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16] 지난해도, 올해도 직장인 화두는 ‘생존’이다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기업도, 개인도 생존을 위해 몸부림친 2016년
직장인들, 2년 연속 생존이 화두인 서글픈 현실
지난해 12월31일자 뉴스투데이는 ‘무한상사 정준하의 눈물로 본 ‘생존’의 키워드’라는 제목의 기사를 다뤘다. 꽁트 형식의 드라마에서 정준하는 순수하지만 무능한 중간간부로 찍혀 결국 구조조정의 회오리를 피하지 못하고 회사에서 쫓겨난다. 당시 기업들이 앞다퉈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수많은 직장인들이 길거리로 내몰린 세태를 반영했다고 해서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해가 바뀐 올해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오히려 더 상황이 악화됐다는 것이 직장인들의 푸념이다. 대한상의 회장단은 올해를 상징하는 한자로 ‘도약하다’는 뜻의 도(跳)와 ‘희망하다’는 뜻의 희(希)를 1, 2위로 꼽았다. 그러면서 ‘생존하다’는 의미의 활(活)을 3위에 꼽았는데, 결국 올 한해 재계의 화두가 됐던 것은 생존이라는 키워드였다.
많은 기업들은 12월이면 내년도 사업계획을 짜느라 분주하다. 총수들이 직접 새해 구상을 밝히는 것도 이 즈음이다.
그러나 올해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까지 겹쳐서인지 2017년 사업계획에 대한 재계의 구상이 나오고 있지 않다. 오히려 미르와 K스포츠 재단 출연과 관련해서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을 파헤치는 특별검사팀(특검 박영수)의 줄소환을 앞두고 재벌총수들은 연말인사까지 미루며 몸을 낮추고 있다.
한 재벌기업 임원은 “대외적으론 미국과 유럽의 보호주의 무역기조가 강화되고, 중국 역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배치를 둘러싼 한중간 갈등과 자국경제 이익을 앞세워 한국상품의 수입을 규제하고 있고 대내적으론 최순실 사건으로 경제심리가 얼어붙어있는 상황”이라면서 “경제는 예측이 가능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내년도 경제가 어떻게 전개될지 한치 앞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업들 앞다퉈 구조조정 = 통계청의 ‘2015년 기준 기업생멸 행정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영리기업 중 활동기업은 555만4000개로 전년 대비 0.1%(5000개) 감소했다. 반면 폐업을 하거나 1년 이상 활동하지 않은 소멸기업은 77만7000개로 전년 대비 11만2000개가 증가했다. 이 같은 수치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최고치다.
대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30대 그룹은 올 들어 11월까지 1만4000명 이상의 직원을 줄였다. 이는 4500명 수준이었던 고용축소 규모보다 2.1배 더 많은 것이다. 이에 따라 30대 그룹의 전체 고용 규모도 100만명 미만으로 축소됐다.
재계 대표기업인 삼성그룹이 전체 직원 수를 9500명 이상 줄이면서 고용쇼크를 불러일으켰다. 삼성그룹은 삼성중공업,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엔지니어링, 삼성물산 등 5개 계열사에서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한 가운데 총 22개 계열사에서 9515(4.3%)명을 내보냈다. 계열사별로 삼성중공업이 1795명으로 가장 많고, 삼성SDI 1710명, 삼성전자 1524명, 삼성물산 1392명 등의 순이었다.
특히 최악의 업황으로 수주절벽에 내몰린 조선3사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됐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중공업 3660명을 비롯해 5개 계열사에서 4110명(10.9%)을 줄였고, 대우조선해양은 676명(5.1%)을 내보냈다. 앞서 언급한 삼성중공업까지 합하면 조선 3사에서만 감원 규모가 6131명에 달했다.
◇직장인들 감원 칼바람에 생존이 키워드 부상 = 기업이 구조조정에 나서면 직장인들은 일터를 위협받게 된다. 올해 30대 기업에서 자의든 타의든 쫓겨난 직장인 수만 1만4000명에 달한다. 그럼에도 직장인들의 생존투쟁은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자 미래형이다. 올해도 그랬지만, 내년에도, 또 내 후년에도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이란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최근 직원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내년 포스코엔지니어링과의 합병을 앞두고 500명 이상의 인력감축을 목표로 잡았다. 포스코엔지니어링까지 합치면 1000명 이상의 직원이 포스코를 떠난 것으로 추정된다.
대기업의 구조조정은 대기업과 거래관계에 있는 중소기업들에게는 악몽 그 자체다. 일감이 줄어드니 자연스럽게 인력감축에 나설 수 밖에 없다.
인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인천의 남동·부평·주안공단 입주업체는 올해 4월 기준 8038곳으로 1년 전(8221곳)보다 2.2%(183곳)이 감소했다. 대기업과의 거래축소로 경영난에 몰린 중소기업들이 문을 닫은 것이다.
남동공단의 한 반도체 금형 생산업체인 A사는 최근 작년과 올해 직원 수를 60%이상 감원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매출이 줄어들면서 직원들을 계속해서 감원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불안해 했다.
고용불안이 커지면서 직장인들의 근무자세도 크게 변하고 있다. 대기업 과장으로 근무중인 김모(36)씨는 “회사 분위기가 계속 흉흉해 지면서 스스로 잔업을 자원하는 직원들도 적지 않다”면서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는 ‘일이 힘들다’고 얘기하는 것 자체가 사치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