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으로 둔갑한 ‘브라질 닭’ 논란에 영세 치킨집은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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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시 특별사법검찰, 1년 9개월간 10t 넘게 국내산으로 속여 판 업체 적발
맘스터치, KFC, CJ제일제당 등 브라질닭 들어간 일부 메뉴 판매 중단
(뉴스투데이=이지우 기자) “지난해 말 치킨집 프랜차이즈를 오픈했는데 하필 AI가 발생하고 조금 잠잠해지나 싶더니 브라질 닭 논란 때문에 파리만 계속 날리고 있다. 심지어 가게 오픈하면 초반 매출에 반영된다는 흔한 ‘오픈 운’도 느낄 틈이 없었다”고 서울 중구에서 치킨집을 시작한 김영호(42)씨는 토로했다.
지난해 AI(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여파로 시작된 닭고기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주 전 브라질산 부패 닭고기 논란으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특별사법경찰은 지난 30일 브라질산 닭고기를 국내산으로 속여 파는 등 불법행위를 한 업체 19곳을 적발해 업주 18명을 형사입건했다. 이중 한 업체는 1년9개월간 10.9t이 넘는 브라질산 닭고기를 국내산으로 속여 판매해온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앞서 브라질 연방경찰은 지난 17일 30여개 대형 육가공업체 공장 관련시설 190여곳을 기습 단속을 실시해 유통기한이 지나 부패한 고기를 판 육가공업체 21곳을 적발했다. 이들은 고기의 악취를 없애기 위해 사용 금지된 화학물질을 첨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국내 수입 닭고기의 80%가 브라질산이기 때문에 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적발된 업체 중 닭고기 수출 회사인 BRF도 포함됐다. 이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수입 축산물 검사실적을 보면 지난해 국내에 수입된 닭고기 10만7000여톤 중 브라질 산이 80%였다. 이중 절반이 BRF 제품이다. 연간 국내 닭고기 소비량이 약 70만4800t인 점에서 약 10%정도 차지한다.
그렇다면 브라질산 닭고기는 어디로 유통되었을까. 우선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들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순살 치킨을 비롯해 대부분 치킨에 국내산 닭만 사용하고 있다고 해명하면서 일부 업체는 브라질닭을 사용하더라도 검증된 유통을 통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논란을 우려해 메뉴를 중단하기도 했다.
예로 맘스터치는 그간 브라질닭을 이용했던 ‘순살조청치킨’, ‘케이준 강정’, ‘강정콤보’ 총 3 메뉴 판매를 중단했다. 업체측은 위 메뉴가 정식 수입통관 절차를 거쳐 유통된 안전한 원료육으로 생산된 제품으로 불법적으로 육가공된 제품이 아니지만 소비자 우려를 고려해 중단한다고 밝혔다.
KFC도 지난 23일부터 전국 모든 매장에서 ‘치킨 불고기버거’를 국내산 닭으로 100% 전량 교체한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치킨 불고기 버거 패티를 국내산과 브라질산 닭고기를 섞어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외 CJ 제일제당도 ‘고메 순살 크리스피’ 생산을 중단했다. 제일제당측도 논란이 된 불법 가공 닭고기는 아니지만 소비자 불안 해소차원에서 즉각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일반 매장은 어떨까. 한 대형마트 관계자에 따르면 “백숙용 생닭은 모두 국내산이지만 브라질산 닭고기가 매장에 들어온 제품은 마트 안에 설치된 음식점의 닭구이나 닭꼬치 등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도 소비자 불안 차원에서 브라질산을 쓰지 않는 방침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업체들이 무관하다고 밝히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감은 크다. 30일 체포된 업체 중 일부는 1년9개월간 약 10t(7000마리 상당)이 넘는 브라질닭을 국내산으로 둔갑해 팔았기 때문에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스티커 한 장으로 둔갑이 가능했다. 따라서 이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닭요리 전문점과 닭꼬치 등 닭을 주재료로 하는 영세자영업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서울 소재 재래시장 치킨골목에서 30년간 치킨집을 이어온 박씨(46)는 “매일 같은 양의 치킨을 판매한 것은 아니지만 단골이 정해져 있다. 단골 손님들은 믿고 사갔는데 대뜸 와서는 ‘국내산인 거 확인했냐’고 물었다. 물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한 이야기지만 소비자 우려를 덜기 위해 닭 거래처와 검역내용 등을 소비자가 원하면 보여줄 수 있도록 할까 생각중이다”고 말했다.
한편, 소비자들이 닭고기를 기피하면서 국내산 닭고기 가격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31일 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국내산 도계(도축닭·10호) 도매가는 브라질 부패닭 파문 직후인 지난 20일 3436원에서 28일 3174원까지 7.6% 떨어졌다. 국내산 생계(생닭) 산지가격 역시 같은 기간 1711원에서 1300원까지 24%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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