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 간 기업 맞춤형 외모지상주의 만연

정소양 입력 : 2017.02.20 15:39 ㅣ 수정 : 2017.02.21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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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투데이DB


 
(뉴스투데이=정소양 기자)
 
보톡스, 필러 등을 활용하는 간단한 ‘쁘띠 성형’이 취준생 맞춤 성형으로
 
실제로 기업 인사담당자의 62%가 입사시험 시 외모의 변별력 인정
 
최근 취업 준비를 하는 청년층 사이에서 ‘기업 맞춤형 외모지상주의’가 유행이다. 외모지상주의가 사회적 문제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이지만 이제 그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다.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쁘띠 성형’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비교적 간단한 성형이나 시술을 뜻하는 것으로 보톡스, 필러 등이 여기에 속한다.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코디네이터 실장으로 일하는 K씨는 20일 뉴스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쁘띠 성형은 주로 20대의 젊은 층에서 많이 찾으며, 특히 가격이 다른 시술에 비해 저렴한 편이라 취업 준비 목적으로 찾아오는 고객도 많은 편”이라고 답했다.
 
그녀는 “취업 준비생들의 경우 면접에서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요즘은 ‘입꼬리 성형’도 많이 하러 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입꼬리 성형의 경우 보톡스나 필러 등의 시술과는 다르게 피부 절개를 통해 이루어지는 수술로 과정이 간단치 않고 회복 시기도 꽤 긴 편이다.
 
하지만 취업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의 투자는 필요하다는 것이 성형외과를 찾아가는 취준생들의 의견이다. 성형외과 관계자에 따르면 입꼬리 수술은 의도치 않게 서툰 표정관리로 인해 괜한 오해를 사게 되는 사람들을 위해 추천한다고 한다. 미세한 부분을 위해 입꼬리수술을 통해서 커다란 변화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미세한 변화가 인사담당자에게 호감 가는 인상을 남길수 있다는 것이다.
 

▲ 입꼬리수술 비포&애프터 ⓒ인스타그램

턱 보톡스(윤곽주사)를 시술한 한 취준생에 따르면 “윤곽주사는 일반인의 육안으로는 시술을 했는지 확인이 불가능해 성형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피하면서 자신의 면접 이미지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러한 구직을 위한 외모 고민은 여성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탈모로 고생하고 있는 한 남성 구직자는 “탈모 때문에 취업 면접에서 불이익을 받는 것 같다”며 “이력서 사진과 실물이 다르다 보니 ‘탈모 환자냐’는 질문을 받은 적도 있다”며 “탈모 치료가 구직에 있어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건강보험 적용을 받은 원형 탈모증 환자(16만3785명) 중 20~30대가 43.5%(7만1330명)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20대는 3만1073명으로 2012년(2만8896명)에 비해 7.5% 늘었으며 여성보다 남성 환자 수가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과거 맹목적 외모지상주의로 인해 열풍을 일으켰던 성형붐(Boom)과는 달리 취준생이 지향하는 시술,수술은 ‘티 안나게, 조금’이다. 과도한 성형으로 인사담당자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남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취준생들이 주로 찾는 시술은 비교적 간단한 시술이지만 잘못될 경우 얼굴의 변형 및 마비가 올 수 있고 과민성 반응으로 쇼크가 동반될 수도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직종별로 추구하는 이미지에 따라 지향하는 외모도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기업 입사를 꿈꾸는 취준생은 호감형 이미지를 지향해 앞서 거론한 ‘쁘띠성형’이나 입꼬리 입술을 선호한다면 승무원이나 호텔리어와 같은 단정한 외모를 선호하는 서비스업 직종은 올림머리를 하는 경우가 많아 이마지방이식술이나 헤어라인시술 등을 많이 한다. 또한 공무원을 준비하는 청년들은 신뢰성 있는 이미지를 주기 위해 코 필러 시술을 주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턱 보톡스 비포 &애프터 ⓒ인스타그램


 
지난15일 청년유니온 ‘2016 구직자 실태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청년 구직자들의 절반 이상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 그 중 20%는 “스트레스를 대단히 많이 느낀다”고 답했다.
 
학벌, 토익, 학점, 대외활동 등을 신경써야 할 뿐만 아니라 ‘외모’가 스펙에 추가됨에 따라 취업준비생(이하 취준생)에게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6년 한 취업포털 사이트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구직자 87.8%가 ‘이력서 사진’이 합격 여부에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또 다른 조사에선 응답자의 73.5%가 면접을 위해 외모 관리를 꾸준히 한다고 답했다.
 
이러한 ‘취업 외모 스트레스’는 일반 기업을 대상으로 구직활동을 하는 청년들에게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변호사와 같은 전문직 종사자들에게도 구직 활동 중 ‘외모 스트레스’는 존재했다.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한 '2016년 여성변호사 채용 및 근무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여성 변호자 중 응답자 본인의 취업에 있어 외모나 나이 등 외형적 조건이 평가기준이 된 경험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702명 중 60.3%(423명)가 ‘그런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러한 취준생이 갖는 생각과 마찬가지로 기업 역시 취준생의 외모를 평가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취업포털사이트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의 결과 기업 인사담당자 312명을 대상으로 ‘채용 시 지원자의 외모가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 62.8%가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기업 인사담당자 중 과반수가 면접 합격 여부에 지원자의 외모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외모관리가 ▲자기관리 능력의 일환이라는 평가가 45.4%(복수응답)로 1위를 차지했고 그 뒤로는 ▲대인관계가 원만할 것 같다(35.7%) ▲외모도 경쟁력이다(25.5%) 등의 이유라고 답했다.
 
이러한 사회적 흐름에 따라 취업준비생들도 그 분위기를 따라가고 있다. 취준생들은 외모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동시에 취업 외모지상주의로 발전시켰고 나아가 성형수술 등 취업 목적의 시술 및 수술을 지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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