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리포트] 31살 취준생과 대학교 3학년의 ‘차이점’

이지우 입력 : 2016.12.23 12:09 ㅣ 수정 : 2016.12.26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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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업난'으로 최근 대학교 3학년 10명 중 8명은 '취업을 포기하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30대들은 취업연령을 넘기는 것 같아 나이먹는 것을 두려워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이지우 기자)
 
 
또 한 해를 보내는 취준생은 '취업장벽'에 대한 공포감 호소
 
선배세대의 좌절을 목격한 대학생은 아예 '취업포기' 고민중
 
 
취업에 대한 청년층의 가치관이 세대별로 분화하는 양상이 감지되고 있다. 깊어지는 청년실업의 수렁 속에서 20대 후반부터 30대 초·중반의 취업준비생들은 취업장벽에 대한 공포감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대학생들의 경우는 선배세대가 악전고투하는 모습을 보고 취업에 도전해보기도 전에 아예 ‘취업포기’에 대해 유혹을 느끼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대학교 3학년들에게 두드러졌다. 대학교 3학년이 재수를 하지 않고 입학했다면 21살이다. 31살 취준생보다 정확하게 한 세대(10년)가 어린  21살 청년은 취업포기를 간혹 ‘구상’ 중인 셈이다.
 
#. 2017년 졸업을 앞둔 이현우(29, 남)씨는 내년이면 서른 살이다. 늦깎이 졸업에 4학년임에도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 이 씨는 “내년이면 나이 앞자리 수가 바뀌게 된다. 지난 1학기부터 상반기, 하반기 공채 등 채용 지원을 넣고 면접을 봐왔는데 다른 경쟁자들은 24(여)~28세(남) 정도로 상대적으로 나보다 어렸다. 면접 때 일부 면접관은 늦깎이 졸업과 ‘나이’에 대해 질문을 하는데 답변을 준비해 가더라도 이상하게 자존감은 낮아진다.
 
이 씨는 “매년 나이 먹는 것이 두려워진다. 이미 신입사원으로 취직하기 위한 적정 나이를 넘긴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토로했다. 몇 번의 실패를 겪으면서 ‘취업장벽’을 넘어설 수 없다는 고민에 빠져있는 것이다.

#. 서울권 4년제 대학교 건축학과에 재학중인 3학년인 김지수(26, 여)씨는 이현우 씨보다 3살이나 어리지만 비슷한 두려움을 호소했다.
 
“4수를 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 4수를 하지 않고 성적에 맞춰 전문대의 건축 관련 학과를 갔더라면 올해같은 취업난을 안 만나고 지금쯤이면 일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최근은 ‘스펙’이 아닌 ‘경험’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학점걱정도 해야되지만 가장 큰 걱정은 ‘취업’이다. 노량진 재수학원에서 보낸 3년의 시간이 아깝고 매일 그런 부정적인 생각에 최근은 심리적으로 압박감과 불안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업의 신입사원 나이 평균 상한선인 31세는 86.7%가 취업장 실감
 
이 씨와 김 씨의 고민은 특별한 사례가 아니다. 대다수 취준생의 공통 분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2일 취업포털 사람인(대표 이정근)이 신입 구직자 844명 대상으로 ‘취업준비 시 새해에 나이를 한살 더 먹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 91.7%가 ‘두려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나이 먹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자신이 이미 취업하기에 적당한 연령을 넘겼다는 생각으로 이어지고 있다. “당신이 신입사원으로 취업하기에 적정연령을 넘겼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60.7%가 긍정했다.

나이가 많아져서 신입사원이 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는 생각은 넘어설 수 없는 ‘취업장벽’을 인식하고 있음을 뜻한다.

이처럼 취업장벽을 인식하는 비율은 ‘31세’가 86.7%로 가장 높았으며 29세 81.3%, 34세 79.2% 등의 순이었다.

