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현장에선] ‘폐업 시대’의 자영업 성공 비결은 ‘가성비 갑’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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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강이슬 기자)
'가성비 갑' 앞세워 가벼운 호주머니 공략한 커피·간식 및 도시락 자영업은 성장세
불황의 골이 깊어지는 2017년에도 자영업은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희망없는 절망은 없는 것처럼 벼량끝에 몰린 자영업도 '가성비 갑 전략'을 통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돼 주목된다.
실제로 지난 해의 경우 자영업은 66%의 폐업률을 보였지만, '가성비 전략'을 앞세워 호주머니가 가벼운 청년층 및 서민층을 공략한 커피, 간식 및 도시락 관련 자영업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가성비 갑'만이 생존하고 발전하는 현상은 새해에 더욱 선명하게 굳어질 것이라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비스업 및 음식업 중심으로 하루 평균 3000명 창업하고 2000명 폐업
하루 평균 3000명이 창업해 자영업에 뛰어들었지만, 그 3분의 2에 해당하는 또 다른 자영업자 2000명은 폐업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일 국세청이 발간한 ‘2016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4년 창업해 2015년 처음으로 부가가치세를 신고한 개인사업자는 106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평균으로 따지면 매일 3000명이 새롭게 자영업체를 차렸다.
신규 개인사업자는 서비스업, 부동산‧임대업, 소매업, 음식업 등 4가지 업종이 전체의 73.5%를 차지했다.
이중에서도 서비스업 자영업자가 20만9000명 19.6%으로 가장 많았다. 이들은 세탁소, 이‧미용실, 고용알선, 여행사, 교육기관 운영 등의 사업체를 창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뒤이어 자신이 소유한 건물·토지 등을 빌려주거나 정수기 등 개인용·산업용 용품을 대여하는 부동산·임대업은 서비스업에 0.4% 포인트 낮은 20만5000명(19.2%)으로 집계됐다. 소매업은 17.6%(18만8000명), 음식업은 17.1%(18만2000명)였다.
하루 평균 3000개의 자영업자가 생겨나는 것은 은퇴 후 노후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베이비붐 세대(1955년∼1963년생)는 물론 취업난에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청년까지 자영업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의 ‘한국의 사회동향 2016’에 실린 ‘1인 청년가구의 소득과 소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인 남성 청년가구 중 자영업 종사자의 비율은 12.2%였다. 10년 전 2006년 비율인 7.4%보다 4.8% 포인트 상승한 수치이다.
한국노동연구원 성재민 동향분석실장은 ‘2016 노동시장평가와 2017년 고용전망’ 보고서를 통해 “경기둔화로 일자리가 부족해 창업으로 내몰리거나 한계자영업자들이 일자리 부족으로 버티는 상황에 자영업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자영업이 이 같은 '혹한기' 속에서도 살아남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가성비 갑' 전략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1, 2년 간의 자영업 추이를 분석해보면 명확하게 드러난다.
스타벅스를 누른 편의점 커피와 카페베네의 굴욕이 주는 교훈
불황 대처 나선 직장인들, 1000원대 아메리카노 수요 증대 이끌어
우선 세븐일레븐, CU, GS25 등 편의점 3사의 커피 판매량은 치솟고 있다. 지난 해 국내 1위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 스타벅스의 판매량을 따라잡았다. 편의점 3사의 지난 해 11월 원두커피 판매량은 958만 잔으로 스타벅스의 월 평균 커피 판매량에 육박한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올해에 편의점 3사의 커피 매출이 스타벅스를 훌쩍 넘기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편의점 커피의 최대 무기는 ‘가격 경쟁력’이다. 1000원대 초반에 불과해 커피 전문점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맛’과 같은 품질이 크게 뒤지지 않는 점도 매력이다. 커피소매점 업계의 ‘가성비 왕’의 자리에 편의점이 올라선 것이다.
롯데그룹 계열 편의점인 세븐일레븐이 2015년 1월 자체브랜드(PB) 드립커피인 '세븐카페'로 커피시장에 첫 선을 보였다. 이어 CU와 GS25가 각각 같은 해 12월 '카페 겟', '카페 25'를 출시해 경재 대열에 합류했다. 신세계그룹 계열의 편의점 위드미는 후발주자로 뛰어들면서 기존 편의점 커피의 절반 가격인 500원짜리 원두커피를 내놓았다.
여성 직장인 김민정(31. 가명)씨는 2일 뉴스투데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아침에 출근해서 인근의 커피전문점에서 카페라떼 한 잔을 사서 업무를 시작하고 점심 식사 후 디저트로 또 한 잔을 마시는 게 일상의 업무 패턴”이라면서 “커피 전문점을 이용하면 하루 평균 1만원이 들었는데 편의점으로 갈아 탄 후 2000원이면 충분해졌다”고 말했다.
김 씨는 “솔직히 점심 값보다 커피 값을 더 많이 지불하면서 ‘김치녀’라는 항간의 비속어의 주인공이라는 생각도 들었다”면서 “저렴한 편의점 커피를 이용하는 직장인들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게 시대적 흐름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씨와 같은 직장인이 소수가 아니라 다수임은 지난 해 실적에서 선명하게 나타난다. GS25의 카페25 매출은 지난 해 11월 누적 기준으로 전년 동기대비 268%포인트라는 폭발적인 증가세를 과시했다. CU의 겟 커피도 같은 기간 동안 전년 동기 대비 63%포인트가 증가했다.
