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삼성의 그룹공채 폐지’가 가져올 두 가지 변화

정진용 입력 : 2017.03.27 10:38 ㅣ 수정 : 2017.03.27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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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그룹은 올 상반기를 마지막으로 그룹공채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뉴스투데이



계열사별 필요인원만 충원할 경우 전체 채용 인원 감소

그룹 차원에서 관리했던 인맥을 통한 채용도 사라질 듯


(뉴스투데이=정진용기자) 삼성이 그룹공채를 올 상반기를 마지막으로 실시하고, 하반기부터는 계열사별로 신입이나 경력사원을 채용하겠다고 밝히면서 계열사별 채용이 몰고 올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적정인원보다 더 뽑던 관행 사라져 전체 채용인원 줄어들 듯 = 27일 삼성에서 오랫동안 인사업무를 담당했던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삼성의 그룹공채 폐지는 크게 두 가지 변화를 가져올 것이란 예상이다.

먼저, 신입직원 수의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은 지난해 상반기(1만명)와 하반기(4000명) 2차례에 걸쳐 고졸(5급), 전문대졸(4급), 대졸(3급) 신입사원 채용을 통해 총 1만4000명을 뽑았다.

삼성그룹에서 인사를 담당했다가 지금은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A씨는 “삼성은 전통적으로 계열사별로 필요인원 외에도 고용창출이란 사회적 책임을 고려해 필요인원 보다 늘 더 많은 인원을 뽑아왔다”면서 “앞으로 계열사별로 채용을 진행하게 되면, 이 같은 필요이상의 잉여인원 채용 관행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룹공채 마지막인 올 상반기 공채에서 삼성카드,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삼성물산(건설부문) 등 4개 계열사는 상반기 공채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상반기 채용을 하지 않는 것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구조조정으로 기존 인원마저 내보내는 상황이고, 삼성카드는 채용 인원이 많지 않아 최근 몇 년 동안 하반기에만 공채를 진행했던 곳이다.

이 때문에 올 상반기 그룹공채 인원은 지난해 1만명 보다 30% 가량 줄어든 7000명 선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만큼 삼성그룹에 들어가기가 더 힘들어졌다는 얘기다. 다만 사상 최대 실적행진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보다 더 많은 신입을 뽑는 것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삼성물산에서 수년간 인사를 담당했던 B씨는 “삼성이 신입직원 채용인원을 정하면, 다른 기업에서도 이를 참조해서 전체 인원수를 정했던 점을 고려하면, 삼성의 신입채용 감소는 전체 기업의 채용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잡코리아 조사결과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들의 올해 공채 규모는 전년 대비 8.8%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

계열사별 각자도생에서는 인맥 통한 신입채용 관행도 중단될 듯 = 또 다른 변화는 이른바 인맥관리를 위한 신입 채용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전직 삼성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그룹공채 때는 그룹 차원, 혹은 계열사의 요구에 따라 인맥관리를 위해 뽑는 신입직원이 있었다”면서 “그룹 공채가 공식적으로 폐지되면, 이 같은 인맥관리용 신입직원 채용 관행도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그룹 내에서는 이런 인맥관리용 신입직원을 가리켜 ‘꿀꿀이’로 부른다고 한다. 위에서 주는 대로 받아야 하는 인원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것이다.

인맥관리용 신입직원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사회적으로 힘 있는 고위직 자제나 친인척인 경우, 계열사별로 사업을 영위하면서 직접적으로 부닥치는 관청 관계자의 부탁에 따른 것이 대다수라는 것이다.

통상 이런 경우는 그룹의 컨트롤타워를 맡으며 채용을 총괄했던 미래전략실이 전체 인원을 체크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삼성의 미래전략실이 지난달 28일 해체되면서 이 같은 지시를 내릴 곳이 사라져 버린 셈이다.

계열사별로 채용이 진행되면, 각 계열사 사장들이 직원채용을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거나 논란을 부를 소지가 있는 신입채용을 진행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한편 지난 22일 마감된 삼성의 마지막 그룹공채에는 지난해 보다 더 많은 지원자가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당초 지난 21일 오후 5시 원서접수를 마칠 예정이었으나 전산시스템 마감시간 설정 오류로 인해 접수를 하루 더 연장했다.

삼성은 다음달 16일 서울, 부산, 대구, 대전, 광주 등 국내 5개 지역과 미국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해외 2개 지역 등 총 7곳에서 이른바 ‘삼성고시’라 불리는 직무적성검사(GSAT)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후 1, 2차 면접을 거쳐 최종합격자는 5월중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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