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현장에선] 구직자·직장인, 올해의 사자성어로 ‘구복지루’·‘구지부득’ 고른 이유

오지은 입력 : 2016.12.14 13:08 ㅣ 수정 : 2016.12.14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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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업포털 사람인 조사 결과 구직자들과 직장인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구복지루’, ‘구지부득’을 각각 선택했다. [사진=뉴스투데이DB]


(뉴스투데이=오지은 기자)


수도권 명문대 경영학과 졸업생 원하던 금융권 진입 실패

30대 초반 직장인, 박봉으로 여친에게 '청혼' 못하고 전전긍긍

#. 토익 900점대, 토익스피킹 6급, 봉사활동 경험까지 있는 성균관대 경영학부 최혜림(가명·26·여) 씨는 이번 하반기 공채 서류전형에서 40번 이상 탈락했다. 심지어 대학교에서 2년 동안 장학생이었던 최 씨는 취업을 만만하게 보고 덤볐다가 쓰라린 서류탈락만 경험하게 됐다.
 
금융권 취업을 꿈꾸며 혼신의 힘을 기울여 스펙을 끌어모아봤지만 간신히 붙은 회사는 건설사 한 군데뿐이라 우울하다. 자소서 20군데를 더 넣어 아직 발표가 나지 않은 곳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지만, 최 씨는 일단 한 곳이라도 붙은 곳을 위해 마저 면접준비를 해야 하나 고민에 빠져 있다.
 
#. ‘월급 빼고 다 오른다.’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 자주 쓰이는 말이다. 직장인들의 월급은 그대로인데 집값, 전기료, 교통비, 물가까지 올라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회사원 권순덕(가명·31·남) 씨도 2년째 만난 여자친구와 결혼을 생각하고 있지만, 선뜻 청혼하기가 어렵다. 회사가 어렵다며 연봉 동결을 한 데다가, 야근과 주말 출근까지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젊은 나이에 섣불리 이직하기도 쉽지 않고 두렵다. 곧 있으면 자취방 전세 계약 만료도 다가오는데, 권 씨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 구직자·직장인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 [사진=사람인]


구직자의 취업난과 직장인의 고달픈 생활이 올해의 사자성어에 고스란히 반영돼

구직자와 직장인 모두, 
‘혼용무도(昏庸無道)’로 대한민국을 표현

최혜림, 권순덕 씨의 사례는 구직자들과 직장인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를 고른 이유를 생생하게 설명해준다. 구직자들은 최씨처럼 올 한 해 사상 최악의 취업난을 겪어야 했고, 직장인들 역시 권 씨와 같이 직장생활의 고단함과 먹고 사는 문제로 고민을 거듭해야 했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구직자와 직장인 1259명을 대상으로 ‘올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를 조사한 결과, 구직자는 ‘구지부득(求之不得) ’, 직장인은 ‘구복지루 (口腹之累)’를 많이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구직자 370명이 꼽은 ‘구지부득’(17%)은 ‘아무리 구해도 얻지 못한다’는 뜻으로, 최종 합격은커녕 서류부터 번번이 ‘광탈’하는 어려운 현실을 드러낸 표현이다. 
 
2위는 밤낮으로 잊을 수 없는 근심이 있다는 의미를 가진 ‘숙석지우(宿昔之憂)’(9.2%), 3위로는 몹시 마음을 졸인다는 ‘노심초사(勞心焦思)’(8.6%)가 올라, 취업난으로 인해 심한 스트레스를 느끼는 구직자들의 지친 마음이 나타났다.
 
직장인(889명)이 가장 많이 꼽은 ‘구복지루’(14.1%)는 ‘먹고 사는 데 대해 걱정한다’는 뜻으로. 박봉은 그대로지만 치솟는 물가를 견뎌야 하는 팍팍한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2위에는 세월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는 의미를 가진 ‘백구과극(白駒過隙)’(13.6%)이 꼽혔으며, 제각기 홀로 살아 나갈 방도를 꾀한다는 ‘각자도생(各自圖生)’(9%)이 3위로 나타났다.
 
한편, 구직자와 직장인들은 올 한 해 대한민국을 가장 잘 드러낸 사자성어로는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의 실정으로 세상이 어지러워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는 ‘혼용무도(昏庸無道)’(25.6%)를 1위로 꼽았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드러난 박근혜 대통령의 무능과 무책임함에 대한 참담한 심정이 드러난 사자성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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