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감축 칼바람, ‘여성’과 ‘비정규직’에게 가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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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강이슬 기자)
여성이 남성보다 1%p,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7.41%p 일자리 더 감소
지난해 10대 그룹 상장사들이 인력을 감축했다. 이 가운데 남성보다는 여성이,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의 일자리가 줄어들었다. 여성과 비정규직의 승진이 보이지 않는 ‘유리 천장’에 막혀있던 것처럼 인력감축에서는 ‘유리 칼날’이 숨어있던 셈이다.
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10대 그룹 상장사 87곳의 직원 수는 63만221명으로 전년도 64만4382명보다 2.20% 줄었다. 전체 직원 중 1만4161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 상황이다.
성별로 보면, 남성 직원은 49만7669명으로 1년간 1.99% 줄었다. 여성 직원은 13만2552명으로 2.96% 감소했다. 여성 직원의 감축률이 남성보다 1%포인트 높았다.
고용형태로 보면, 정규직은 60만2514명으로 1.84% 줄어든 반면, 계약직은 2만7743명으로 9.25% 감소했다. 정규직과 계약직의 감축률이 7.41% 포인트나 차이난다.
기업들의 인력 감축에 여성과 비정규직을 우선 감축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비정규직‧여성 차별, 고용부터 임금까지 심각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인력감축뿐 아니라 임금에서부터 차별이 심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2월 정규직 근로자 월평균 임금 총액은 362만3000원(세전)인 반면, 비정규직 임금은 146만9000원에 그쳤다.
임금격차는 좁혀지지 않고 계속 커지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는 2012년 188만5000원에서 2013년 192만2000원, 2014년 199만1000원, 2015년 206만6000원으로 증가하고 있다. 정규직 1명에 비정규직 2명을 채용할 수 있는 구조다.
여성들은 고용에서부터 차별을 받아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고용률(16~64세)은 전년 대비 0.5%포인트 증가한 66.1%로 나타났다. 이중 남성은 75.8%인 반면, 여성은 56.2%에 그쳤다.
여성 고용률은 OECD 평균 59.3%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남성 고용이 OECD 평균 75.7%보다 0.1%포인트 높은 것과 대조된다.
고용에서 부터 차별이 되니 여성 임원이 남성 임원보다 적은 것도 당연한 수순이다. 재벌닷컴이 10대 그룹 상장사가 공시한 2016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여성 임원 비율은 전체의 2.4%에 불과했다. 전체 임원 5590명 중 여성 임원은 등기 11명과 비등기 123명을 합쳐 모두 134명 뿐이었다.
LG전자에 여성임원은 단 1명 뿐이었고, 그룹 계열사 중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는 곳도 20여개에 달했다.
한국고용정보원 윤정혜 연구원은 “한국 여성 고용률이 OECD 국가들과 비교해 여전히 낮은 수준을 보이며 빈번한 노동이동, 남성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짧은 근속, 낮은 임금 수준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러한 여성의 낮은 고용률, 짧은 근속 및 남성과의 임금 격차의 주요 원인으로 경력 단절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며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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