편의점 커피 수요 증가도 직장인들이 주도하고 있다. CU의 상권별 원두커피 매출 증가율을 지역별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오피스, 산업지대 상권이 각각 84%와 71%의 증가율을 보여 평균치인 63%를 훌쩍 넘어선다.
기존 커피 전문점들도 ‘가성비’에 따라 명암이 엇갈리는 흐름을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한국공정거래조정원(조정원)의 ‘2015년 커피 프랜차이즈 비교 정보’에 따르면, 카페베네는 지난해 3분기까지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50억 5900만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카페베네는 2015년에도 국내 커피 브랜드 프랜차이즈 중에서 가장 높은 14.6%의 폐업률을 보였다.
10대 국내 커피 브랜드 프랜차이즈 중 투썸플레이스처럼 강력한 대형화 전략을 구사한 프랜차이즈와 이디야커피나 빽다방처럼 소형화 전략을 내세운 곳은 성장세를 유지했다.(뉴스투데이 2016년 9월 19일자 보도 ‘[창업시대 명암]② 커피 프랜차이즈 3강…이디야커피·투썸플레이스·빽다방 부상’ 참조)
이디야커피는 2000원대의 아메리카노 메뉴를 앞세우고 매장을 소형화 함으로써 편의점 커피 시대를 이겨내고 있다. 특히 빽다방은 음료 한잔에 1500원 안팎의 가격을 책정하는 ‘가성비 전략’을 통해 올해에도 가맹점을 500여 개로 늘렸다. 수익성도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그 결과 커피 전문점 매장 개설비 대비 매출액이 가장 높은 프랜차이즈는 빽다방으로 조사됐다. 2015년 기준으로 빽다방은 매장 3.3㎡를 기준으로 개설비 805만원이 소요됐고 연매출액은 2886만원을 거두었다. 이를 ‘수익성’(단위 면적당 매출액/단위 면적당 개설비)의 개념으로 환산하면 358.5%가 된다. 그 뒤를 이어 이디야가 수익성 319.3%로 2위를 차지했다. 이디야는 매장 3.3㎡당 개설비 499만원, 연매출액은 1595만원이었다.
즉 가성비를 높이고 매장을 소형화한 빽다방과 이디야는 성장세를 지속하지만 뚜렷하게 대형화 혹은 고급화도 하지 못한 채 어중간한 위치에 있었던 카페베네는 '편의점 커피 태풍'에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풀이된다.
'가성비' 뛰어난 추억의 먹거리가 강남역의 청년층을 사로잡아
경기침제가 장기화되면서 간식거리도 ‘가성비의 법칙’이 지배하고 있다. 88핫도그, 명랑시대쌀핫도그 등과 같이 가격은 낮추고 품질은 올린 ‘추억의 식품’이 성장세를 보인다. 강남역 인근에서 인기몰이를 시작한 88핫도그는 개당 가격이 800원이지만 흑미 반죽으로 튀겨냈다. 맛과 건강을 책임지면서도 호주머니가 가벼운 사람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젊은이의 거리에서 통한 것이다.
명랑시대쌀핫도그는 쌀떡에 소시지를 넣은 제품으로 개당 1000원이다. 프리미엄급은 1500원이다. 독특한 풍미를 즐길 수 있지만 가격이 저렴해서 인기몰이중이다. 청년협동조합 형태로 출발한 명랑시대쌀핫도그는 2016년 7월 부산에서 1호점을 선보인지 3개월만에 전국에 160개의 가맹점을 열었을 정도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명랑시대쌀핫도그 관계자는 “호주머니가 가벼운 청년들에게 과거에 대한 향수와 함께 바쁠 때 한 끼를 대신할 수 있는 든든하고도 맛난 간식거리를 싼 값에 제공한다는 아이디로 사업을 시작했다”면서 “청년들 사정을 잘 아는 청년들이 고안한 사업 아이템이라 시장에서 즉각 통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년을 버티기 힘들다는 자영업 시장이지만 명랑시대쌀핫도그는 청년들에게 오래가는 추억의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라면서 “역설적으로 불황이 깊어질 수록 우리 제품의 생명력은 돋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성비 의존 전략은 위험, 전문성 강화가 더 중요" 지적도
그러나 가성비 중심의 창업에 대한 비판적 견해도 적지 않다. 두드림창업경제연구소 박민구 소장은 2일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최근 대용량 저가 상품을 내세운 창업 전략이 많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복고나 1인 가구 겨냥 상품이 창업트렌드로 떠올랐다. 트렌드를 잘 읽는 것이 중요하나 트렌드가 끝나는 시점을 무시해서는 안된다”며 “경기가 좋아지면 대용량 저가상품이나 1인 가구 겨냥 상품의 트렌드는 저물게 될 것이다”고 분석했다.
이를 대비 하기 위해서는 “트렌디한 창업 아이템은 진입장벽이 낮다는 것이 특징이다. 트렌드를 잘 읽고 따라가돼 자신만의 기술이 있어야 한다. 창업을 직업으로 생각하고 전문성을 갖추어야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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