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16] ‘종무식’이 사라지고 있다…달라진 직장풍속도

침체된 사회분위기 반영 종무식 생략∙간소화
종무식 대신 나눔-봉사 행사 갖는 사례 증가
(뉴스투데이=정진용기자) 삼성그룹은 올해도 종무식을 갖지 않기로 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임직원들에게 그 동안 쓰지 못한 연차휴가를 쓰라고 독려, 상당수가 휴가를 즐기고 있다. 포스코그룹 역시 별도의 종무식을 생략하기로 했다. 대신 지난 16일 포스코센터에서 고객사들을 초청, ‘2016 고객 감사의 밤’ 행사를 열었다. 전통적으로 종무식을 고수해온 LG는 지난 23일 구본무 회장 주재로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계열사 임직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종무식을 진행했다. 다만 별도의 종무식은 계열사별로 진행하기로 했다.
종무식이 직장에서 사라지고 있다.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시무식과 끝을 알리는 종무식은 기업들에게 매우 중요한 행사였다. 그 기원이 언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일제 강점기인 1939년 조선총독부에서 종무식을 가졌다는 동아일보 보도(1939년12월29일자 1면)를 보면 종무식은 오래 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종무식을 생략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그 의미가 퇴색해가고 있다. 현재 종무식을 실시했거나 계획중인 기업은 현대차그룹, 한화, LG 등으로 과거에 비하면 그 수가 현저히 줄었다. 하더라도 계열사별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영화관람, SNS 종무식 등 이색행사로 대체
◇종무식 대신 뜻 깊은 행사=종무식이 사라지면서 대신 의미 있는 행사로 대체하는 직장이 늘고 있다. 경기도 양주시의회는 지난 29일 양주시 고읍지구의 한 영화관에서 최근 흥행몰이 중인 신작 '마스터'를 관람하는 것으로 종무식을 대신했다.

서울 양천구(구청장 김수영)에서는 30일 오후 3시 나눔과 희망을 담은 ‘착한 종무식’을 갖는다. 양천구는 직원들이 사전에 기부한 물품을 경매를 통해 판매, 경매 수익금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모두 기부하기로 했다.
서울 성동구(구청장 정원오) 역시 이날 오후 종무식 대신에 경매행사를 갖기로 했다. 경매 수익금은 전액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된다. 경매 후에는 색소폰 연주, 노래자랑 등 직원들의 공연도 갖기로 했다.
경북 칠곡군은 군청에서 종무식을 갖는 대신 31일 전 부서가 현장을 찾아 사회봉사활동을 펼치기로 했다. 민생현장 체험으로 진행되는 이번 종무식은 칠곡군 전체 공무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374명이 참여해 소외된 이웃에 대한 봉사와 청소 등 환경정비 활동을 하기로 했다.
코스닥기업 슈피겐코리아는 이날 직원들이 참여하는 SNS종무식을 열어 화제다. 본사 라운지를 특별 스튜디오로 꾸며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으로 종무식을 진행했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 중국 지사 등 250여명의 임직원들이 휴대폰과 개인 컴퓨터를 이용해 생방송으로 종무식에 참여했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내년 시무식도 대부분 조촐하고 간소하게
◇시무식도 차분하게=종무식이 생략되거나 의미 있는 행사로 대체되면서 시무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대부분 간단한 시무식으로 새해를 맞기로 했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후 그룹 차원의 신년하례식을 하지 않고 있다.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이 1월 2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리는 시무식에 참석하기로 했다. SK도 내년 1월2일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최태원 회장과 계열사 임원들이 참석하는 신년회를 열기로 했다. LG 역시 1월 2일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구본무 회장이 주재하는 새해 인사 모임을 갖기로 했다.
롯데그룹은 내년 1월 2일 주요 간부만 그룹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 회의실에 모여서 조촐하게 시무식을 하기로 했다. 포스코 역시 내년 1월 2일 오전 중에 권오준 회장 주재로 30분 정도 간소하게 시무식을 열기로 했다.
두산그룹은 종무식도, 시무식도 하지 않기로 했다. KT는 주요 임원이 내년 1월 2일 현장을 돌면서 직원들을 독려하는 것으로 시무식을 대체하기로 했다. CJ그룹은 그룹 차원의 임원 시무식을 할지 여부를 아직 정하지 못했다.
내년 1월 4일 열리는 대한상공회의소의 경제계 신년회 역시 올해보다 간소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의 신년인사회는 경제계를 비롯해 대통령, 국회의원, 주한 외교사절, 학계·론계·사회단체 대표 등이 참석하는 대규모 행사다.
올해의 경우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했지만 내년에는 황교안 권한대행이 대신 참석할 예정이다. 하지만 주요 재벌그룹 총수들은 참석 여부가 불투명하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 총수들은 올해 초 행사에도 불참했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