로 한 끼 식사를 때우던 과거와 달리, 직장인들도 편의점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며 밥값·음료수 값을 아끼기 위해 점심을 편의점에서 사다 먹는 직장인이 늘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남녀 899명을 대상으로 평균 점심값을 조사한 결과 평균 6100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지난해(6370원)보다 270원 더 줄어든 수치다. 한 끼당 점심값이 줄고 편의점족이 증가한 것이 그 원인으로 분석된다. 편의점에서 사온 음식으로 점심을 해결하는 직장인들은 작년(6.1%)에 비해 3.7%P 증가해 9.8%로 나타났다. 직장인 10명 중 1명이 점심식사를 편의점에서 해결한다는 것이다.
편의점 수요가 늘어나자 편의점에서 한 해 평균 1000만 개 이상 팔리는 상품의 개수들도 증가했다. 편의점 3사(GS25·CU·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지난해 1000만 개 이상 팔린 상품은 2년 사이 32개에서 61개로 늘었다. 상품별로는 커피·삼각김밥·컵라면이 인기를 끌었다.
특히 과거 ‘PB제품은 품질이 떨어진다’는 편견이 무색할 정도로 편의점 PB제품들의 판매는 점점 추진력을 얻고 있다. 세븐일레븐의 자체 원두커피 브랜드 '세븐카페'는 하루 평균 12만여 잔의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요구르트맛 젤리'는 소비자들이 일부러 세븐일레븐을 찾아갈 정도로 인기가 좋아 출시 8개월 만에 판매량 1000만개를 넘었다.
GS25에서도 원두커피 Cafe25와 콘소메맛 팝콘, 오다리 라면 치즈맛 등 자체 브랜드 제품이 손에 꼽는 대박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CU의 PB상품 매출 신장률은 2013년 7.6%에 불과했지만 2015년 28.9%, 2016년 35.3%로 급격히 올랐다.
불황 속에서도 편의점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뤄가고 있지만, 한끼 식사를 편의점에서 해결하는 세태에 우려의 시선도 있다. 편의점 도시락의 경우 나트륨 함량이 하루 권고량을 한끼에 모두 해치울 수 있을만큼 높기도 하고, 일부 커피우유의 경우 에너지드링크나 커피보다 많은 양의 카페인이 들어있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살고 있는 직장인 박 씨(30)는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채우긴 하는데 굉장히 짠 편이고 몸이 안 좋아지는게 느껴져서 최근엔 줄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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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제품의 불티나는 판매 속에서도 너무 많은 점포 수로 인해 정작 점주들은 재미를 못보고 있다. 지난해 국내 편의점 점포 수는 3만 4천여 개를 넘었다. 전국편의점가맹점 사업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대비 편의점 수는 1800명당 1개 꼴로, ‘편의점 천국’이라는 일본(2500명 당 1개)을 넘어섰다.
프랜차이즈 가맹 비용 자체는 높지 않지만 수도권이든 지방이든 '대형 점포'를 세우는게 트렌드이다보니 그만큼 초기 자본이 많이 들어가는 상황이다. 소규모 편의점들이 들어선 곳이 있다면, 경쟁업체가 대형 편의점을 세워 인근의 모든 수요를 뺏어가는 것이 최근 편의점 업계의 경쟁 구도다.
편의점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자신이 임차해서 직접 오픈한 경우 브랜드 로열티로 지급해야 하는 가맹비만 평균 700만원이 들고, 인테리어와 재고를 채우면 3000만원을 훌쩍 넘긴다. 본사가 사람을 구해 위탁운영을 할 경우 보증금 600~700만원을 합쳐 평균 7000만원~1억 이상의 초기 비용이 든다.
위탁 운영의 경우 매출 총이익에서 점주가 가져오는 비중은 40~45% 정도에 불과하다. 임차해서 직접 오픈 할 경우 계약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65~75% 정도다. 다만 직접 임차해 오픈 했을 경우 가맹점주는 장사가 잘 안 돼도 기대수익 상실금, 인테리어 비용 등 과도한 위약금 때문에 쉽게 폐점할 수도 없다는 것이 업계 현실이다.
편의점 매출구조가 가맹본사의 일방적 배불리기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서초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 씨(34)는 “편의점 제품들이 잘 팔린다고 기사는 자주 접하지만 정작 점주들은 근접한 곳에 경쟁사가 들어올까 항상 긴장하고 있다”며 “요즘 편의점 점포의 트렌드는 ‘대규모’에 있어서 위탁 운영 방식을 선택 할 경우 그만큼 보증금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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