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창업현장 르포]① ‘창업’의 동상이몽…20대는 “대박” · 중장년층은 “생계유지” 목표

강이슬 기자 입력 : 2017.01.06 18:28 ㅣ 수정 : 2017.03.07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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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서울 대치동 세텍에서 열린 '제43회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를 찾은 예비창업자들이 분주히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강이슬 기자

 
서울 대치동 세텍 전시장에서 개최된 ‘제43회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에는 평일인 6일에도 창업을 희망하는 예비창업자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개막했던 5일에만 1만 2000여명이 찾았다는 게 주최 측 통계이다. 박람회를 찾은 사람들의 세대도 다양했다. 창업은 이제 중·고령층만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구직난에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 예비창업자와 은퇴 후 제 2의 직업을 위한 중장년 창업자가 어우러졌다. 거기에 전업주부들도 몰렸다. 이들은 창업이라는 목표는 같지만, 창업을 선택하게 된 동기는 전혀 달랐다.  <편집자 주> 
 
 
▲ 청년 예비창업자들은 대용량에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커피 프랜차이즈 창업에 관심이 많았다. ⓒ강이슬 기자


(뉴스투데이=강이슬 기자)


20대 청년 예비창업자 “회사원 친구들보다 더 많이 벌고 싶어요!”

수천만원대 창업 비용은 '부모님의 선물', '금수저'의 영역?

박람회장을 찾은 20대 청년 예비창업자들의 주된 관심 분야는 ‘대용량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 창업’이었다. 자신들이 애용하는 음식점업으로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수도권 대학교 4년제 연극영화과 졸업을 앞 둔 조성규(26, 가명) 씨는 “연극영화과 졸업해서 먹고 살기가 힘들고, 딱히 재능을 살려 취업하기도 어려워 창업을 생각했다”고 창업 계기를 밝혔다. 하지만 조씨는 '흙수저'라기 보다는 '금수저'에 가까운 청년이었다. 
 
그는 “대학교 여자 동기들 중 사무직으로 취업한 친구들도 있는데, 월 200만원도 못번다고 하더라. 부모님께서 초기 창업비용은 졸업선물 겸으로 지원해주신다고 해서 창업할 수 있게 됐다. 취직한 친구들보다 스트레스 덜 받으면서 돈도 더 벌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일단 프랜차이즈로 창업을 시작하고 노하우가 쌓이면 (프랜차이즈 아닌)내 가게를 내서 대박내고 싶다”고 밝혔다. 

프랜차이즈 창업을 노리는 청년층은 조씨처럼 여유가 있는 가정의 출신인 경우가 많다. 최소한 수천만원에 이르는 창업비용을 자력으로 조달할 수 있는 청년은 없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초년생에게 부모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게 프랜차이즈 창업 영역이다.
 
어머니와 함께 박람회장을 찾은 서울 4년제 대학 재학생인 김빛나(22세) 씨도 부모님의 도움으로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김 씨는 “원래는 무역회사 입사를 목표로 취업을 준비했는데 준비를 하면 할수록 취업도 어렵고, 진짜 하고 싶은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과 오랜 시간 상의한 결과 청년 창업으로 진로를 변경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부모님께서 무작정 지원해주는건 아니고, 내가 하고 싶은 창업아이템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오라고 하셨다. 카페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어 오늘 카페 위주로 상담을 받고 있다. 초기 창업비용부터 예상 수익과 현재 가맹점들의 매출을 위주로 조사하려고 나왔다. 부모님께서 지원해주신 돈 단숨에 갚을 수 있는 프랜차이즈를 찾고 싶다”고 말했다.
 
김 씨의 어머니 장경희(49) 씨는 “자기 가게 운영하는게 말이 사장이지 요즘같은 불경기에 운영하는게 어려울 것같다. 그래도 아이가 하고 싶어하니깐 남편과 상의해서 지원해주기로 했다. 나중에 잘 돼서 갚았으면 좋겠다”면서 웃었다.
 
직접 만나본 청년층 예비사업가들은 ‘대박’을 꿈꾸고 있었다. 높아가는 청년취업난에 돌파구로 창업을 결정했다. 주변에 취업한 친구들보다 경제적으로 더 여유있는 삶을 그리고 있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청년(15세~29세) 실업률은 13년 만에 가장 높은 8.2%를 기록했다. 취업이 어려운 청년들이 대안으로 창업을 택하고 있다. 지난해 1인 남성 청년가구 중 자영업 종사자의 비율은 12.2%였다. 이는 2006년(7.4%)보다 4.8%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같은 기간 1인 여성 청년가구 중 자영업 종사자 비중도 10.5%에서 21.9%로 11.4%포인트 급증했다.
 

▲ 중장년층은 치킨 프랜차이즈에 관심이 많았으면 대부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강이슬 기자

 
중장년층 예비창업자 “월 200만원 꾸준히 벌고 싶어요!”

퇴직 후 '현상유지' 꿈꾸는 '벼랑끝의 사람들'

반면 박람회장에서 만나 본 중장년층 예비창업자들은 ‘대박’ 보단 은퇴 후 ‘생계유지’가 주목적이다. 때문에 성공한 운영비법을 공유하는 프랜차이즈 창업에 관심을 보였다. '대박'을 꿈꾸는 20대 예비창업자들과는 달리 현상유지를 꿈꾸는 '벼랑끝에 선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박경욱(58) 씨는 “젊은 시절 다니던 회사는 일찍이 퇴직했고, 이후 중소기업으로 옮겨서 5년 간 직장생활을 이어가다가 지난해 퇴직했다. 직장생활을 더 하려고 했는데 자리가 없더라. 창업밖에는 길이 없는 것 같다”며 프랜차이츠 창업박람회를 찾은 이유를 밝혔다.
 
그는 “아직 50대 인데 집에서 놀수는 없지 않느냐”며 “주변에 빵집 프랜차이즈하는 친구가 있는데 꽤 쏠쏠하다고 들었다. 프랜차이즈는 어느 정도 수익이 보장된다고 해서 프랜차이즈 창업으로 마음을 굳혔다. 그런데 아직 어떤 분야를 할지 정하진 못했다. 솔직한 심정으로 월 200만 벌면 어떤것이든 좋다”고 말했다.

전업주부인 김선숙(48) 씨는 남편의 은퇴를 앞두고 창업할 계획이다. 음식점업종을 고려하고 있다. 직장인들을 겨냥해 아침시간과 점심시간에 집중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도시락 가게를 차려 볼 생각이다.

김 씨는 “큰 욕심 없다. 당장에 남편이 주던 생활비가 없어지니깐 생활비랑 내 용돈 정도 벌 생각이다. 그래서 영업시간이 긴 창업 분야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또 인건비가 많이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따지다보니 테이크아웃 중심인 도시락 프랜차이즈가 눈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한편, 5일부터 7일까지 개최하는 이번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는 100여개 업체 250여개 부스의 프랜차이즈 업체가 참여했다. 예비창업자의 수요가 많은 60계 치킨, 바른치킨, 신통치킨, 맥쓰세계치킨 등 치킨 업계부터 커피베이, 메가커피, 더치앤빈 등 카페, 그리고 김밥킹, 본도시락, 타요키즈카페, 베트남노상식당 등 다양한 프랜차이즈 부스가 마련됐다.

아울러 로드스타자문, 한국세무사협동조합, IBK기업은행 등 예비창업자들에게 필요한 노무, 세무, 대출 관련 컨설팅을 받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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