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현장에선] 패션업계 종사자들 “중·저가는 파리 날리고 초고가 명품만 호황” 호소
강소슬
입력 : 2017.02.16 17:46
ㅣ 수정 : 2017.02.17 14:48
(뉴스투데이=강소슬 기자)
600만원대 코트와 112만원 짜리 아이 가방은 없어서 못팔고
30만원대 코드 짜리 코트는 ‘10만원 세일’ 해야 간신히 판매
이번 겨울에는 불경기에 상대적으로 포근한 날씨가 겹쳐 패션업계 ‘소멸’ 위기를 느껴야 했다. 하지만 명품 브랜드들만은 유례없는 ‘호황 잔치’를 벌였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600만원을 호가하는 코트나 1000만원이 훌쩍 넘는 가방의 경우 없어서 못 파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새학기가 시작되는 3월을 앞두고, 프리미엄 아동 의류 역시 신제품이 출시되기 무섭게 판매되고 있다.
100만원이 넘는 명품 백팩들이 매장에서 품절 대란을 일으키자, 명품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는 출고가 보다 비싸게 프리미엄 가격을 붙여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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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하늘이 입은 코트와 공효진이 입은 스커트는 완판대는 등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사진=KBS드라마 '공항 가는길', SBS드라마 '질투의 화신' 방송 캡쳐
LF 관계자는 16일 뉴스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막스마라 브랜드는 코트 한 벌당 300~400만원 정도 하는데 불황과 상관없이 코트 대란이 있을 정도로 빠르게 품절 되었다. 500~600만원대에 판매되던 코트도 김하늘이 드라마에서 입고 나오면서 올 겨울 엄청 인기를 끌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막스마라를 비롯 정장 한 벌에 100만원대인 질스튜어트 뉴욕과 이자벨마랑 과 같은 수입패션 브랜드와 화장품 브랜드 중 가격대가 높은 불리1803역시 불황 속에서도 불티나게 판매됐다”고 덧붙였다.
고가의 제품은 세일을 하지 않아도 신제품이 출시되면 바로 품절이 되는 반면, 백화점에 입점 되어있는 중저가 브랜드들의 사정은 달랐다.
서울 시내 A 백화점 관계자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중저가 브랜드의 경우 신제품이라고 선호하지 않는다. 30만원대 코트는 비싸다고 구매하지 않고, 할인해 10만원대가 되면 그때서야 판매가 된다”고 말했다.
최근 백화점에서는 할인 코너를 따로 만들어 선보이고 있지만, 세일을 해도 엄청나게 판매율이 높지 않다고 한다. 또한 높은 백화점 수수료로 인해 내셔널 브랜드들의 입지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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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품 브랜드의 제품으로 코디한 '명품 모녀룩' [사진=인스타그램 캡쳐]
아이의 책가방과 코트, ‘생필품’이 아니라 ‘부모 재력’의 상징?
‘과시 욕구’가 소비패턴을 지배, 패션업계의 미래도 ‘금수저’가 좌우
“초등학교 입학을 앞 두고 딸아이의 가방은 구찌에서, 몽클레르 점퍼와 버버리 코트, 봉쁘앙 의류를 구매했는데 어떤가요? 봉쁘앙은 플래그쉽 스토어에서 품절이라길래 해외직구 했어요. 다음부터는 사이즈 있을 때 바로 구매해야 겠어요” 육아 커뮤니티에 이런 글이 최근 흔하게 올라오고 있다.
실제 고가의 아동용품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은 책가방(백팩)인데, 구찌 키즈의 경우 112만원, 버버리 백팩은 60만원대이다. 펜디의 경우 스몰 사이즈로 나오는 여성용 백팩의 경우 아이들 책가방으로 많이 쓰이는데 가격이 300만원대이지만 매장에 문의한 결과 모두 품절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아이들의 옷 값도 성인 의류보다 비싼 경우가 많았다. 버버리 칠드런의 코트는 70만원대였으며, 몽클레르 키즈 패딩은 100만원이 넘는다. 아르마니 주니어 역시 재킷이 50만원대이며, 봉쁘앙의 경우 티셔츠 한 벌의 가격이 10만원을 훌쩍 넘는다.
또한, 최근 크기가 작은 미니백, 초소형 마이크로백이 인기를 끌며, 딸을 둔 엄마들이 300만원에서 500만원 선의 명품 미니백과 큰 사이즈의 백을 딸과 함께 커플로 들고 다니며 일명 ‘명품 모녀룩’을 연출 하기도 한다.
출산율이 낮아지며 한 아이를 위해 지갑을 여는 ‘에이 포켓’ 현상이 아동용품의 고급화를 이끈 것으로 보이며, 고가 상품이 불티나게 판매되는 것은 ‘과시 욕구’가 소비 패턴을 지배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근 주부들 사이에서 SNS열풍이 불며 자신과 자신의 아이가 어떤 제품을 들고, 입고, 먹는지에 대해 해시태그를 작성해 올리는 것이 트렌드로 자리잡은 것도 이러한 소비를 부축인다고 볼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극단적 소비 양극화는 근본적으로 중산층과 서민층의 구매력이 약화된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면서 “경기에 무관하게 막강한 재력을 갖춘 금수저 계급이 평범한 중산층과 자신들을 구별하려는 경향이 갈수록 심화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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