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 현장에선] 은행권, ‘유연근무제’로 직원 ‘삶의 질’과 ‘실적 개선’ 두 마리 토끼 노려

오지은 입력 : 2016.12.26 12:57 ㅣ 수정 : 2016.12.26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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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워킹맘이 회사 PC를 바라보고 있다. ⓒ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오지은 기자) 

 
은행원 성연미 씨, 유연근무제로 육아 문제 해결돼 업무효율 높아져

#. 은행원 성연미(32) 씨는 워킹맘이다. 과거에는 일과 육아를 병행하느라 마음고생이 심했다. 특히 아침 출근 시간에 남편과 번갈아 가며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는 문제로 옥신각신했다. 세수하고 출근하기에 바쁘다 보니 부모로서 당연히 할 일인데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미루면서 언성을 높이는 날이 적이 않았다.    

그러나 유연근무제가 도입되면서 연미 씨는 오전 11시에 출근한다. 아이를 여유있게 유치원에 바래다주고 바로 점포로 출근하면 된다. 따라서 아침에는 성 씨가 맡아 늦게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게 됐다. 대신 저녁에는 남편이 데려오는 것으로 정했다. 요즘에는 육아문제로 남편과 다툴 일이 거의 없어져 업무 효율도 높아지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KB국민은행 시범운영후 전면 실시 검토

최근 주요 시중은행들이 '유연근무제' 도입 등을 통해 근무형태의 혁신을 도모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26일 고객서비스 확대와 직원 생산성 향상을 위한 다양한 형태의 유연근무제 모델을 시범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민은행은 유연근무제를 시범적으로 운영하면서 모델별 효율성을 검증하고, 내년 중 전면 시행을 검토할 예정이다.
 
유연근무제는 다양한 점포 환경과 고객 니즈를 반영해 직원에게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고, 고객에게는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KB국민은행이 시범운행하게 되는 유연근무제는 △시차 출퇴근제 △2교대 운영지점 △애프터뱅크(AfterBank) △아웃바운드라운지(가칭) 등 총 4개 모델이다.
 
‘시차 출퇴근제’는 직원별 출퇴근 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제도로 출근시간을 9시, 10시, 11시 중 자발적으로 선택하여 근무하게 된다. 늦게 출근하는 직원은 사전 예약 고객의 상담업무나 아웃바운드 마케팅을 수행한다. ‘시차 출퇴근제’는 지난 13일부터 전국 45개 영업점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되고 있다.
 
‘2교대 운영지점’은 직원이 2교대로 근무하면서 실질 영업시간을 16시에서 19시로 확대하는 형태의 영업점이다. 오전보다 상담 니즈가 많은 오후 시간에 직원을 집중하여 영업함으로써 평소 내점이 어려운 직장인, 자영업자 고객의 은행거래 편의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이 모델은 우선 3개 점포에서 내년 1월부터 시범 운영되며, 추후 거점지역별 확장을 검토할 예정이다.
 
‘애프터뱅크’는 영업시간을 변경(12:00~19:00)한 특화점포 모델로 현재 서울 시내 4개점이 운영 중이나, 내년부터는 영업시간을 10:00~17:00, 11:00~18:00 등으로 다변화해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킬 예정이다. 서울은 물론 부산, 울산, 인천 등 지역별로 5개 점포에서 우선 시행된다.
 
원격업무처리 환경을 구비한 ‘아웃바운드 라운지(가칭)’를 연내 오픈하고, 향후 운영성과에 따라 주요 지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라운지에서는 아웃바운드 마케팅 활성화를 위한 직원들의 원격지 고객 상담 및 실시간 업무처리 등을 효율적으로 지원한다.


신한·기업·KEB하나 등도 유연근무제 확산 추세
 
이처럼 출근 시간과 근무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가 은행권을 중심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7월 국내 시중은행 최초로 유연근무제를 도입했고, 스마트워킹센터 근무, 재택근무, 자율출근제로 구성된 ‘스마트 근무제’를 도입한 바 있다.
 
신한은행은 오늘(26일)까지 차장 이하 직원을 대상으로 재택근무 공모를 진행해 아예 인사발령까지 내서 재택근무 등을 보장할 예정이다. 기존에는 전날 담당 관리자급에게 재택근무 사실을 알린 뒤 다음 날 출근하지 않는 방식이었다.
 
기업은행도 본점에 있는 30여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시차 출퇴근제를 진행 중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시범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진행안을 만들 예정"이라며 "도입은 내년에 할 예정이나 정확한 시기는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KEB하나은행도 인사부를 중심으로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오프라인 영업점 이용 시간대 다양화 통한 고객 만족도 제고 전략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유연근무제 도입에 나선 것은 달라진 영업 환경과 직원들의 수요와 관련이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운영하면 고객의 수요에 따라 늦은 오후에 고객이 몰리는 영업점은 운영 시간을 늘리거나 고객이 많은 시간대에 직원을 더 배치하는 식으로 인력을 탄력 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에는 영업시간 직전에 방문한 고객들이 업무를 보지 못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면 고객들의 은행 이용 편의가 큰 폭으로 증진된다는 것이다.  즉 고객 서비스와 직원 복지의 측면에서 모두 성과가 높아진다는 게 국민은행측 판단이다. 
 
실제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육아나 개인적인 삶의 리듬에 맞춰 출근시간과 근무지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6개월간 스마트근무제를 운영해 보니 직원 만족도가 아주 높아졌다. 직원들의 업무 능률이 향상되면 장기적으로 실적 개선 등 생산성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핀테크 도입등으로 일선 오프라인 영업점의 존재 가치를 고객들의 눈높이에 맞춰 부각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고객들이 은행창구를 이용할 수 있는 시간대를 다양화할 경우, 고객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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