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현장에선] 황금 연휴 앞두고 '설 상여금'으로 희비갈리는 직장인들
강이슬 기자
입력 : 2017.01.11 14:22
ㅣ 수정 : 2017.01.11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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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막돼먹은 영애씨 15' 방송 캡처
(뉴스투데이=강이슬 기자)
기업들 47% 올해 설 상여금 지급 못해, "사기진작하려해도 자금 여유 없어"
#1. 회계사무소에서 2년째 근무중인 김경미(27) 씨는 명절이 다가오면 고등학교 친구들과 정기적으로 만나는 모임에 나가는게 꺼려진다. 친구들은 ‘이번 명절 상여금으로 뭘 샀다’, ‘놀러갔다’며 상여금 이야기가 나오는데 김 씨가 다니는 회사에서는 설 상여금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명절 상여금을 당연하게 받는다고 생각하는 친구들 앞에서 차마 상여금은 못받는다는 이야기를 하기가 왠지모르게 창피해 모임 때마다 상여금 이야기를 지어서 하기 때문이다. 친구들은 ‘돈 나갈 곳도 많은데 상여금이라도 받아야 숨통이 트인다’고 좋아하지만, 김 씨는 그 ‘숨통’조차 없어 모임때마다 속으로 박탈감을 느끼곤 한다.
#2. 취업준비 1년 여 만에 지난해 11월 중견기업에 취직한 조윤나(25) 씨는 취업 후 첫 명절을 앞두고 처음으로 받는 상여금에 들떠있다가, 친오빠의 상여금 금액을 듣고는 허탈해졌다. 회사 선배가 귀뜸해준 상여금은 30만원 정도였는데, 대기업에 다니는 친오빠의 상여금은 자신이 받을 상여금보다 5배는 더 많이 받기 때문이다.
조 씨는 "왜 다들 대기업, 대기업 하는지 알겠다. 겨우 취업했는데 또 다시 취업준비해 대기업에 지원하고 싶은 생각도 든다"면서 "그러나 상여금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한다"고 말했다.
오는 27일부터 30일까지 나흘간의 설 연휴가 기다리고 있다. 직장인들의 마음을 설레이게 하는 연초 황금의 연휴이다. 하지만 주머니 사정은 다르다. 조윤나씨처럼 소박한 액수의 상여금을 받는 경우는 행복한 경우이다. 중소기업을 포함시킬 경우 김경미씨처럼 상여금을 구경도 하지 못하는 직장인이 절반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취업포털 사람인이 최근 기업 1611개사를 대상으로 ‘설 상여금 지급 계획’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한 기업의 53%만 가 긍정 답변을 했다. 나머지 47%의 기업의 상여금 지급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설이나 추석 등의 명절에 상여금을 지급하는 이유는 직원의 사기 진작이나 애사심 고취 등에 있다. 하지만 수익성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의 경우 명절 상여금을 지급할 여력이 없는 게 현실이다.
사람인 조사에서도 상여급을 지급하지 않은 기업 757개사 중 절반 정도는 열악한 경영여건을 이유로 꼽았다. ‘지급 여력이 부족해서’(28.7%), ‘회사 경영 실적이 나빠져서’(19.3%) 등의 응답비율을 합치면 48%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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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 규모별 2016년-2017년 설 상여금 평균액수 변화 ⓒ뉴스투데이
설 상여금 지급 기업, 3년 연속 감소세
경기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그나마 상여금을 주는 기업들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이다. 단적인 예로 설 상여금을 주는 기업들은 3년 연속 줄어들고 있다. 설 상여금을 지급하는 기업은 2015년 59.5%에서 지난해 58.1%로 감소했고, 올해 또 다시 53%로 5.1% 포인트나 감소했다. 감소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상여금 지금 평균액수는 지난해보다 올랐으나, 이는 중소기업의 상여금만 올랐을 뿐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상여금 지급 액수는 오히려 감소했다.
사람인 조사에 따르면 올해 직원 1인당 지급하는 설 상여금은 평균 78만원으로 집계됐다. 세부적으로는 ‘10~20만원 미만’(15.8%)이 가장 많았고, 이어 ‘20~30만원 미만’(13.8%), ‘100~150만원 미만’(13.6%), ‘40~50만원 미만’(9.4%), ‘30~40만원 미만’(9%), ‘50~60만원 미만’(8.2%) 등의 순이었다.
설 상여금 액수는 대기업이 가장 높았다. 기업 형태별로 살펴보면 ‘대기업’ 평균은 150만원, ‘중견기업’ 114만원, ‘중소기업’ 74만원의 순으로, 대기업의 상여금이 중소기업의 2배 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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