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리포트] ‘인구절벽’이 불러 올 ‘신의 직장’의 몰락

정승원 입력 : 2016.12.24 14:24 ㅣ 수정 : 2016.12.24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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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구절벽과 그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로 전국의 학교들이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련 없음. ⓒ뉴시스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학령인구 감소로 학교 개수 감소 불가피

 

대학 등도 구조조정 여파로 일자리 위협

 

수도권대학 사범대 영어교육학과 2학년 김모(21·여)씨는 요즘 복수전공을 준비 중이다. 졸업하는 선배들이 임용고시에 번번이 고배를 마시는데다 최근 학령인구가 줄어들면서 중등학교 교사자리를 얻기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란 신문보도를 보고 ‘플랜B’를 준비하는 게 좋다는 생각에서다. 김 씨는 “어렸을 때 꿈이 선생님이었는데, 최근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내 꿈을 이루기가 힘들다는 생각에 점점 자신감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22일 발표한 ‘10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 10월 출생아 수는 3만1600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13.9% 감소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0년 이후 최저치다.

 

올해 1∼10월 누적 출생아 수는 34만9000명으로 전년동기대비 6.4% 줄며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 추세라면 올해 출생아 수는 41만3000명 정도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가장 적은 수준에 해당한다.

 

학령인구의 감소는 학생들이 있어야 존재하는 학교에게는 치명적인 소식이다. 실제로 통계청이 밝힌 우리나라 초중고 전체 학생 수는 지난해 말 기준 615만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학생 수는 1980년 1077만명이었는데, 이에 비하면 25년새 43%나 줄어든 것이다.

 

학령인구의 감소는 2000년대까지 완만했으나 2010년 이후 감소폭이 커지고 있다. 2010년 734만명 수준에서 지난해에는 615만명으로 16.2%나 감소됐다.

 

학생 수가 줄어들면 학교 수도 자연스럽게 감소할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아직은 학교 수가 급격히 줄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전국의 초중고 학교 수는 2014년 기준 1만1729개에 달한다. 2010년 1만1567개교였던 것에 비하면 오히려 1.4% 증가했다.

 

 

학령인구 감소 여파로 ‘초미니 학교’ 급증

 

학생 수는 줄었는데 무리하게 학교 수를 늘리다 보니 학생 수가 적은 ‘미니학교’가 급증하고 있다. 전교생 60명 이하의 학교 수는 2001년 700곳에서 2015년 2030곳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전국 1554개 학교는 최근 수년 째 아예 신입생을 뽑지 못하고 있다.

 

▲ 학생 수 5명의 초미니 학교의 이야기를 다룬 한국영화 ‘선생 김봉두’의 한 장면. [출처=싸이더스닷컴]

한국교육개발원이 제시한 적정규모 학교는 학교 당 24~36학급, 전교생 600명 이상이다. 이 제시안 대로라면 현재 2030곳에 달하는 60명 이하 학교 수는 통합을 거쳐 200개 수준으로 줄어들어야 마땅하다.

 

정부 역시 통폐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적정규모 학교 육성 권고기준’을 마련, 전국 시도교육청에 내려 보내기도 했다.

 

학령인구의 감소는 교사를 꿈꾸는 예비선생님들에게도 가혹한 현실을 던져주고 있다. 지난 3일 실시된 ‘2017 중등 임용고시’ 1차 시험에는 5989명을 뽑는 시험에 5만3770명이 몰렸다. 경쟁률은 10.8대1. 10명중 1명만 뽑히기 때문에 임용고시는 ‘하늘의 별따기’로 불린다.

 

교대를 나온 사람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교원 임용시험에 합격하고도 발령을 받지 못하고 대기 중인 예비 초등교사는 지난 2월말 기준 3962명에 달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임용고시 합격 후 1년 대기는 기본이고, 2년째에도 발령을 받지 못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시의 경우 초등예비교사 합격자 가운데 1087명이 임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명예퇴직을 해서 빈자리가 생겨야 신규교사를 채용할 수 있는데, 명예퇴직 예산이 급감하면서 자리 자체가 비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시에는 지난해 합격하고도 아직 발령을 받지 못한 예비선생님이 97명에 달한다. 교대출신의 이모(26)씨는 “그 동안 기간제 교사를 하면서 버텨왔지만 언제 발령이 날지 알 수가 없어 불안하다”고 하소연했다.

 

 

대학도 구조조정 압박 심각, 53만 교직원 위기감

 

대학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학 진학 대상자는 올해 65만명이지만 2026년에는 48만명으로 35.4% 감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대학 입학 정원은 약 56만명으로 대학을 들어가고자 하는 학생 수가 입학정원보다 많지만, 2026년에는 오히려 정원이 8만명이나 남아돌게 된다는 얘기다.

 

정부가 대학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추진하는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를 통해 하위 50%에 속한 대학들의 정원을 최대 30%까지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23년까지 3단계에 걸쳐 대학 입학정원을 최대 16만명까지 감축한다는 복안이다. 정원 5000명 대학을 기준으로 하면 단순논리로 32개 대학이 없어져야 한다는 얘기다.

 

학령인구는 줄어드는데 과포화 상태에 처한 대학을 그대로 둘 경우 존립위기에 놓인 대학들이 무리한 학생장사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 이를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게 교육부의 입장이다.

 

정부가 유학생유치역량인증제(올해 교육국제화역량인증제로 이름 바뀜)를 실시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일부 지방대학들은 수년 전부터 국내 학생 모집이 어려워지자 중국 등 외국인 유학생들을 대거 유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격이 미달되는 유학생까지 들어와 불법체류자로 전락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유학생유치역량인증제를 통해 하위대학으로 선정된 대학에 대해서는 아예 유학생 유치를 하지 못하도록 원천봉쇄하고 있다.

 

대학의 존립위기는 대학을 직장으로 하는 교수와 직원들에게는 일터를 잃는 것을 의미한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송기석 의원(국민의당)이 교육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말 기준 전국 교직원 수는 52만7955명에 달한다. 대학정원이 2023년까지 지금보다 16만명(-28.5%)이 감소하게 되면 교직원 수 역시 그만큼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단순계산으로 보면 15만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얘기다.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대학 교직원에게 인구절벽과 그로 인한 학령인구의 감소 뉴스는 일자리가 사라지는 경고의 소리로 들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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