청년층의 이 같은 인식은 현실의 반영인 것으로 분석된다. 사람인이 지난 11월 649개 기업 신입사원(대졸 기준) 평균 연령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남성 29.2세 여성 27.9세로 집계됐다. 또 기업들이 신입사원 연령의 상한선으로 설정해 둔 나이가 남성 31.3세, 여성 29.9세인 것으로 파악됐다.


요즘 30대 초반에게 결혼은 사치, 취업이 진짜 고민

따라서 30대 초반 청년층에게 결혼에 대한 고민은 사치품목이 된지 오래이다. 취업이 진짜 고민이다.

취업이 안 돼 편의점과 빵집, 호프집 등 아르바이트로 전전하며 생활하고 있는 김수미(31,여)씨는 “새해가 밝아오면 설날이 가장 무섭다. 주변에 언니나 오빠들이 예전에 친척이나 가족들이 ‘결혼 언제 할꺼냐’고 묻는 것이 듣기 싫다고 했는데 이제 내 또래는 ‘취업 언제 하냐’고 묻는 것이 가장 스트레스이다"고 고백했다.

김 씨는 "결혼은 커녕 취업도 못해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결혼 이야기를 꺼내는 분이 없다. 웃픈(웃기고 슬픈) 현실이다”며 “신정이나 구정에도 집으로 안 가고 아르바이트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명절 등에 부모님 및 친척들과 모이면 30대는 주로 ‘결혼이야기’가 가장 두려운 화제로 꼽았었다. 하지만 이제는 ‘취업을 아직도 안했냐’는 질문이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대학교 3학년, 10명 중 8명은 ‘취업 포기
고민…대안은 알바나 해외취업

이 같은 취업난은 대학생들에게 안타까운 인식의 변화를 초래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최근 대학생 502명을 대상으로 ‘취업 불안감’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99%가 ‘불안감을 느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러한 불안감으로 대학생 10명 중 7명은 아예 취업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는 것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최근 대학생 5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불안감에 취업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경험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 70.9%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학년별로는 3학년이 79.4%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고, 4학년 68.9%, 2학년 74.2%의 순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취업을 포기할까’ 생각했던 대학생들은 어떤 길을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 김 모(23)양은 올해 휴학을 했다. 휴학을 하지 않았더라면 대학교 3학년이다. 김 양은 취업도 힘든데 학교에서 배우고 있느니 빠른 ‘경험’을 하고 돈을 버는 것이 좋을 것으로 판단했다. “학교 등록금 400씩 내고 다니고 졸업해 월 150을 받느니 차라리 알바를 2곳을 뛰면 같은 시간 대비 약 200만원을 벌 수 있다. 그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즉 ‘취업 대신 알바’로 대학생들이 눈을 돌리고 있다. 알바는 남다른 스펙이나 50대 1과 같은 경쟁률을 뚫고 입사하지 않는다. 취업준비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그리고 알바자리는 계속 올라오기 때문에 취업보다 빠른 시일내에 구할 수 있다. 따라서 ‘꿩대신 닭’이라고 취업말고 ‘알바’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알바와 함께 ‘해외일자리’도 취업의 대책방안으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대학생들은 국내 취업이 되지 않으니 ‘해외취업’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다.

해외취업을 알선해주는 A영어학원 관계자는 “방학시즌이 아닌데도 재학중인 학생이나 휴학생이 올해 유독 많이 학원을 방문했다. 물론 ‘취업이 안 될 것 같으니 해외에서 일하고 싶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과거에는 해외 경험을 쌓고 싶은 이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다른 의미로 학원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의 절박함은 해외에서도 취업이 아닌 ‘단순 일자리’를 목표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에서도 실감된다. A 학원 관계자는 “기본 영어와 일본어 등으로 갈 수 있는 ‘단순 일자리’도 인기를 얻고 있다. 시급형태나 복지 혜택이 국내보다 낫다고 생각해서 그런듯 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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