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자영업 대출 규제 강화→ 프랜차이즈 업계 ‘기득권 고착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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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이지우 기자)
대형프랜차이즈는 ‘내실화 전략'으로 선회해 타격 줄일 수 있어
신생프랜차이즈 주요 상권에서 가맹점 오픈 불가능해져
정부가 16일 체계적인 상권분석을 토대로 해 경쟁 과열 지역내 자영업 대출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그럴 경우 이미 과잉 시장으로 판명된 서울 시내 주요 상권의 프랜차이즈 신규 가맹점은 은행 대출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알려졌다. <1월 16일 뉴스투데이:[단독] 올해 7월부터 서울 주요상권 프랜차이즈 가맹점 ‘신규대출’ 사실상 불허>
하지만 뉴스투데이의 취재결과, 이 같은 정부 조치에 대한 자영업주와 대형프랜차이즈의 반응은 상당히 온도차가 큰 것으로 17일 나타났다.
치킨업계 중 대형 프랜차이즈로 꼽히는 A회사의 관계자는 이날 “사실 금융위가 대출규제를 강화하더라도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미 전 지역에 어느 정도 매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매장 수 늘리기에 급급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더욱이 본사가 예비 점주들에게 높은 대출금을 안기고 가맹을 하도록 하지 않는다”며 “가급적 부채비율을 최소화하면서 자기 자본으로 창업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커피전문 프랜차이즈 관계자도 “작년부터 가맹점들 늘리기에 목매지 않는 분위기이다. 이미 커피전문점 시장은 과잉됐고 그 시장에서 가맹점주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본사가 노력하는 것이 일이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즉 이미 성장한 대형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신규 가맹점 개설에 급급하지 않는다. 불황시대에 가맹점 수를 늘리는 '성장전략'보다는 기존의 가맹점의 수익성을 개선하는 '내실화 전략'에 치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이번 정부의 자영업자 대출 규제 강화에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었다.
반면에 대형 프랜차이즈가 아닌 이제 막 출발선에 선 신생 프랜차이즈 본사 관계자의 경우 생각이 달랐다.
지난해 음료사업에 뛰어들어 저렴한 가격으로 인지도를 올리고 있는 C회사 관계자는 “우리는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즐비한 지역에 저렴한 가격을 강점으로 파고 들어가면서 자리를 잡고 있는 상황”이라며 “작년에 막 음료사업을 시작해 가맹점을 늘리고 있는데 이런 제약은 타격이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모든 주요 상권이 과열경쟁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소규모인 신생 프랜차이즈 입장에서 새로 가맹점을 오픈할만한 지역은 사실상 없어진다”면서 “금융위 발표대로 대출규제를 한다면 소규모 프랜차이즈가 기존 판도를 흔들기 위해 들어갈 자리는 없다”고 토로했다.
소규모 프랜차이즈 입장에선 내실을 다지기엔 규모가 작기 때문에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가맹점을 늘려야 한다. 그러나 대출규제를 규제를 받게 되면 성장 전략이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특히 작년부터 저렴한 가격과 테이크아웃으로 음료관련 창업이 급증했었다”면서 “금융위의 규제가 예정대로 7월부터 시행된다면 올해 창업 전선에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형프랜차이즈 가맹점주, 인테리어 교체 및 영업활동 자금 마련에 어려움 예상
그렇다면 대형 프랜차이즈가 입는 피해는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 A사 관계자는 “대출 규제가 신규사업자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지만, 이미 사업장을 가진 가맹점주도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영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 가맹점주들이 은행 대출을 받아 공격적인 영업활동을 펼치는 경우가 많은데 대출을 받기 어려워지면 그만큼 영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대형프랜차이즈는 본사에서 인테리어, 신메뉴, 장비 등을 꾸준히 관리한다. 가맹점주 입장에서 창업 이후에도 꾸준히 자금수요가 발생한다. 그동안 가맹점주들은 은행 대출을 통해 인테리어 교체 등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해왔다.
자영업 대출 규제가 시행된다면 기득권을 가진 대형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도 타격을 받게 되는 것이다.
창업트랜드 '저비용', '새 아이템'으로 바뀌나?
따라서 일각에서는 금융위의 이번 조치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창업 트랜드’가 큰 변화를 겪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된다. 바로 ‘저비용’과 ‘新아이템’만이 앞으로 살아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출이 어렵다보니 ‘저비용’으로 창업하는 업종이 부각된다는 것이다. 또 금융위가 상권 내 동종 영세상인 과밀지역에 대한 자영업 신규대출을 불허한다는 방침이므로 ‘新아이템'으로 창업을 할 경우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따라서 프랜차이즈 관계자들은 ‘새로운 아이템’과 ‘저비용’이 결합된 창업 트렌드가 대세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에 의견을 함께 했다.
이와 관련한 사례로는 지난 해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쌀 핫도그’를 들 수 있다. ‘명랑시대 쌀핫도그’는 테이크아웃점으로 가게 규모를 줄이고 인테리어 비용도 최소화했다. ‘핫도그’라는 아이템은 기존 프랜차이즈들이 손대지 않았던 영역이다. 명랑시대 쌀핫도그는 4개월 만에 200여 곳 가맹점을 늘렸을 정도로 파급력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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