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 공약검증]⑧ 근로조건: 심상정 효과? 최저임금 1만원·근로시간 단축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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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후보 “최저임금 1만원 달성시기 2020년까지”
안철수 후보 “연간 근로시간 1800시간 임기내 달성”
(뉴스투데이=정진용기자) 최근 4차례의 대통령후보 TV토론으로 인기가 크게 올라가고 있는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영향 때문일까.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노동공약이 갈 수록 세지고 있다. 문재인 후보는 최저임금 1만원 달성시기를 2020년까지 앞당기겠다고 약속했고, 안철수 후보는 연 1800시간의 근로시간 달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 시기의 문제일 뿐, 누가 되도 최저임금 1만원 현실화될 듯= 최저임금 1만원 달성 공약은 문재인∙안철수 후보 공통적으로 내건 약속이다. 문 후보는 근로자의 날인 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노동이 행복한 나라’ 공약을 발표하면서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노동자의 삶을 질 향상을 위한 급여 개념인 생활임금제를 확대하고, 프렌차이즈 가맹계약 또는 하도급계약에 있어 최저임금 보장제도를 도입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후보는 체불임금에 대해서도 정부가 직접 나서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노동자가 사용자에게 받지 못한 체불임금에 대한 임금채권의 소멸시효를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고, 체불임금을 국가가 임금채권보장기금으로 대신 지급해준 후 사용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또 산업재해와 관련해서 산업안전보건법상 '근로자' 개념을 확대해 원청 사업주에게도 산업안전책임을 부여하고, 상시적인 유해·위험 작업에 대해서는 사내하도급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전체 노동자의 90%에 이르는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를 지원하기 위해 한국형 노동회의소 설립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문 후보가 말하는 노동회의소란 비정규직·특수고용노동자 등 일정기간 고용보험 납부 실적이 있는 노동자를 위해 노조를 대신하는 조직을 의미한다.
안철수 후보 역시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내걸었다. 다만 달성시기에 대해 ‘임기내’라는 기존입장을 수정하지 않고 있다. 차기 대통령의 임기가 2022년인 점을 고려하면, 2022년까지 달성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노동계에서는 최저임금 1만원 달성시기가 2020년이 되려면, 3년간 연평균 15% 이상 인상해야 하고, 달성시기를 2022년으로 잡을 경우에는 연평균 10% 정도 올리면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2022년을 앞세운 안 후보의 공약은 현실적으로 현재의 인상 수준과 큰 차이가 없어 파괴력 면에서는 문 후보에 뒤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안 후보 캠프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은 노동자뿐 아니라 사용자측의 입장도 고려해야 하는 사안으로 현실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사용자 측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희생시키면서 달성시기를 무리하게 앞당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대신 안 후보는 전체 근로시간 단축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안 후보는 1일 기자회견에서 “노동시간을 임기내 연 1800시간대로 단계적으로 줄여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휴일 근로를 연장 근로에 포함시키도록 근로 기준법을 개정하고, 현행 사용자와 노동자의 합의에 의해서 주 12시간 한도로 정할 수 있는 연장노동시간도 단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근로시간은 2015년 기준으로 1인당 연간 2113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멕시코(2246시간) 다음으로 가장 길다. OECD 회원국 평균인 1766시간보다 347시간 더 오래 일하는 점을 고려하면, 안 후보의 연 1800시간 공약은 상당히 파격적인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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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저임금 1만원 공약에 재계∙자영업자 우려 커= 해마다 최저임금 인상률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재계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산업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결과적으로 일자리를 감축시키는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해 7월 ‘최저임금인상과 산업별, 연령별 영향’이란 보고서를 통해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인상할 경우, 산업별로는 숙박·음식점, 연령별로는 60세 이상과 29세 이하 근로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해당 산업에 종사하는 또는 해당 연령대에 해당하는 노동자들의 실직과 직결된다는 것이 한경연의 경고였다.
한경연은 또 지난해 6월 국회에서 열린 정책세미나를 통해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할 경우 50만6000명 정도의 고용이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계를 대변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2015년 429개 업체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최저임금을 올리면 신규채용을 축소하겠다는 곳이 29.9%, 감원하겠다는 곳이 25.5%에 달했다는 조사결과와 비슷한 맥락이다.
영세사업장과 자영업자의 반응은 더 예민하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국내 사업장 가운데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곳은 전체의 25%에 달한다. 4곳중 1곳은 최저임금이 오르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들 대부분은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들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고 있다.
인천 남동구에서 편의점을 하고 있는 김모(54)씨는 “지금도 남는 것이 별로 없는데,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오르게 되면 알바생을 쓰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동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표본기업 5000곳에서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근로자는 상용직보다는 임시·일용직이 많았다.
업종별 임금분포를 보면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부동산·임대업, 사업관리·원업, 예술·스포츠·여가관련서비스업, 단체·수리·개인서비스업에서 최저임금 미만 또는 최저임금 수준의 근로자 비율이 10%를 넘었다. 직종별로는 단순노무직과 서비스직, 판매직에서 최저임금 미만 또는 최저임금 수준의 근로자 비중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만약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인상되면 사회 각 분야에서 임시 및 일용직의 고용문제가 크게 사회문제로 확대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은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최저임금 1만원을 요구하는 '만원행동' 이가현 알바노조 위원장은 “최저임금 1만원은 평등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며 “인권에 있어 나중이란 없다”고 강조했다.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천국이 전국 알바생 77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도 비슷하다. 조사에서 알바생들은 ‘가장 관심 있는 공약 분야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노동’이 28.61%로 1위를 차지했고, ‘주요 일자리 공약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이 25.39%로 가장 많았다.
학업과 알바를 병행해야만 하는 알바생들의 열악한 근로환경이 개선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최저임금의 인상이 중요하다는 것이 알바생들의 절박한 현실인식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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