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해부]② ‘연봉킹’ 한국예탁결제원의 3가지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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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강소슬 기자)
삼성전자보다 연봉 많지만 부채비율은 7배, 영업이익은 588분의 1 수준
직원들 장기간 불법주식거래 등 '방만한 근무' 행태도 적발돼
한국예탁결제원이 평균연봉 1억 918만 원으로 332개 공공기관 중 2년 째 연봉킹 위치를 고수하고 있는 것은 여러면에서 문제점이 많다.
첫째, 국가가 부여한 독점적 권한을 행사하는 기관이라는 점에서 시장경쟁의 성과에 좌우되는 대기업보다 높은 연봉을 받을 명분이 없다. 한국예탁결제원은 국내의 유일한 유가증권 중앙예탁결제기관이다.
1974년 한국증권대체결제로 설립되었으며, 고유 업무로는 증권 등의 예탁 및 매매결제업무, 명의개서 대행업무, 채권등록업무 등을 하고 있으며, 부대사업으로는 정보제공업무 등을 하고 있다.
기술혁신을 통한 높은 생산성이나 차별적인 서비스의 제공 등과는 거리가 먼 공적 역할의 수행자일뿐이다. 업무의 중요도에 비춰볼 때 상위권 연봉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지난해 순이익만 29조원을 올린 삼성전자(1억700만원)보다 높은 연봉을 받아야 할 근거는 없다.
2016년 외부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예탁결제원의 영업이익은 493억원이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29조원이 넘는다. 영업이익이 588배 이상 많은 삼성전자보다 연봉이 많은 것이다.
둘째, 기업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부채비율이 높다는 점이다. 대차대조표상의 총 부채를 자기자본으로 나눈 수치인 부채비율이 높을수록 해당 기업의 지불능력은 떨어진다. 기업의 성격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부채비율이 100% 이하가 돼야 정상적인 기업 또는 재무구조가 건전한 기업이라고 평가된다.
그러나 1일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예탁결제원의 2016년 기준 부채비율은 219.66%이다. 자기자본보다 총부채가 2배 이상 많다는 뜻이다. 물론 2015년의 236.92%보다는 감소한 수치이지만 연봉 상위 10위에 들어간 공공기관 중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을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부채비율을 보이고 있다.
부채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연봉을 제공하기 위한 공공성이나 명분도 찾기 어렵다. 연봉 상위 10위에 들어간 공공기관 중 각각 1,2위를 차지한 한국예탁결제원과 한국투자공사를 제외한 8개 기관은 과학기술연구기관의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한국의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고급인력을 유치한다는 측면에서 고액연봉을 제공한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예탁결제원등의 경우는 그런 명분과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셋째, 한국예탁결제원의 고액연봉이 과도한 업무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는 점도 그간의 감사 보고서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지난 해만해도 예탁결제원 직원 4명이 장기간에 걸쳐 미신고계좌로 금융상품 거래를 했던 사실이 적발돼 징계를 받았다. A부장은 11년 동안 불법 주식거래를 했고, B대리는 2013년 7월부터 2015년 8월까지 기간중 258일을 불법 주식거래를 했던 것이 확인됐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증권 거래 인프라 기관 소속 임직원은 실명계좌 하나만을 이용해 주식거래를 하고 매매내역도 신고해야 한다. A부장과 B대리의 근무행태를 보면, 미신고계좌를 활용해 불법적으로 장시간 사익을 추구할 정도로 '방만한 근무'가 가능한 조직이 한국예탁결제원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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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 출신 '낙하산 사장' 관행 속 '비상식적인 고액연봉구조 정착' 지적
그러나 한국예탁결제원 관계자는 2일 뉴스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과도한 부채비율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연봉 수준”이라는 지적에 대해 “전혀 다른 업무를 하는 기업들과 부채비율을 비교 하는 것 자체가 타당하지 않다”면서 “한국예탁결제원은 우리나라에서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비교를 할 곳이 없고, 비교하려면 외국에 같은 성격을 갖고 있는 곳을 찾아서 비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국예탁결제원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우리원은 차입금과 같은 순수 부채가 아닌 이용자들로 부터 증거금, 담보금 등이 용도로 받아놓은 예수금으로 또한 그 자금은 언제든지 현금화가 가능한 유동성자산으로 관리되고 있어 정부 등으로 부터 자금을 지원받거나 차입한 기관의 부채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부채비율이 35.87% (2016년 12월 IFRS 연결 기준)에 불과하다. 예탁결제원은 삼성전자보다 7배나 높은 부채비율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봉은 더 많다. 재무건전성에 비해 지나치게 '방만한 보수체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따라서 한국예탁결제원의 고연봉 구조는 사장 등을 포함한 고위 간부들이 경제관료 출신이라는 사실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관리감독기관인 기획재정부 및 금융위원회등의 경제부처 간부들이 ‘낙하산 인사’를 통해 사장으로 임명되는 관행 속에서 비상식적인 고액연봉 체제가 지속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감독기관인 금융위원회의 입김이 사장 인선에 결정적이라는 게 정설이다.
실제로 전임 유재훈 사장만해도 기획재정부 국고국장과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낸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유 전사장은 지난해 10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회계감사국장으로 임명되자, 후임인선이 이뤄지기 전에 사표를 내버려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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