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삼성전자 부·차장 폐지와 미래전략실 폐지의 함수관계

김경민 입력 : 2017.02.10 16:45 ㅣ 수정 : 2017.02.10 18:49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삼성은 오는 3월부터 인사제도 개편을 하여 조직문화의 수평화를 꾀할 방침이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모습. ⓒ뉴스투데이 DB

삼성, 내달부터 수평적 기업문화를 위한 인사제도 개편안 시행

 

이재용 부회장 시대의 조직 문화 및 경영 스타일 변화의 신호탄

 

(뉴스투데이=김경민 기자) 삼성전자가 내달 1일부터 기존 7단계였던 직급을 4단계로 단순화한다. 직원 간 호칭을 '○○○님' 등으로 통일한다.

 

10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처럼 기존의 '수직적 관계'를 '수평적 관계'로 전환하는 인사제도 개편안은 3월부터 시행된다. 이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시대의 '신경영전략'의 본격적인 출발신호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이번 인사제도안에 따르면, 사원1(고졸)·사원2(전문대졸)·사원3(대졸), 대리, 과장, 차장, 부장 등 7단계 직급이 사라지고, 그 대신에 개인의 직무역량 발전 정도를 나타내는 CL(Career Level) 1∼4 체제로 바뀌게 된다. 수직적 직급 체계에서 수평적 관계로 변화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호칭만 바뀌는 것이 아니다. 회의문화 또한 개선하여 자유롭게 의견을 내는 분위기를 정착시키고 불필요한 잔업·특근 근절 등의 개혁적 조치 또한 진행된다. 스피드 보고문화를 통해 시간이 오래 걸리는 수직적 보고 대신 '동시 보고'를 활성화하고, 형식에 치우치지 않고 간결하게 핵심 내용을 전달하는 보고문화를 정착하는 방안 또한 포함되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구시대의 관행을 버리고 글로벌 기업에 걸맞은 의식을 갖추자는 의미에서 '스타트업(Start Up) 삼성 컬처혁신'을 선언하고 이후 6월에는 경력개발 단계(Career Level) 도입을 통한 직급 체계 단순화, 수평적 호칭을 핵심으로 하는 인사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수평적 스타트업 문화 혁신안이 구상된 지 1년만에 전면 실시되는 것이다.

미래전략실 폐지 및 전경련 탈퇴를 통한 이재용 시대의 조직문화 및 경영 전략 가시화

 

학계 일각, "미래전략실 폐지가 정경유착 관행 근절하기 어려워" 지적도

삼성의 조직 및 문화 혁신방안 실천은 미래전략실 해체 및 전경련 탈퇴 행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삼성을 국정 농단 사태에 연루시킨 최순실에 대한 검찰 및 특검수사 이후 단행될 사장단 인사 이전에 '조직의 틀'을 정비하려는 행보라는 것이다. 

 

즉 '이재용 시대'의 삼성이 최순실 게이트 연루 등과 같은 과거의 잘못을 씻어내고 새로운 출발을 하기 위한 준비작업의 일환인 셈이다.  

따라서 미래전략실 해체를 통한 계열사 독립경영 구상과도 맞물려있다고 볼 수 있다. 각 계열사가 최신 트렌드에 맞춰 각자 자치적인 경영을 하려면 벤처 스타일의 경영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번의 인사개혁안이 지향하는 '수평적 조직' 정비가 선행돼야 했다는게 재계의 해석이다.

그러나 학계 일각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사내 문화를 바꾼다고 경영스타일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가톨릭대 경영학과 박오원 교수는 10일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수평적 기업문화를 지향하는 것은 최근 국내기업들의 전반적 추세이지 삼성만의 특별한 제도는 아니다”면서 "삼성전자의 이번 인사제도 개편안은 작년부터 예정된 사항이므로  미래전략실 해체와의 인과관계는 뚜렷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서울 시내 대학의 A교수(경영대학)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삼성이 실제 내부적으로 얼마나 준비를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삼성의 컨트롤 타워 시스템 및 수직적 조직문화가 이재용 부회장 말 한마디로 쉽게 바뀌는 것은 아니다"면서 "그렇기에 벤처 스타일로 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말 또한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이다”라고 주장했다. 

 

A교수는 “삼성이 정경유착의 도구로 유용하게 써먹었던 미래전략실이 사라진다고 해서 삼성의 정경유착 관행이 근절될 것이라 보지 않는다"면서 "애초에 이 부회장이 청문회에서 약속한 것은 미래전략실 해체였지, 정경유착 근절이 아니었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이 같은 비판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의 조직문화 및 경영 스타일을 혁신하겠다는 의지는 확고하다는 분석이 더 지배적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평소 ”컨트롤타워는 구식 유물”이라는 취지로 자주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미래전략실의 일방적인 지시에 움직여왔던 '조직의 삼성' 시대를 뒤로 하고, '자율 경영의 삼성'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0 /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