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현장에선] 자영업자 3명 중 2명 이상 '나홀로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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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이지우 기자)
전체 자영업자 552만명 중 ‘나 홀로 자영업자’가 395만명 차지
일반 회사원을 꿈꾸던 취업준비생 A씨(28)는 지난해 말 창업으로 눈을 돌려 올 초 떡볶이집을 오픈했다. 경기 불황으로 기업 채용문은 좁아지고 경쟁은 더 치열해진 탓이다. 특히 창업 트렌드가 ‘적은 공간, 적은 투자’로 창업이 쉬워지면서 취준생들의 도피처가 되고 있다. A씨는 가게 오픈을 위해 부모님의 목돈 3000만원을 빌리고 은행에서 5000만원을 대출받아 총 8000만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어렵게 찾은 도피처에서 청년들의 빚은 늘고 있다. 최근 금리 상승 분위기와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가게 손님이 주는 탓에 A씨는 부모님에게 드릴 돈과 대출금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창업 당시 좀 더 키워 직원을 늘릴 계획이었지만 '나홀로 사장'을 하기로 했다.
A씨는 “용돈 줄 생각으로 매번 불렀던 친동생도 매출이 줄어들면서 이제는 자주 못 부르는 처지가 됐다. 인근 지역 대부분 자영업자들이 ‘나 홀로 사장’신세이다”고 말했다.
최근 이러한 고용없는 자영업자, ‘나 홀로 사장’이 늘고 있다. 1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자영업자 수는 552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21만3000명 늘어났다. 2002년 4월의 22만명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자영업자 3명중 2명 이상이 '나홀로 사장'인 셈이다.
그 중 ‘나 홀로 사장’은 지난 2월 395만4000명으로 작년 2월보다 13만7000명 늘었다. 2002년 3월의 16만8000명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규모다. 불황으로 취업이 어려워 자영업을 선택하는 사람이 늘고 이들 중 상당수는 충분한 자본이 없어 종업원을 두지 못한 채 장사를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자영업자 51%는 월매출 383만원...21%는 월매출 100만원 이하
문제는 불경기로 자영업 매출이 부진하고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어 빚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연 매출 1200만∼4600만원 미만인 자영업자 비중이 30.6%로 가장 컸다. 1200만원 미만 자영업은 21.2%였다. 자영업자 과반인 50% 이상이 연 매출 4600만원 미만인 것이다.
월평균 매출로 따지면 383만원 미만이다. 383만원에서 나가는 임대료, 재료비 등을 빼면 손에 쥐는 수익을 거의 없다. 종업원이라도 한 명 두게 된다면 장사를 할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고용은 꿈꿀 수 없는 ‘나 홀로 사장’이 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연매출 1200만원 미만의 자영업은 월 매출이 100만원 미만이라는 얘기이다. 이런 경우는 종업원을 두지 않아도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폐업'을 피할 수 없는 운명인 것이다.
때문에 ‘장사를 하면 할수록 손해’라고 하소연하는 자영업자도 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최근 발간한 ‘자영업자 대출 건전성’ 보고서를 보면 작년 말 현재 자영업자가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 규모는 480조2000억원으로 추산됐다. 1년 전인 2015년 말(422조5000억원)보다 57조7000억원(13.7%) 늘었다. 신규 가맹점의 대출도 있지만 기존 자영업자가 매출 부진으로 받은 대출도 함께 견인했다.
미국발 금리인상 등 빚더미로 몰린 자영업자들 최대위기 임박?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의 금리인상이 올해 네 차례 예고되면서 국내 기준금리도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자영업자 대출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중소기업 대출금리가 0.1%포인트 오르면 폐업위험도가 7.0∼10.6% 올라간다고 예상했다. 업종별로는 음식·숙박업의 폐업위험도가 10.6% 상승, 금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다.
한은 경제연구원은 “대출금리 상승이 임대료 증가보다 자영업자의 폐업위험도를 훨씬 높이는 것으로 추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도 대책마련을 강구하고 있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은 “상반기 중으로 자영업자 대출 관리와 지원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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