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리포트] 삼성 발 돌풍, 대기업 정기공채가 ‘수시채용’으로 대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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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그룹 채용 방식에서 계열사별 수시 채용 전망… 타 대기업에 영향 미칠 듯
선진국에선 수시채용 일반화…국내 기업 수시채용 제도 정착 위해선 보완 필요
(뉴스투데이=이안나 기자) 삼성·현대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이 2017년 정기공채 발표를 확정짓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그 채용방식이 ‘정기 공채’보다 ‘수시채용’으로 대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의 경우 그룹공채를 폐지하고 계열사별 채용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내부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그룹 채용의 컨트롤 역할을 하던 미래전략실이 60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기 때문이다.
삼성은 지금까지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6개월마다 각 계열사별 필요 인력을 집계해 전체 채용 인원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신입사원을 선발해왔다. 상·하반기 정기 공채를 통해 1만 4000여 명을 대거 선발하던 시스템은 계열사별로 인력이 필요할 때 수시채용하는 방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계열사별 정기 공채 시 일정이 겹치는 등의 우려도 제기되기 때문이다.
삼성 채용방식의 대전환은 다른 대기업의 변화 촉진 요소가 될 수 있다. 기존의 공채제도 역시 1957년 삼성물산의 대졸 신입 공채를 기점으로 확산된 결과다.
계열사별 채용이 이뤄지면 수시경력 채용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모 대기업 인사부장은 “대기업들 입장에선 처음부터 가르칠 필요 없이 바로 업무 투입이 가능한 수시경력 채용이 훨씬 더 효율적이다”라며 “수시경력 채용이 자리잡기까지는 아직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변화는 이미 시작된 듯하다.”고 말했다.
기업 채용 방식에 있어서 공채보다 수시 채용이 더 빈번해질 것이라는 사실은 조사에서도 드러났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대기업 및 중견·중소기업 등 918개 상장사 인사담당자(응답기준)를 대상으로 올해 채용동향을 조사한 결과, 신입사원 채용방식에 있어서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인 채용방식은 ‘소규모 수시채용(46.8%)’였다. ‘공채’를 택한 비율은 12.1%에 불과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2014년부터 인문계 출신을 대상으로 ‘신입 상시채용 시스템’을 도입한 후 확대 중에 있다. 많은 사람들을 뽑다보니 직무 중심의 인재를 채용하기 어렵다는 대규모 공채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수시채용은 필요한 인원 만 뽑아 해당 직무에 최적화 시킬 수 있다는 장점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에선 이미 수시경력 채용이 대세로 자리잡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한·미·일·독일 기업의 채용시스템 비교와 시사점 보고서(2013)’에 따르면 미국·독일 기업은 채용시즌을 따로 두지 않고 인력이 필요할 때마다 충원하는 수시채용을 도입하고 있다.
채용공고 시 입사 후 맡게 될 업무와 업무수행에 필요한 자격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이에 부합하는 구직자를 대상으로 직무능력에 대한 심층면접을 실시해 직원을 뽑는다.
공채 과정에서도 면접 시 취업준비생들이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직무와 관련된 경험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직무 중심의 수시채용이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이란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그러나 대기업 채용 방식이 정기공채에서 수시채용으로 바뀔 때 우려되는 점 역시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채용 규모의 변화다.
삼성 관계자는 “그룹 공채를 하면 일자리 창출을 위해 인원을 초과해서 뽑을 수 밖에 없었다.”고 언급했다. 계열사 별로 채용을 진행하면 필요한 인력만 맞춰 뽑으니 연간 채용 인원은 줄어들 것이라는 이야기다. 또한 기업의 효율성을 위해 직무에 적합한 사람을 중심으로 선발하게 되면, 경력직 중심의 채용 문화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현재도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선 ‘신입에게도 전문성을 요구하면, 그 전문성은 대체 어디서 쌓아야 하나.’라는 불만이 적지 않다. 대졸 신입채용을 노리고 있는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이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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