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수당 토론회]② 실효성 검증된 ‘청년수당’ 재개 여부, 복지부 방침이 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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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이안나 기자)
지난 해 8월 청년수당 수혜자 대상 전수조사 결과, '공동체적 지원 효과' 확인
복지부가 반대했던 청년 수당,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가 20일 주최한 서울시 청년보장 정책 토론회에서 얻어진 최대 수확은 지난 해 ‘뜨거운 감자’였던 ‘청년수당’의 유지 및 운영 방안에 대한 가닥이 잡혔다는 것이다.
지난 해 박원순 서울시장은 ‘흙수저 구직 청년’을 대상으로 ‘청년 수당’을 지급했지만, 보건복지부가 ‘도덕적 해이’를 명분으로 삼아 직권취소로 한 달만에 중단됐다. 서울시는 지난 해 8월 청년 2831명에게 50만원의 수당을 지급했다. 당초 1인당 6개월 동안 총 300만원을 지급할 예정이었다. 지급 대상은 소득분위와 미취업 기간 등을 따져서 선정했다.
이번 토론회는 서울시가 올해에 청년수당 제도를 정상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포석의 성격이 강하다. 즉 청년 수당이 실제로 ‘도덕적 해이’를 초래했는지 아니면 흙수저 구직 청년에 대한 ‘실질적 지원’이 됐는지 여부를 검토하는 자리였다.
토론회에서 집중적으로 검토한 자료는 서복경 박사(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가 발표한 ‘서울시청년활동지원 사업 참여자 분석연구’였다. 이 보고서는 지난 해 8월 청년수당을 지급받은 2831명을 대상으로 ‘구글 웹 설문 조사’를 진행해 1091명의 응답자 중 모든 문항에 대해 성실하게 대답한 969명만을 대상으로 정리한 자료이다.
지난해 8월 소요된 총 14억원 정도의 청년 수당 예산이 당초 우려대로 청년들이 ‘술먹고 노는 비용’으로 사용됐는지 아니면 ‘절박한 구직 비용’ 혹은 ‘불가피한 생계 비용’으로 사용됐는지 여부를 실증적으로 검증한 것이다. 그 결과 취업비용 77.7%, 생활비 22.3%라는 사용비율이 확인된 것이다.
따라서 이번 토론회가 서울시 주최라는 사실을 감안해도 ‘일방적인 견해’만 통용된 것이 아니라 ‘사실’을 근거로 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발제자인 서 박사는 물론 참석자들의 견해는 사실상 일치했다. 청년 수당이 한국의 흙수저 청년들에게는 소중한 사회적 지원이었음이 확인됐다. 따라서 청년 수당의 재개 및 확대에 대한 요청이 많았다. 직접비 가이드라인의 폐지, 중앙정부·지방정부의 주요 역할 분담, 취업활동의 의미 확대 등과 같은 구체적인 제언들이 다양하게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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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비 제한이 효율성 떨어뜨려… 청년 수당 받은 후 ‘감사’가 최빈 키워드로 부상
데이터 기반 전략 컨설팅 회사 아르스프락시아의 김학준 팀장은 이번 연구 발표와 별개로 3개월 간 청년수당 참여자 패널을 선정해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청년수당 지급자들에게 학원 수강료 등의 직접비로만 지출하라는 지침이 있을 경우 오히려 지급금을 필요 없는 곳에 쓸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르스프락시아는 모럴해저드가 생기는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통제 집단을 만들어 실험했다. 20명을 선발해 청년수당을 학원수강이나 교재비와 같은 직접비로만 한정하는 그룹과 자유롭게 쓰도록 한 그룹을 만들었다. 청년수당을 직접비로만 제한해야만 청년들의 모럴해저드 현상을 막을 수 있다는 의견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직접비로만 한정한다면 오히려 청년들이 필요하지 않은 곳에 지급금을 쓸 확률이 높았다. 학원비 등으로 큰 비중의 돈이 먼저 빠져나간 후에 나머지 돈을 이월할 수 없는 청년들은 쓸 곳이 마땅치 않았다.
식비나 교통비로는 쓸 수 없고, 50만원은 전부 사용해야 하는 상황에선 독서실 외엔 사용처를 찾기 쉽지 않았다. 반면에 청년수당을 자유롭게 쓰도록 한 집단은 필요한 곳에 따라 식비·장소대관 등 다양하게 사용했다.
김학준 팀장은 “우리가 청년이라고 하는 상(像)이 취업 아니면 공무원 준비하는 사람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배제되는 사람들이 생긴다”며 “직접비라고 하는 것에 집착을 가지지 말고 직군별 세분화된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아르스프락시아는 청년수당을 받은 참여자들 사이에서 나타난 최빈 키워드가 ‘감사’였다는 점을 이색적인 결과로 꼽았다. 연구 참여자들은 50만원이라는 지원금 자체를 일회적으로 소모한다기보다, 향후 취업 등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겠다는 의지표명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가 청년의 존재를 인지하고 도우려는 의지가 청년들에게 전달됐다고 볼 수 있다.
김학준 팀장은 “4년 내내 의미망 분석을 하며 ‘감사’라는 키워드가 최빈도로 나온 결과는 처음이었다”며 “취업률 수치를 낮추는 것보다 궁극적인 목적은 구직을 포기한 니트(NEET)들의 떨어진 활동력을 끌어올려 공동체 일원으로 살아가게 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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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부·지방정부 주요 역할 분담하고 취업 활동 의미 확장돼야
다음달 초 복지부 입장에 따라 청년수당 향배 좌우
토론자로 참여한 청년유니온 김민수 위원장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주요 역할을 분담해 청년들의 장기 미취업(NEET)와 근로 빈곤(Working Poor)을 해결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정부는 고용보험이나 근로장려세제(EITC) 등 핵심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역할을 하고, 지방 정부는 청년들이 체감·공감할 수 있는 정책들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워킹 푸어 문제의 경우 지방정부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지방자치에서 연구나 실험들을 계속 하며 과제들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호경 서울시 청년활동지원팀장은 청년정책이 일자리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주거·부채·문화 등 전반적인 삶의 영역으로 접근해야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청년들이 좋아하는 업을 찾아가는 방법이 다양한데 이를 보장하고, 현금은 최대한 자유롭게 쓰도록 하는 것이 청년수당 본 취지라고 설명했다.
양 팀장은 “서울시는 올해 예상하는 5000명의 청년들이 감사에서 끝나지 않고, 감사해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본인의 상황이 나아지는 정책이 되도록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시는 청년수당 사업에 관해 지난 1월 3일 복지부에 협의안을 신청한 상태다. 이에 대한 답변은 60일 내에 하게 돼있다.
양호경 팀장은 “복지부에서 수정 요청이 온다면 취지를 살리되 최대한 협의할 생각이고, 동의하게 되면 작년과 같은 걸림돌은 없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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