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현장에선] 몰락하는 신의 직업, 변호사들의 반란

황진원 입력 : 2016.12.28 16:55 ㅣ 수정 : 2016.12.28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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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변호사협회 전 사무총장인 황용환 변호사가 매년 1500명의 변호사를 배출하는 법무부에 ‘변호사 수 감축’을 주장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황진원 기자)
 
현직변호사, 매년 1500명 변호사 배출하는 법무부에 ‘생존권 침해’ 주장
 
현직변호사가 매년 변호사시험을 통해 15000명 이상의 합격자를 선발한 법무부에 대해 ‘변호사의 생존권을 침해하는 위법행위’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신의 직업’으로 불리우는 변호사가 ‘생존권’을 거론하며 현행 제도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대한변호사협회 전 사무총장인 황용환 변호사는 28일 “변호사시험으로 매년 1500명 가량의 변호사가 배출되고 있는데, 이는 변호사의 헌법 제34조 제1항인 생존권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위헌”이라며 헌법소원 제기 이유를 밝혔다.
 
황 변호사는 청구서를 통해 “법무부는 내년 4월28일 발표할 제6회 변호사시험 합격자도 이미 1500명 이상으로 결정했다”며 “지금처럼 해마다 로스쿨 총 정원의 75% 이상의 숫자를 변호사로 선발할 경우 변호사들 생계가 도저히 유지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황 변호사에 따르면, 법무부는 1회 변호사시험부터 지난해 치러진 5회 시험까지 매년 로스쿨 입학 정원 2000명 중 75% 이상을 변호사로 선발하면서 최근 5년간 연평균 1888명의 변호사를 배출했으며, 과도한 변호사 배출로 인해 수임 실적이 급격히 줄어드는 등 생계를 위협당했다고 주장했다.
 
 
현직변호사 ‘수입 절벽’ 이유는?…국내 법률업계 포화 혹은 양극화  
지난해 연간 매출액 2400만원 미만으로 신고한 변호사는 전체의 17.8%
 
실제로 국내 변호사 업계는 양적 성장에 치우친 정부 정책에 의해 지난해부터 급속히 포화 상태로 접어든 상황이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된 전국 변호사 수는 지난 10월을 기준으로 2012년 1만4534명에서 2013년 1만6604명, 2014년 1만8708명, 2015년 2만531명으로 꾸준히 증가한 반면, 서울지방변호사회에 소속된 변호사의 1인당 월평균 수임 건수는 2014년 1.97건으로 2건대가 무너진 데 이어 올해 상반기 1.69건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지방변호사협회 법제연구원은 지난해 ‘적정 변호사 수에 대한 연구’에서 법무부가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매년 현재와 같은 1500명으로 배출한다 가정하고 변호사의 은퇴 시점을 75세로 잡았을 때, 2050년에는 변호사 수가 7만2952명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고소득 직군으로 알려진 변호사 배출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현직변호사들은 ‘수입 절벽’에 내몰린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와 법률신문이 공동으로 조사한 ‘변호사의 삶’ 설문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2563명 가운데 52%인 1332명의 변호사가 자신의 월소득이 300만~600만원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상위 100대 기업의 평균 연봉인 7741만원(월 645만원)보다 낮은 수익률이다.
 
금액대별로 나누면 400만∼500만원이라는 응답이 20.1%(514명)로 가장 많았으며, 200만원 미만이라는 응답자도 93명(3.6%)으로 조사됐다. 변호사간의 수임료 양극화 현상 또한 심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수원정)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전문직 사업자 소득 자료에서도 지난해 전문직 사업자로 신고한 변호사 중 연간 매출액이 2400만원 미만이라고 신고한 이가 전체의 17.8%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지방변호사협회 법제연구원은 법무부는 “지금과 같이 매년 1500명의 변호사 배출수를 유지한다면 2050년이면 변호사의 연간 순수익은 1521만원 수준까지 떨어질 것”이라며 변호사의 생계 위기를 전망하기도 했다. 
 
▲ 대한변호사협회 소속 변호사들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변호사 생존권 보장 및 행정사법 개정안 저지를 위한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투데이
 
‘적정 변호사 수’ 둘러싼 ‘밥그릇 논란’ 재연 불가피
 
이에 따라, 최근 현직변호사들이 생존권을 내세우며 집회를 진행하는 등 파장이 커지면서 변호사 단체들을 중심으로 ‘적정 변호사 수’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지방변호사협회는 현직변호사가 연간 20건의 수임 사건 수를 유지하기 위해선 연간 변호사 배출 수를 500~600명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변회 법제연구원은 2014년을 기준으로 일본의 변호사 1인당 인구수는 3625명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2769명으로 일본보다 인구수 대비 전체 변호사 수가 많다고 지적했다.
 
인구수 대비 연간 변호사 배출 수도 일본보다 많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보다 인구수가 2.5배 많고, GDP 수준이 4배 가량 높은 일본의 올해 변호사 배출 수는 1853명으로 1851명을 배출한 우리나라가 적어도 일본의 2.5배가 넘는 변호사를 배출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로스쿨 관계자들은 변호사 배출 수를 통제하면 제대로 된 법률 서비스 공급이 이뤄지지 못한다는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다양한 학부의 전공지식을 쌓은 변호사들이 법조시장에서 특권의식을 버리고 각종 분야에 진출해 업무영역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학계에서는 변호사 수에 대한 논의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주장 또한 나온다. 이들은 변호사의 의미를 자격증 발급 여부를 통해 정하기 때문에 국가가 인원을 정해 통제할 이유가 없으며 법률 시장의 크기에 따라 자연스럽게 규모가 결정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결국, 법조계의 ‘적정 변호사 수’ 를 둔 공방이 치열해짐에 따라, 최근 일어난 공인중개사와의 영토 분쟁에 이어 또 한번 변호사의 ‘밥그릇 논란’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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