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그플레이션 시대의 직장인들 대응법, 실속쇼핑 늘었다

이안나 입력 : 2017.02.02 17:56 ㅣ 수정 : 2017.02.0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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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소 플래그쉽 스토어 코엑스점 ⓒ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이안나 기자)


저가 쇼핑 채널로 발걸음 돌리는 직장인들

#1. 혼자 사는 직장인 A씨는 이틀에 한 번 꼴로 ‘다이소’에 들른다. 이곳에서 각종 생활용품을 사고 장도 본다. 필기구부터 화장품, 식기, 간편 조리식품까지 ‘다 있다.’고 여겨져 필요한 물품이 있으면 항상 이곳으로 향한다.

종류만 많은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제품이 가격이 저렴한 반면 성능이 괜찮아 자꾸 찾게 된다. 특별한 목적 없이도 퇴근 후에 들러 살만한 물건이 없는지 살펴보기도 한다. 대부분의 제품들이 3000원 이하이기 때문에 ‘필요할 것 같은’ 물건을 사는 데도 부담이 없다.


#2. 워킹맘 B씨는 핸드폰에 ‘노브랜드 추천 리스트’가 저장돼 있다.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제품 중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이 좋아 사람들의 입소문을 탄 제품들의 리스트로 SNS에서 공유되고 있다. 초코칩 쿠키, 감자칩, 티라미스 케이크 등 주로 간식 위주다.

하지만 이 리스트를 시작으로 브랜드 신뢰가 생겨 치킨너겟, 계란, 휴지, 아기 기저귀도 이곳에서 구입한다. 저렴하면서 양이 많단 이유다. 최근엔 자발적으로 블로그에 노브랜드 각 제품에 대한 품평을 하며 사람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불황 속 고물가' 시대에 높은 ‘가성비’ 앞세운 유통업체들의 전성기

스태그플레이션이 심해지면서 유통업계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이란 경제활동이 침체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물가가 상승되는 상태가 유지되는 저성장·고물가 상태를 의미한다.

가격 거품이 빠진 제품들이 직장인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다이소와 이마트 자체 브랜드 노브랜드의 제품들이 대표적이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 전통 유통채널은 경기 불황과 소비 위축으로 매출 증감률이 매년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저가 쇼핑 채널은 해마다 두 자릿수 이상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대표적 저가 유통업체인 다이소의 지난해 매출은 1조5천600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2015년(1조2천억 원)보다 30% 늘어난 것이다. 실적 호황과 함께 점포수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2012년 850개 정도였던 다이소 점포 수는 올해 1월 말 기준으로 1천150개에 이르렀다. 최근 몇 년 간 4-5층의 규모의 대형 점포도 생겨나 랜드마크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연이은 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3000원 이하의 제품이 전체 제품의 80%를 차지하고, ‘균일가’ 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소비자들의 발길을 끄는 요인이다.

이마트 ‘노브랜드’의 매출 역시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브랜드(상표)가 없다’란 뜻으로 제품의 브랜드·포장·광고 비용 등을 줄여 가격을 동종의 제품에 비해 크게 낮췄다. 노브랜드는 2015년 처음 등장하면서부터 매출 234억 원을 도달했으며, 지난해엔 그 8배가 넘는 1천 900억 원을 기록했다.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은 감자칩으로 지난해 상반기까지 누적판매량이 400만 개였다.

이마트 최훈학 마케팅팀장은 "노브랜드는 소비자 입장의 가치에 집중해 꼭 필요한 기능만 남기고 가격 거품을 뺀 상품"이라고 말했다.

▲ 자료출처: (좌)다이소/(우)이마트



직장인들의 얇아진 지갑 사정에 맞춘 저가 유통업체들의 전략

직장인들이 전통 유통업체가 아닌 신 유통채널로 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가 쇼핑채널이 취급하는 품목은 대개 많은 고민을 하지 않고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것들이다. 감자칩, 물티슈를 구매할 때와 노트북, 자동차를 살 때 소비자의 태도는 다를 수밖에 없다. 즉, 구매할 품목이 있으면 짧은 시간 안에 적당히 한 제품을 결정하도록 유도한다.

경기불황의 상황에서 직장인들은 저렴한 가격에 눈이 갈 수밖에 없다. 구매가 먼저 이뤄지고 제품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는 것이다. 맛과 품질이 좋을 경우 SNS를 활발히 하는 직장인들끼리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입소문을 통해 다시 그 제품을 찾게 되는 선순환 효과가 이뤄지는 것이다.

또한 저가 유통채널의 공통점은 가격이 저렴할 뿐 아니라 종류가 다양하다는 데 있다. 이들은 싸구려 상품을 판다는 개념이 아니라 다양하고 싼 제품을 둘러볼 수 있는 쇼핑의 즐거움을 함께 제공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직장인들이 특별한 구매 목적 없이도 살만한 물건이 없는지 살펴보는 트랜드도 있다. 현재 다이소 제품은 약 2만 5천개, 노브랜드 제품은 약 500여 개로 2020년까지 1000종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직장인들이 따지는 ‘가성비’엔 제품의 성능뿐 아니라 다양한 상품들을 구경할 수 있는 재미까지 포함돼 있는 것이다.


▲다이소·노브랜드 판매제품 예시 [자료출처: 다이소 페이스북(좌)/뉴시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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