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현장에선] 롯데 남직원 육아휴직 의무화, 직장 문화 격변의 신호탄?
강이슬 기자
입력 : 2016.12.15 16:10
ㅣ 수정 : 2016.12.16 11:47

▲ 롯데그룹이 남성 임직원 육아휴직을 의무화하면서 남성 육아휴직이 직장 문화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주목되고 있다. ⓒ뉴시스
(뉴스투데이=강이슬 기자)
롯데그룹, 국내 대기업 최초로 남성 임직원의 육아휴직 ‘의무화’
롯데그룹이 국내 대기업 최초로 ‘남성 직원 육아휴직’ 제도를 의무화한 가운데, 중소기업 직원들에게는 여전히 남성 육아휴직은 ‘그림의 떡’이다.
롯데그룹은 1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5회 롯데 와우(WOW·Way Of Women) 포럼'에서 육아휴직 제도 개선 의지를 밝혔다. 롯데는 내년 1월 1일부터 전 계열사에서 배우자가 출산한 경우 의무적으로 최소 1개월 이상 휴직하도록 한다고 밝혔다. 휴직 첫 달은 통상 임금의 100%보전해준다.
또한 여성 임직원의 육아휴직 기간도 현재 ‘최대 1년’에서 ‘최대 2년’으로 늘릴 계획이다. 여직원들에게도 육아휴직 첫 달 통상임금을 지급한다.
롯데그룹 인사팀 관계자는 “저출산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기 위해 롯데는 여성인재에 이어 남성인재들의 육아휴직 의무화를 실시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임신과 출산, 육아로 인해 직장인들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는 일이 줄어드는 것이 국가와 기업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기업들도 남성 육아휴직 제도를 실시하고 있지만, 통상 임금 100%를 보전해주면서 의무적으로 실시하지는 않는다. 때문에 기업마다 남성 육아휴직 제도에 대한 고용 현장에서의 기준은 천차만별이다.

▲ 남녀별 육아휴직자 비율 ⓒ통계청
중견기업도 육아휴직 1년 신청 가능…“실제론 사용하기 어려워”
#. 중견기업에 다니는 회사원 김 모씨(34)는 지난해 아내가 첫 아이 출산할 때 2주 가량 휴가를 냈다. 회사에서 편의를 봐줘서 육아휴직으로 3일을 주고 나머지는 ‘연차’를 사용했다. 법적으로 육아휴직 1년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론 말도 꺼내기 어려웠다.
자신의 업무를 대신해줄 인력도 없고, 2주간 휴가를 보내고 돌아오니 업무량이 너무 많아 며칠을 야근했다고 하소연했다. 내년에 둘째가 태어나는데 벌써부터 걱정이다. 대기업 남직원의 육아휴직이 의무화소식은 그에게 ‘그림의 떡’일 뿐이다.
현재 육아휴직 제도는 법적으로 해당 사업장에서 1년 이상 계속 근무한 근로자가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의 양육을 위해 최대 1년 기간으로 신청할 수 있다. 한 자녀에 대해 남녀 근로자 각각 1년씩 사용할 수 있다.
만약 사업주가 근로자의 육아휴직 신청을 불허할 경우에는 징역 또는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사업주는 육아휴직을 허용하지 않는 경우 500만 원 이하의 벌금, 육아휴직 기간 중 해고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 육아휴직 종료 후 휴직전과 동일한 업무 또는 동등한 수준의 직무에 복귀시키지 않은 경우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실제 노동시장에서는 불안정한 고용과 취업난으로 육아휴직 제도를 사용하기란 쉽지 않다. 남직원의 육아휴직은 더더욱 어렵다. 김 모씨의 경우처럼 회사측에게 말을 건네기가 어려운 분위기가 걸림돌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6년 9월 기준 전체 육아휴직자 6만 7873명 중 남성 육아휴직자 비율은 7.9%에 그쳤다.
통계청의 ‘2016 일·가정 양립 지표’에도 지난해 육아휴직 사용자는 8만7372명으로 1년 전보다 1만541명(13.7%) 늘었다. 이중 여성이 94.4%였고, 남성은 5.6%에 그쳤다.
300인 이상 사업체 대부분에서 출산휴가(98.0%), 배우자 출산 휴가(92.0%), 육아휴직 제도(93.0%) 등을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5∼9인 업체에선 그 비율이 각각 55.1%, 34.1%, 26.8%로, 육아휴직 사용이 어려웠다.

▲ 기업규모별 남성 육아휴직자 수 및 증가율 ⓒ고용노동부
남성 육아휴직 사용 비율은 급증 추세…'롯데의 선택'은 육아관련 직장문화의 격변을 시사
이처럼 아직까지 남성 육아휴직의 절대 비율은 낮지만, 꾸준한 증가추세라는 점은 눈길을 끈다. 우리 사회가 남성의 육아휴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즉 육아와 출산과 관련된 직장문화가 요동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롯데그룹이 남성 육아휴직을 의무화한 것은 직장문화의 격변을 시사하는 작은 사건에 해당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남성 육아휴직자는 2010년 819명에 불과했지만, 2015년 4872명으로 크게 상승했다. 또 2016년 9월 기준 남성 육아휴직자는 5398명으로 전년 동기대비 3523명에 비하면 53.2% 증가했다.
기업규모로 보면, ‘30인 이상~100인 미만 기업’에서 전년 대비 61.0% 증가했고, 10인 미만 사업장도 전년 대비 42.2% 증가하는 등 중소기업 사업장에서 남성 육아휴직이 꾸준히 확산되고 있다.
남성 육아휴직을 촉진하는 정책으로, 같은 자녀에 대해 부모가 순차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경우 두 번째 사용자의 첫 3개월 육아휴직 금여를 통상임금의 100%(최대 150만원까지)를 지원하는 ‘아빠의 달’ 제도 이용자도 크게 늘었다.
2014년 ‘아빠의달’ 이용자는 91명에 그쳤지만, 2016년 9월 기준 1878명이 사용했다. 전년 동기대비 94% 증가한 수치이다.
통계청 윤연옥 사회통계기획과장은 “남성 육아휴직에 대한 사회 인식과 기업 문화가 다소 개선된 점이 영향을 미쳐 남성들의 육아휴직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0
/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