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울리는 지옥철]① 삼성 등 대기업 직원 출·퇴근 루트 2호선, ‘악명높은 현실’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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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정소양 기자)
서울시 지하철 하루평균 이용인원 799만9000명, 2호선은 227만 1000명
직장인 한모 씨(28,여)는 출근할 때마다 전쟁을 경험한다고 한다. 패션업계에 종사하는 그녀의 회사가 2호선 강남역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래역에서 지하철을 타는 그녀는 아침 출근길 지하철을 여러 번 놓치기 일쑤라고 말했다. 사람이 너무 많아 지하철에 탈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회사에 지각을 하지 않기 위해 발 딛을 틈이 없는 지하철에 몸을 구겨 넣는 것은 대부분 직장인들의 일상이다. 또 다른 2호선 승객 직장인 김모 씨(26,남)는 아침에 지하철에 탈 공간이 없어 주춤하고 있는 사이 안에 타고 있던 다른 승객이 자신을 끌어 당겨주어 겨우 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강남-역삼-삼성역’ 구간에 삼성전자.생명부터 KB손해보험등 금융기관 즐비
실제로 그들이 이용하는 2호선에는 구로디지털단지, 강남, 삼성 등 많은 회사들이 근처에 자리 잡고 있어 직장인 출·퇴근길의 ‘헬’의 장소다. ‘지옥철’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과 통학하는 학생들에게 이미 오래전부터 통용(사용)되는 단어다.
서울시의 2016년도 대중교통을 이용한 시민들의 교통카드 빅 데이터를 분석한 ‘2016 서울 대중교통 이용 현황’ 결과, 지난해 총 49억 4천만여 명, 하루 평균 1349만 1000명이 서울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 중 지하철 이용 승객은 799만9000명으로 버스 이용승객 549만2000명 보다 250만7000명 많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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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악명 높은 ‘지옥철’로 뽑힌 노선은 올해도 역시나 2호선이었다. 2호선 하루 이용객은 227만 1000명으로 지하철 노선 중 가장 많이 이용되었다고 집계되었다. 2호선은 승차인원 뿐만 아니라 전체 51개 중 23개의 환승역이 있어 환승인원도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호선 강남역은 지하철 이용 승객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강남역에서 하루 9만9209명이 승차하고, 1만387명이 하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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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단일 역사 중 승차인원이 가장 많은 역은 ‘강남 > 홍대입구 > 신림역’ 순서이며, 하차인원도 승차인원과 동일한 순서로 모두 2호선에 자리 잡고 있는 역이다. 실제로 강남역 사거리에서 삼성동 삼성교의 구간을 이르는 도로인 테헤란로에는 많은 회사들이 위치해 있다.
이 곳은 대표적인 업무 일대로 강남역에 삼성전자 서초사옥, 삼성화재, 삼성생명, 삼성증권, 메리츠타워(메리츠화재본사), KB손해보험 강남지점 외에도 디자인 회사, 의류회사, 병원 등이 위치해있다.
바로 옆 역삼역에는 현대해상 강남사옥, 네이버 파트너 스퀘어, 한화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한국과학기술회관이, 선릉역에는 ING생명 오렌지타워, 동부금융센터, KT선릉타워, 삼성역에는 포스코, KT&G 대치타워와 서울사옥, KB증권 삼성점, 한미글로벌, 동부화재, 코엑스 등 투자·금융 회사들이 많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에도 티켓몬스터, 쿠팡, 한국피자헛, 무스쿠스, 커피스미스에프씨 등의 본사들도 이 곳에 자리잡고 있다.
2호선을 이용하는 직장인이 겪는 문제는 단순히 많은 승객만이 아니었다. 잦은 연착도 직장인들의 출근길을 괴롭히는 부분이다.
서울 지하철 2호선이 열차의 출력 부족으로 인해 운행이 지연되는 등 출근길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는 일이 다반사다. 실제로 2월 9일 오전 8시 38분 경 서울메트로는 2호선 신도림역 내선 열차의 출력 부족으로 승객들을 하차시킨 후 해당 차량을 기지에 입고시켰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2호선을 이용하는 승객은 약 4~8분간 기다려야만 했다.
실제 지연된 시간은 얼마 되지 않지만 아침 출근시간에 5분은 매우 큰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시간 지연인 것이 아니라 지하철 유동인구가 크게 변하기 때문이다.
직장인들, “2호선 안타는 회사 갈 것”...서울 메트로 측 ‘속수무책’
2호선을 이용하는 직장인 승객들은 SNS를 통해 “다음 회사는 무조건 2호선 안타는 곳으로 갈거야(hoooo******)” “2호선 신도림역 지금 미어터짐ㄷㄷㄷㄷ(x2a**)” “평소보다 빨리 나왔는데 결국 지각함... 지금 계속 연착대네여 타지마시고 다른 호선 타세요(Coo*****)” “저두 연착때문에 일찍 나온 편인데ㅜㅠㅠㅠ 힝 ㅜㅠㅠㅠㅠㅠ 제발 2호선은 이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이 필요해요(pp_to****)” “2호선 정체 좀 그만 되게 해요ㅠㅠ출근길마다 진짜 전쟁이에요 아무리 시간 여유롭게와도 지각..... 이정도면 문제있는거 아니에요?!!!(sky5****)” 등의 불만글을 게재했다.
그러나 서울메트로는 뚜렷한 대안이 없는 입장이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전동차의 동력 부족으로 정상 출력이 안되고 일부 출력으로 운행하다 보니 서행 운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후속열차가 함께 지연돼 신도림역에서 승객을 하차시키고 기지에 입고해 원인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또 관계자는 “정확한 원인은 기지에서 분석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잦은 지하철 고장도 문제지만 신속한 대처의 부재 역시 논란이 되고 있다. 이날 역시 열차 운행이 멈춘 상황에도 고장 내용 등을 안내하지 않아 많은 승객이 지하철 이용에 불편함을 겪었다.
승객들은 자체적으로 SNS를 통해 2호선의 상황을 알리고 스스로 대처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부 승객은 ‘지하철고장 알림어플’이 나오면 애용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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