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현장에선] 김영란법과 AI파동 겹쳐 ‘융단폭격’ 맞은 자영업과 직장인
강소슬
입력 : 2017.01.12 09:00
ㅣ 수정 : 2017.01.12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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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산한 정부세종청사 인근 식당가 [사진=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강소슬 기자)
‘생활물가 폭등’에 밥값 줄이려는 직장인, 새우등 터지는 음식점들
“신기하게도 올 해의 첫 달부터 ‘월급 빼고 다 오른다’를 몸소 체험하고 있다. 회사 근처에 자주 가던 백반 집에서 항상 따듯한 계란말이를 밑반찬으로 줬는데, 그 계란말이 메뉴는 사라졌다. 백반의 가격도 7000원에서 8000원으로 올랐다. 요즘엔 천원도 크게 느껴져 지난 주부터 도시락을 싸가지고 회사에 다니고 있다”
중소기업에 근무 중인 이근형(32세.가명)씨가 밝힌 ‘물가폭등 대처법’이다. 이 씨는 “월급이 200만원을 넘지 않는 작은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들 입장에서 요즘처럼 생활물가가 뛰어 오르면 충격이 크다”며, “언론보도를 보면 지난 해 12월 물가상승률이 1~2%대라고 하는 것 같지만 ‘남의 나라’ 얘기처럼 들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조루인플루엔자(AI) 사태가 장기화되며 계란값 폭등세가 이어져 평균 30%나 가격이 올랐다. 계란 한 알에 600원 수준으로 라면(440~500원)보다 비싸졌다.
계란보다 물가가 더 오른 것이 바로 채소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가격통계(KAMIS) 사이트에 집계되는 주요농축산물 소매가격을 확인한 결과, 올해 1월 첫째주였던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일부 채소품목의 식자재 가격은 지난해 1월 첫째주(2016년도 1월4일~7일)와 비교했을 때 2배이상 올랐다.
가격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식재료는 당근(141.62%), 양배추(136.84%), 무(135.68%), 계란(59.17%)등이 있다. 물가가 치솟아 냉기를 느끼는 서민이나 직장인들이 외식비를 줄여나가면 그 충격은 고스란히 음식점 주인들에게 넘어간다. 그래서 요즘처럼 ‘자영업의 위기’라는 말이 실감나던 시절은 없었다는 게 중론이다.
요식업계, 김영란법으로 매출 반 토막 나고 식재료 값은 폭등
공무원들 구내식당 이용율 급증, 영양사들은 “식단짜는게 고역”호소
더욱이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100일이 지났다. 식사비 3만원 제한은 요식업계에 큰 타격을 가져왔는데, 특히 관공서 인근에 위치한 식당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월 매출이 30~60%가량 폭락했다.
“사실 점심장사는 많이 남겨야 몇 천원인데, 요즘처럼 식재료 값이 엄청 오르면 정말 천원도 남기기 힘들다. 가격을 올리는 방법보다 반찬의 가짓수를 줄였는데, 손님들의 반응이 싸늘하다. 그나마 수익을 낼 수 있는 저녁 술손님들의 발길도 김영란법 이후 눈에 띄게 줄었다. 10년 넘게 가게를 운영했는데, 올 해를 넘길 수 있을지 고민이 많다”
광화문 인근에서 식당을 하는 A씨는 이렇게 말하면서 “혹시 소문날까봐 두렵다”면서 익명을 신신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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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벤처기업의 구내식당 메뉴 [사진=커뮤니티 캡쳐]
김영란법 시행 이후 공무원들은 대부분 구내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 경기지역 27개 지방정부를 대상으로 구내식당 이용객 현황을 확인한 결과, 16개 시·군의 관공서 내 구내식당 이용객이 지난 2015년 같은 기간에 비해 증가했다고 한다.
부천시의 경우 2015년 12월, 4천84명에서 김영란법 시행 이후인 지난달 1만274명으로, 112% 증가하면서 가장 큰 변동 폭을 보였고 대부분의 시·군은 5~20%대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경기도청사 역시 구내식당 이용객이 2015년 11월, 1만9천475명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대비 2만23명으로, 증가폭을 보였다.
김영란법에 해당되지 않는 직장인들도 최근 사내식당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기 때문이다.
사내식당에서 근무하는 최모(34세.여.) 영양사는 “콩나물국에 콩나물도 별로 없다며 사내식당 밥이 너무 맛없다는 말을 하는데, 요즘처럼 식재료 값이 폭등할 때는 평소보다 재료를 적게 쓸 수밖에 없다. 그나마 닭의 가격이 내려서 닭을 활용한 요리를 자주 하는 편인데 AI파동 때문에 사람들이 닭요리를 반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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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도시락통이 품절이다 [사진=쇼핑몰 캡쳐]
도시락 업체 때 아닌 ‘특수’로 호황, ‘도시락 문화’의 부활?
최근 때 아닌 ‘김영란 특수’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곳도 있다. 관공서와 회사근처에 위치해 가격부담이 적은 도시락업체이다. 도시락업체의 매출은 김영란법 시행 전후를 기준으로 20~30% 상승 했다.
한 도시락 배달업체 배모(38세.남) 사장은 12일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최근 배달어플도 잘 되어 있어 사무실로 도시락을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최근들어 세미나나 회의 때 단체 도시락을 배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만의 개성이 돋보이는 도시락 통을 구매하는 직장인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 최근 다양한 도시락 통이 인기를 끌고 있다.
강남구 신사동의 디자인 회사에 다니는 박진영(28세.여)씨는 회사내에서 올해 ‘도시락 문화’가 부활 중이라고 전했다.
“올해에 회사에서 팀원끼리 도시락 먹기를 하고 있다. 팀원 한명이 반찬 한가지 씩만 가지고 와도 여럿이 모이면 백반집처럼 다양한 반찬을 맛 볼 수 있어 좋다. 은근히 팀원들이 내가 가지고 온 반찬을 잘 먹어주면 기분이 좋아 ‘반찬 자부심’이 생기곤 한다. 이번 달 월급타면 예쁜 보온 도시락통을 구매 하려고 알아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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