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산불 때 잠잔 국민안전처 둘러싼 ‘무용론’ 거세

정소양 입력 : 2017.05.08 17:05 ㅣ 수정 : 2017.05.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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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일 강릉시 성산면에서 산불이 발생한 가운데 강릉시 성산면 일대 민가로 화염이 덮치고 있다. (사진=강원일보 제공)ⓒ뉴시스


 
(뉴스투데이=정소양 기자)
 
담당 공무원들, 대형화재 발생한 시점에 한가하게 ‘화재 조심’ 문자 날려
 
국민안전처와 강릉시, 재난문자 발송도 안 하고 서로 책임 전가 경쟁

 
지난 6일 오후 삼척, 강릉 야산에서 산불이 발생해 큰 피해가 발생하고 주민들이 대피하는 등 큰 소동이 일어났다. 산불은 삼척에서 오전 11시에, 강릉에서 같은 날 오후 3시에 시작됐다.
 
소방당국의 진화로 대부분의 화재는 진압되었지만 8일 강릉 산불이 다시 살아나 인근 마을 주민들은 아직도 공포에 떨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산불이 크게 번진 6일 국민안전처와 산림청은 어떠한 소식조차 전하지 않아 현재 많은 질타를 받고 있다. 6일 안전처와 산림청의 SNS 계정에는 산불 정보를 알리는 단 한 건의 글도 올라오지 않았다.
 
황당한 것은 산불이 발생한 6일 안전처는 ‘통상적인 문자’만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오후 4시 4분 ‘강원도 삼척, 동해, 양양, 고성, 속초 지역 건조경보, 입산 시 화기 소지 및 폐기물 소각금지 등 화재 주의하세요’라는 내용이 담긴 문자를 보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형화재가 발생한 비상상황 속에서 '화재 조심'이라는 한가한 문자를 날린 것이다. 이날 안전처 홈페이지에서와 산림청에서 산불 관련 정보 자체를 접할 수 없었다.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안전처와 강릉시는 각자 ‘면피성 해명’을 내놓았다. 이 두 기관의 해명 내용은 황당함 그 자체라는 게 일반적인 반응이다. 안전처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재난문자 요청이 없었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이에 강릉시는 “재난문자는 공문으로 요청해야 하는데 상황을 파악하다가 산불이 번졌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하지만 이들 기관의 해명은 ‘거짓’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재난문자 발송은 공문 없이도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난문자방송 기준 및 운영규정’에 따라 전국 기초지자체도 재난문자 시스템 접속 및 문자입력 권한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릉시는 책임회피에 급급해 ‘공문’ 핑계를 댄 것이다.
 
직무 유기적 핑계를 강릉시만 내놓은 것은 아니다. 안전처 역시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시행령에 따르면 산불 발생 시 수습 주무 부처는 산림청”이라며 “산림청이나 현장 상황을 우선 파악하고 대처하는 기관인 강원도나 강릉시에서 문자 발송 요청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자신들의 잘못은 없었다는 태도인 것이다.
 
산불이 발생한 인근 주민을 대상으로 상황의 심각성을 설명하고 대피요령 등을 공지하는 것은 안전처가 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사항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지방자치제와 안전처의 소통의 부재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실제로 대부분의 주민과 관광객은 뉴스 속보를 접하고 SNS로 전파되는 정보를 통해 스스로 대피 경로를 찾아 헤매야 했다.
 
 
안전처 관계자, “담당 직원 책임질 사안 아니라 감찰 계획도 없어”
 
연간 국가직 공무원 평가 때 이번 사안 반영될지도 불투명

 
동부지방산림청은 “이번 산불이 실수로 일어난 것이라도 강력하게 처벌할 계획”이라며 “강릉과 삼척 산불은 입산자 실화로 추정되고, 상주 산불은 농산부산물 소각이 원인으로 밝혀진 만큼 무단입산자, 소각행위 위반자 등에 대해 엄중히 처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관련 정부기관의 담당 공무원들이 저지른 '직무유기' 행위에 대한 징계나 처벌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징계규정이 따로 없어 당장 처벌이나 징계를 내리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국민의 안전을 담당하는 부서가 면죄부를 가진 것이다.
 
국민안전처 역시 마찬가지다. 안전처 관계자는 8일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이번 산불사태와 관련된 감찰계획은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6일 날 긴급재난문자는 발송하지 않았지만 지자체에서 긴급대피 방송을 했다”면서 “산불 및 산사태는 주무부처가 산림청과 지자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자체에서 요구를 해야 문자를 보낼 수 있는데 지자체로부터 어떠한 요구도 받지 못해 문자발송을 할 수 없었던 것”이라며 “이번 강릉 산불사태와 관련해 국민안전처가 특별히 책임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아 현재로써는 감찰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번 산불에 대한 평가와 징계는 국가직 공무원 평가에 따라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안전처 근무성적평가는 1년에 두 번 상·하반기로 나눠서 진행한다. 국가직 공무원 평가 기준에 따라 각 부서장들이 다양한 평가 기준 항목에 따라 업무 난이도, 업무량, 적시성 등의 근무실적 평가 60점, 조직기여도, 추진력, 팀워크, 성실성 등에 대한 성과평가 40점으로 총 100점 만점으로 평가를 하게된다.
 
또한 법령 위반했거나 공무원 품위 손상, 성실성 등에 대한 규정이 어긋나게 되면 공무원징계규정에 따라 감사부서에서 징계 및 처벌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는 ‘현장성’이 원천적으로 부족해 업무 태만에 대한 상식적인 문책이 이뤄질 수 없는 구조이다.
 
 
박근혜 정부의 ‘국민안전처’, 차기 정부에서 수술대 위에 오를 전망
 
안전처는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 안전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위해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11월 생겼다. 그러나 지난해 경주 지진에 이어 이번에도 재난문자 발송 등 제대로 된 경보를 울리지 못했다.
 
국민안전처는 국민의 안전과 국가적 재난관리를 위한 재난 안전 총괄기관이다. 체계적인 재난안전관리시스템 구축을 통하여 안전사고 예방과 재난 시 종합적이고 신속한 대응 및 수습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으로 ▲안전 및 재난에 관한 전반적인 정책의 수립ㆍ운영 및 총괄ㆍ조정 ▲비상대비와 민방위에 관한 업무 ▲소방 및 방재에 관한 업무 ▲해양에서의 경비·안전·오염방제 및 해상사건 수사 등을 담당한다.
 
그러나 현재 실제로는 신속한 대응 및 체계적인 수습을 이룬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는 무용지물의 기관으로 전락 중이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비체계적인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개선 의지가 없어 보이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차기 정부에서 안전처를 대대적으로 개혁하라는 촉구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선 주자들은 “청와대가 재난구호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는 상태이다. 9일 대선에서 누가 승리해도 안전처에 대해 대수술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후보는 “소방방재청 독립과 재난대응 지휘보고체계 단일화 등 강력한 재난대응·예방시스템을 만들겠다”며 “국가가 국민의 안전과 생명, 재산을 지킬 수 있도록 국가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는 “재발을 막으려면 이에 대응하는 정부체계를 점검해야 한다”며 “청와대가 재난구호 컨트롤타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승민 후보는 “해경을 독립시켜 원위치시키고 중앙소방본부도 119소방청으로 독립시키는 게 옳다”고 말했다.
 
심상정 후보는 “국민안전처를 대통령 직속 국민안전부로 승격하고 대통령비서실에 위기관리수석실을 신설해 청와대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하며 또한 “소방방재청은 독립외청으로 독립시키겠다”고 공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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