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 자영업자 및 직장인, 은행돈줄 죄자 고금리 저축은행으로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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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대율 96.44%…IMF 이후 최고 수준 상승
시중은행 여신심사 강화, 저축은행 배불리고 자영업자들 벼랑 끝으로 내몰아?
(뉴스투데이=이지우 기자) 지난해 저축은행 예대율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특히 저축은행 금리가 최대 27%라는 점을 고려하면 금융소비자들이 고금리를 감수하고도 몰리는 이유가 최근 은행권 대출 여신심사가 강화됐다는 점이 크게 작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13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저축은행의 예대율은 96.44%에 달했다. 예대율이란 은행이 고객들에게 받은 예금잔액에서 대출로 사용한 금액 비율을 말하며, 가령 예대율이 90%라면 100억원을 예금으로 받아 90억원을 대출로 빌려준 것을 뜻한다. 지난해 예대율은 전년 대비 1.92% 오른 동시에 1997년 외환위기(103.58%) 이후 19년만이다.
모 저축은행의 관계자는 13일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불황이 고착화됨에 따라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을 정도로 신용이 악화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직장인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 것 같다”면서 “당장은 (저축은행들의) 수익성이 좋아지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고금리 대출이라도 받으려는 사람들은 그만큼 절박한 상황임을 뜻한다”면서 “궁지에 몰린 1년을 버티지 못하고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속출하는 실정과 저축은행의 예대율 급상승은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저금리 영향으로 조금이라도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을 찾는 예금 수요가 몰렸음에도 예대율이 크게 올랐다. 예대율의 모수인 예금액이 많이 늘면 그만큼 예대율은 떨어진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예금보다 대출이 더 많이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저축은행 수신 잔액은 45조704억원으로 전년 대비 19.72%(7조4237억원) 늘었다. 그러나 저축은행 여신 잔액(43조4천646억원) 또한 전년 대비 22.15%(7조8808억원) 늘었다. 이는 2004년(24.01%)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이처럼 지난해 저축은행의 대출이 급증한 이유는 ‘시중은행 대출 조이기’가 저축은행들에 호재로 작용됐다. 정부는 가계 대출 억제정책으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에서 소득심사를 강화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지난해 2월 도입했다.
이러한 상황 속 경기 둔화까지 겹쳐 돈이 필요한 사람들이 찾을 곳은 대형 저축은행뿐이었다.
물론 올해도 저축은행이 호재를 이어갈지는 미지수이다. 정부의 대출 조이기 정책이 저축은행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저축은행도 올해는 경기 둔화를 대비해 무리한 대출 확장보다 ‘관리 모드’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 한국은행이 집계한 저축은행의 대출 태도 지수는 지난해 3분기 -9를 기록하며 플러스에서 마이너스로 전환했고 올해 1분기는 -12로 더 떨어졌다.
대출 태도 지수가 마이너스면 대출심사를 강화하겠다고 응답한 저축은행이 대출심사를 완화하겠다고 밝힌 저축은행보다 많다는 의미이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 슬며시 인상해 중산층도 부담 증가
한편, 시중은행들이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정책에 편승해 대출 금리를 올리면서 잇속을 채운다는 비판적 시각도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9월 2.8%까지 떨어졌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지난 달에는 3.13%까지 상승한 것이다. 이 같은 금리상승은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시중금리 상승과 함께 가계부채 급증세를 억제한다는 명분으로 은행이 대출금리를 올린 결과다.
특히 아파트 중도금 대출의 경우 5%를 넘어섰다. 일년 사이 2%포인트 정도 오른 것이다. 통상 공사가 보증하는 중도금 대출은 은행들이 떼일 염려가 거의 없기 때문에 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 낮다. 하지만 집단대출이 가계부채 급증의 주범으로 지목되자 은행이 대출을 줄이는 대신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린 결과 올 들어서는 역전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정부가 '부동산 버블'의 부작용을 최소화한다는 명분으로 중도금 대출 금리를 인상한 것은 중산층의 가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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