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JOB리포트] 트럼프의 초강경 일자리 정책, ‘역효과’ 논란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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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공장이전보다 ‘숙련공 부족’ 해소가 우선 과제” 실효성 비판 거세
노벨 경제학 수상자 “히틀러의 경제정책과 유사” 비판도
(뉴스투데이=김경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11일(현지시간) 당선 직후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10년 내에 250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기자회견장에서 “신이 창조한 이래 가장 위대한 일자리 창출자가 될 것이다(I will be the greatest jobs producer God ever created)”라고 호언장담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극단적 행보'에 돌입했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멕시코를 통해 미국으로 유입되는 이민자들을 제한하기 위해 2000㎞가 넘는 거대한 장벽을 미국 남부 국경에 건설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또한 안보 등을 이유로 지난달 27일 이라크·시리아·이란·수단·리비아·소말리아·예멘 등 7개국 국적자의 미국 입국과 비자발급을 90일 동안 금지하고, 난민 입국을 120일 동안 불허하는 내용의 반이민 행정명령을 발동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트럼프의 공장 이전과 이민자 차단 정책에 대해 트럼프 지지층들은 환호하고 있지만, 오히려 역효과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들과 재계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우선 기업들의 공장 이전이 지금 미국 제조업계가 맞닥드리는 현실적 문제와 무관하다는 지적이다. 고용 컨설팅업체 랜드스타드소스라이트에 따르면, 미국 고용시장은 숙련된 근로자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트럼프가 강조하던 실업자 문제와는 반대로 오히려 현실은 미국 제조업체들이 숙련공 고용에 애를 먹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노동부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주인을 찾지 못한 일자리 수는 32만4000개를 기록했다. 2015년 11월 기준의 23만8000개보다 1년만에 8만6000개 늘어난 수치다. 결국 트럼프의 ‘공장 이전’이 현실적인 문제인 ‘숙련공 부족’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못하고, 막연한 ‘일자리 창출’ 정책으로 사람들의 정서적 만족감만 채우는 비현실적 포퓰리즘식 공약이라는 지적이다.
미국 비영리기관인 리쇼어링이니셔티브는 “미국에 고급 제조업 일자리가 늘어나기 위해서는 직업교육과 더불어 엔지니어와 기술 전문가들을 길러 내는 교육시스템이 우선 갖춰져야 한다”는 분석을 내렸다. 즉 공장이전으로 무작정 고용을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를 위해서 직업 교육 및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견인 것이다.
다음으로 미국으로의 공장 이전이 안정적인 정규직을 창출하는데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이다. 오히려 기업들이 미국 내 높은 인건비에 대응하여 공장 내 기계화를 확장시키거나 비정규직 고용을 늘릴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들어 미국 기업들이 자동화에도 집중하는 경향이 눈에 띄고 있다고 보도했다. 랜드스타드의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들 중 3분의1이 내년에 고용인력이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다고 대답한 바 있다. 미국내에 추가로 공장이 설립돼도 양질의 정규직 일자리가 기대만큼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인 것이다.
멕시코 장벽 확대 설치 방침도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6일 경제전문매체 포춘은 전미경제연구소(NBER) 보고서를 인용해 “불법 멕시코 노동자를 줄이려는 트럼프 정부의 시도가 설령 성공할지라도 이것이 미국 근로자를 위한 일자리 확대와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해당 보고서는 지난 1942년부터 64년까지 미국에서 시행된 브라세로(Bracero; 막노동) 프로그램을 예로 들었다. 원래 이 프로그램은 2차 대전 당시 멕시코 노동자를 유입하여 부족한 인력을 메꾸고자 했던 목적으로 실시되었지만, 나중에 국내 노동 인력에 대한 고용을 늘리기 위한 정부 관료들의 의도에 따라 폐지되었다.
하지만 폐지 후에도 국내 노동자들에게 이렇다 할 영향을 미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갑작스런 일손 부족에 처한 대농장주들이 효율성을 유지하기 위해 신기술을 채택하고, 재배 작물을 바꿈에 따라 실질적으로 국민 고용이 늘지 않았다는 것이다.
포춘은 “국경 장비 건설 및 유지 비용을 가지고 그 돈을 인프라스트럭처 투자나 경제 다른 분야에 쓰는 편이 낫다”면서 “오히려 멕시코에 대한 관세 폭탄이 멕시코 수출경제에 큰 타격을 입혀 경기 불황을 만들고, 결과적으로 생계가 어려워진 멕시코 인들이 목숨을 걸고 불법이민에 뛰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 이민 행정명령 등 이민자를 차단하는 정책도 ‘비윤리성’ 뿐만 아니라 ‘실효성’ 측면에서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노동 시장을 활성화시키기는커녕 오히려 IT 기업 등 이민자를 주로 사용하는 업계의 고용을 방해한다는 비판이 무성하다.
선다 피아이(Sundar Pichai) 구글 CEO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반이민 행정명령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화가 난다’라는 식으로 표현했다. 입국제한 명령으로 인해 최소 187명의 구글 직원이 입국제한 조치를 받아 업무에 지장이 생기자 CEO가 직접 입장표명을 한 것이다.
같은 날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도 그의 페이스북 계정으로 반이민 정책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CEO들의 비판 의사 표명뿐만 아니라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사, 넷플릭스와 우버 등 실리콘벨리의 IT 업체들은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으로 인해 자신들이 입게 된 손해 및 업무방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는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의 강압적인 시장개입 정책이 시장의 반발 등의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에드먼드 펠프스 교수는 트럼프의 경제정책이 과거 독일의 히틀러 정권(1933~45)와 이탈리아의 무솔리니 정권(1921~43)이 펼쳤던 경기부양책과 비슷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히틀러와 무솔리니 또한 트럼프와 비슷하게 기업에 대한 압박 및 군수 산업 활성화로 고용 창출까지는 성공했지만, 결과적으로 시장의 이해와 맞지 않은 무리한 고용 및 관영 경제로 인해 산업의 전반적인 활력이 퇴색되어 경기 침체 및 재정 적자를 불러왔고, 이는 결국 이들 독재자가 전쟁을 결심하기로 한 계기가 되었다.
트럼프 측 위원회 참여중인 캐터필러·누르코 등 기업 CEO들도 멕시코 공장 건설 예정대로 강행
트럼프의 강압적인 공장압박 회유에 대한 기업들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다. 8일(현재시간) 월스트리트 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몇몇 기업들이 예정대로 계획했던 공장 해외 이전을 강행하고 있다고 한다.
산업용 기계 제조회사인 캐터필러는 일리노이주의 고용을 멕시코로 대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고, 철강회사인 누코르도 자동차용 강재를 생산하는 공장을 멕시코에 건설할 계획이다.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 두 기업의 CEO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인들에게 일자리를 되찾아줄 대책을 논의한다는 취지로 설치한 28인의 노사협의회에 위원으로 임명되었다는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의 포퓰리즘적이고 현실과 맞지 않는 정책이 경영자들의 반발을 불러왔다면서 트럼프의 조기 레임덕을 조심스레 예측하는 분석 또한 존재한다. 실제로 반 이민 행정명령 발동에 1000명 이상의 재외 공관 거주 미국 외교관들이 반대 입장을 표명했으며, 미국 16개 주 법무장관들도‘'비 미국적이며 헌법 위반’이라며 비판한 바 있다.
재계와 정계를 아우르는 트럼프에 대한 반발 때문에 트럼프의 일자리 창출 정책 또한 그만큼 난항을 겪게 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미 행정부의 경제부양 정책이 일관화되지 않아 경기 및 노동시장은 더 불안정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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