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대규모 리콜 위기 속 ‘내부고발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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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강소슬 기자)
국토부 “주차브레이크 경고등 불량인 LF소나타 10만대 리콜” 요구
현대차, 리콜 명령에 최초로 이의 제기하고 청문절차 요구
국토교통부가 26일 LF소나타 수만 대에 대해서 주차 브레이크 경고등 불량 문제가 있다고 판단, 현대자동차에 리콜을 통보했다. 그러나 현대차는 “안전에 직접 관련되지 않는다”며 리콜 명령에 이이를 제기했다. 리콜 통보에 대해 앞으로 청문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다.
정부 리콜 명령에 국내 자동차 제조사가 이의를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F소나타 리콜 사태의 시발점은 현대차 김광호 전 부장이 32건의 결함 의심 사례를 내부 감사팀 및 국토교통부와 언론 등에 제보하며 시작됐다. 20일 국토부는 제작결함 심사평가위원회를 LF소나타 주차 브레이크 경고등 결함과 함께 제네시스·에쿠스 캐니스터 결함, 모하비 허브 너트 풀림, 아반떼 진공파이프 손상, 쏘렌토·카니발·싼타페 등 R-엔진 연료 호스 손상 등 5건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국토부는 LF쏘나타가 계기판의 주차 브레이크 경고등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 운전자가 주차 브레이크를 풀지 않은 채 주행 할 우려가 높다고 판단해 이 건에 대해 리콜 결정을 내렸다.
애초에 김 전 부장은 LF소나타 약 22만대에 이런 문제가 있다 제보했지만 국토부는 수출 물량도 포함돼 있어 국내에서 해당되는 차량은 10만대 미만으로 봤다. 국토부는 함께 상정된 나머지 4건 가운데 2건에 대해서는 사실조회 후 리콜 여부 결정, 1건은 지속적 모니터링, 1건은 공개 무상수리를 요구했다.
국토부는 행정절차법에 따라 최소 10일이 지난 뒤 청문을 열어 강제리콜 여부를 결정한다. 강제리콜 여부에 관한 청문이 열리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리콜을 무조건 거부하려는 것은 아니고, ‘세타2 엔진’의 경우 자발적으로 17만여대의 리콜을 결정했으며 2000억원 쯤의 비용이 발생했다”면서 “청문이라는 최종 절차가 남아 있으니 조금 더 면밀하게 살펴보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내부고발자로 인해 불거진 리콜사태가 정부와 자동차제조사가 대립하는 초유의 사건으로 비화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 “회사 손실끼치면서 ‘사익’ 챙긴 인물 복직 불가”주장하며 형사소송 제기
김 전부장과 시민단체, “공익을 위한 내부고발자는 보호받아야” 주장
이번 현대차 리콜사태의 또 다른 쟁점은 대기업 내부고발자의 '도덕성' 논쟁이다.
현대차는 자사의 엔진 결함 은폐 의혹을 폭로한 김 전 부장을 복직시키라는 국민권익위의 지난 20일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김 전 부장에 대해 형사고소까지 한 상태이다.
현대차는 김 전 부장을 해임한 것은 공익제보가 아니라 회사 영업비밀이 담긴 자료를 무단으로 유출해 개인의 이익을 취하는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차의 고소 사건을 이첩받아 수사 중인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김 전 부장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25일 밝혔다.
김 전 부장은 최근 수년에 걸쳐 공익 제보와 관련된 자료외에 현대차 내부 자료를 개인 이메일로 유출해 자택 내 컴퓨터에 보관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 2월 김 전 부장 자택을 압수수색, 컴퓨터에서 현대차 내부 자료를 찾아냈다.
다만, 공익제보와 관련된 내부 자료를 유출해 공익신고에 사용한 것은 공익신고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위법성 조각 사유에도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경찰은 김 전 부장이 공익제보와 관련된 자료 외 다른 자료까지 유출한 것은 현행법 위반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또 김 전 부장 해임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는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지만, 현대차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서울행정법원에 권익위 결정 취소를 요구하는 소를 제기한 상태다.
그러나 당사자인 김 전 부장과 시민단체들은 강력반박하고 있다.
현대차의 연구소와 생산, 품질본부 등에서 25년을 근무한 것으로 알려진 김 전 부장은 “해고당할 것도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제보했지만, ‘돈에 눈이 멀어 회사를 배신했다’, ‘중국으로 정보 빼 돌리다 잘 안된 것이다’, ‘중고차 매매업 하려 한다’는 소문이 들려와 공익을 위한 제보가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이래서 다들 더러운 꼴 보고도 못 본 척 넘어가는 구나, 나도 그렇게 할 껄 하는 후회가 ‘조금’ 들긴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부장은 “현대차가 ‘마땅히 리콜해야 할 것을 리콜하지 않고 은폐한다’는 것을 가장 알리고 싶었다”면서 “대략 100건 정도 리콜해야 한다고 보면, 10건 정도 리콜해주는 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사회는 아직 ‘공익 제보’를 유별난 일, 혹은 이상한 일로 보지만 ‘공익 제보’는 아주 위대하고 당당하며 건강한 일이다”고 복직의지를 분명히했다.
YMCA 자동차안전센터는 24일 현대·기아자동차 대표이사 및 관련자를 자동차관리법 위반 및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혐의로 고발했다. 또 권익위 결정대로 김 전 부장을 복직시킬 것을 현대차 측에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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