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고용절벽’에 내몰려 자영업 뛰어든 청춘들 성적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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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정진용기자)
1인 남성 청년가구 중 12.2%가 자영업자
과당경쟁으로 1년내 폐업률도 35% 달해
#1. 지난해 수도권대학 무역학부를 졸업한 H(28)씨는 최근 인천시 연수구에서 테이크아웃 전문 커피숍을 냈다. 졸업 후 2년간 취업을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결과는 거듭된 낙방. 고민 끝에 자기사업을 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 부모로부터 3000만원을 빌리고, 아르바이트로 모아둔 1500만원을 합쳐 5평 규모의 테이크아웃 커피숍을 차렸다. 초기투자금은 3500만원선.
처음에는 카페형을 생각했으나 초기투자금이 7000만원 정도 필요하다는 말에 일단 테이크아웃으로 시작하기로 했다. 아직은 이렇다 할 수입은 나오고 있지 않지만 인근 직장인들 사이에 싸고 맛있는 커피숍이란 입소문이 돌면서 조금씩 단골이 늘고 있다. 황씨는 내년에는 자리를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 서울 소재 대학 패션학과를 졸업한 C(30ㆍ여)씨 역시 취업 대신에 창업을 선택한 케이스. C씨는 교환학생으로 1년간 스페인 대학에서 유학생활을 경험했지만 졸업 후 마음에 맞는 직장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3년전 자본금 5000만원으로 옷가게를 시작했다. 동대문시장에서 옷을 떼다가 20~30%의 마진을 붙여 팔았다. 초기에는 장사가 괜찮았는데, 주변에 비슷한 옷가게들이 많이 생기면서 요즘에는 수입이 줄어들었다. 가게월세를 내면 손에 쥐는 돈은 120만원선. C씨는 “폐업을 심각하게 고려중”이라고 했다.
고용절벽에 내밀려 창업이나 자영업을 선택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취업에만 매달리는 것보다 자기 앞날을 스스로 개척하려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나, 준비부족으로 쓴맛을 보는 사례가 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자영업 등록자 수는 2015년 기준 479만개다. 2014년 480만2000개였으나 1년새 1만2000개가 감소했다.특히 이들의 매출을 보면 연 4600만원 미만이 전체의 51.8%로 절반을 넘어섰다. 연 매출이 1200만원 미만이라고 답한 자영업자 수도 101만8000개에 달했다. 자영업자 5곳 중 1곳은 한 달에 100만원도 못 번다는 얘기다.
고용원 없이 고용주 단독으로 운영하는 사업자는 전체의 82%에 달해 힘겹게 고군분투하는 1인 자영업자가 거의 대부분임을 보여주고 있다.
자영업자 비율 28.2%로 OECD 평균 15.8% 크게 웃돌아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중은 다른 나라보다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자영업자 비율은 28.2%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15.8%)을 크게 웃돌고 있다. 명예퇴직으로 거리로 내몰린 직장인과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이 너도 나도 창업에 뛰어들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이로 인해 지난 1년 동안 개인사업자 대출은 12% 증가한 222조9045억원으로 가계대출 증가율 7.9%를 크게 웃돌고 있다.
문제는 사정이 이런데도 구직난에 시달린 청년들이 자영업에 뛰어들어 시장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통계청의 '한국의 사회동향 2016'에 실린 전북대 문성만 교수의 '1인 청년가구의 소득과 소비'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1인 남성 청년가구 중 자영업 종사자의 비율은 12.2%였다. 10년전인 2006년에는 이 비율이 7.4%였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폐업을 하는 사례도 덩달아 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소상공인은 8만9000명에 달했다. 창업 후 1년 내 폐업률이 35%에 이르고 2년차에 55%, 3년차에는 85% 이상이 폐업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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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 문성만 교수는 “1인 청년가구 중 자영업 종사자들이 늘어나면서 가계소득 중 사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기업들의 채용 감소가 청년창업 증가로 이어졌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에 뛰어들더라도 준비만 잘하면 성공확률이 높다고 조언하고 있다. 서울시 곽종빈 소상공인지원과장은 “서울시의 경우 자영업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예비창업자, 업종전환 희망자, 폐업위기에 처한 소상공인 등 누구나 편안히 문을 두드릴 수 있는 열린 공간”이라며 “다양한 업종의 경영개선 분석 사례를 통해 소상공인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교육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실제로 소상공인의 전 생애주기별 맞춤형 원스톱 컨설팅을 해주는 ‘서울시 자영업지원센터’를지난 7월 19일 마포구 공덕동 서울신용보증재단 본점7층에 개설했다. 지금까지 일평균 82명의 소상공인이 이 센터를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의 주된 목적은 창업 아이템과 상권 입지 분석 상담을 한 사례가 가장 많았으며 창업보증 때문에 찾은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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