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안법, 영세상공인에 인증책임 전가한 ‘졸속입법’ 논란

강소슬 입력 : 2017.01.31 18:55 ㅣ 수정 : 2017.02.01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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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E나라 표준인증 홈페이지 캡쳐]

 
(뉴스투데이=강소슬 기자)


의류 및 공산품 ‘KC인증’  기관 부족…영세상공인이 ‘자체 인증’해야 할 처지

정부, 인증기관 자격 요건 완화하는 ‘미봉책’ 던져 놓고 수수방관

산업통산자원부가 지난달 28일부터 시행한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이하 전안법)’이 영세상공인에게 KC인증 (KC인증 마크 획득)을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영세상공인은  KC인증 비용을 부담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인증방식도 독자적으로 마련해야하는 이중 부담을 져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산자부가 여론 수렴 과정없이 탁상행정으로 추진한 전안법이 ‘졸속입법’이라는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가기술표준원(국표원) 핵심관계자는 31일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이와 관련해 “섬유 테스트 해주는 인증기관을 정부가 늘릴 수는 없다. 인증기관의 수가 적다고 정부가 그걸 어찌 할 수는 없다. 섬유에 대해서 KC인증은 안 받아도 되지만 안전하다는 시험은 스스로해서 증빙서류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고 말했다.

섬유 테스트 한 뒤 KC인증을 해주는 기관은 대표적으로 코티티(KOTITI), 카트리(Cartree), 한국의류시험연구원(KATRI) 등 3곳이 대표적이다. 사설기관이 있지만 사실상 유예된 전안법이 내년 1월부터 본격 실행된다면 엄청난 물량의 인증을 처리할 기관이 부족해 수요보다 공급이 적은 실정이다. 대체인력 양성에도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는 게 인증기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수수방관한 채 인증책임을 영세상공인에게 떠넘긴 것이다. 인증기관의 한 관계자는 “KC인증을 위해서는 고가의 기계를 도입하고 연구원들도 확보해야 한다”면서 “이러한 어려움 때문에 대기업도 자체 인증을 진행하다가 포기한 사례가 있을 정도”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대기업도 자체 인증이 어려운데 영세상공인에게 인증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대안으로 섬유의 시험기관이 아닌, 전기 인증기관 지정의 조건을 완화했다. 현재 전기안전인증대상제품으로 전선, 스위치, 조명 등 총 11개 분류 중 2분의 1 이상에 대한 시험능력이 있으면 인증기관으로 지정 가능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3분의 1만 있어도 전기 인증기관으로 지정이 가능해진다.  
 
이처럼 전기 인증기관의 인허가 조건을 급작스럽게 완화했지만, 전안법 시행으로 인해 섬유 테스트 수요가 늘어날 것은 대비하지 못해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국표원 핵심 관계자는 이에 대해 “꼭 공인기관에서만 하지 않아도 된다. 스스로가 시험을 하던지, 대학교에 의뢰를 하던지, 해외시험성적서 등 안전하다는 것을 스스로 확인하고 증명서를 비치하라는 취지다”고 말했다. 정부도 해결하지 못한 섬유 시험해주는 곳 찾기를 영세상공인이 알아서 해결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KC인증기관 관계자, “대기업도 유지하기 힘든데, 개인이 테스트 하는 건 말도 안 돼”
 
KC인증기관의 한 관계자는 이날 뉴스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스스로 확인하고 증명서를 비치하는게 가능하다고 생각해서 정부가 말한 건지 의문이 든다. 섬유에 대한 테스트를 할 수 있는 기계는 여러 가지가 필요할 뿐만아니라 그 기계의 비용은 몇 억을 호가하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이 스스로 테스트 하라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기업도 섬유 테스트를 자체적으로 하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유지하는 비용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동대문의 의류 상인이나 온라인 쇼핑몰의 영세 상공인이 이런 테스트를 한다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라 놀랍다”고 말했다.
 
국표원의 핵심관계자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꼭 해야 되는 일이라 전안법은 시행해야 할 법”이라고 못 박았다. 온갖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폐기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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