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대학총장 포럼]① “현행 대학교육은 따뜻한 냄비 속에서 죽어가는 개구리 양산”

이지우 입력 : 2016.12.14 16:37 ㅣ 수정 : 2016.12.15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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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청년 및 장년층 취업’을 걱정하는 한국, 중국, 일본의 지성인들이 서울에서  모였다. 3국 간에 문화적, 경제적 교류는 많았지만, 고등교육과 학문을 위한 교류는 처음이다. 
 
1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개최된 ‘제1회 한중일 대학총장포럼’이 바로 그 행사이다. 교육부(부총리 겸 장관 이준식)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회장 허향진)가 공동 주최자이다. 이번 포럼에는 3국의 40여개 대학 총장 등 을 포함해 170여명이 참석해  ‘한일중 고등교육의 이동성’이라는 주제로 글로벌 시대 고등교육의 이동성(Mobility)과 고용가능성(Global Employability)에 대해 논의했다. <편집자 주>


▲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제1회 한중일 대학총장포럼'이 개최됐다. [사진=이지우 기자]

 
(뉴스투데이=이지우 기자) ‘한중일 대학총장 포럼’의 세션 2는 ‘글로벌 고용가능성(Global Employbility)’을 주제로 삼았다. 이 자리에서 ‘고등교육 기관 국제화 전략’과 ‘기업의 인재 채용 관점’을 각각 발표한 이기정 한양대 국제처장과  김진희 네이버 I&S 대표이사가 모두 혁신적 사고를 주문해 눈길을 끌었다. 
 

▲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제1회 한중일 대학총장포럼'이 개최됐다. 오후에는 한양대학교 이기정 국제처장과 네이버 i&s 김진희 대표이사 발표가 이어졌다. [사진=이지우 기자]



이기정 한양대 국제처장, “한국은 ‘사회적 투명도’ 낮아 ‘창의적 인재’가 경쟁력”
            

이기정 처장은 독특한 논리를 동원해 창의적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처장은 “한양대는 ‘국력 = 천연자원 사회제도의 투명도 창의적 인재’라는 공식을 세웠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천연자원은 없고 사회제도는 OECD 34개국 중 투명도가 27위일 정도로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처장은 “심지어 어느 학자는 한국 사회제도가 투명해지면 우리나라 경제가 0.64%의 추가적인 잠재성장률을 갖고 있다고 했다”면서 “결국 한국 국력 신장을 위해서는 ‘창의적인 인재’(Creativity Manpower)를 키우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처장은 이러한 ‘창의적 인재’ 양성이 어려워짐에 따라 한국은 국력 하락의 위기에 서 있다고 지적했다. 
 
그 핵심적 이유는 가까운 미래에 청년은 줄고 장년층이 늘 것이란 사실에 있다. 지난 2000년 한국의 14세 이하의 인구가 21%를 차지했으나 2020년에는 13.2%, 2030년 12.6%로 급격히 감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대로 고령화 인구는 2000년 7.2%였으나 2020년 15.7%, 2030년 24.3%로 급등하게 된다. 
 
청년층은 바로 창의적 인재가 될 수 있는 재목들이다. 재목이 줄어들면 창의적 인재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물론 한국의 교육열은 높은 편이라는 게 장점이다. 우리나라 1970년 대학진학능력은 5.4%였으나 현재는 70% 가까이 대학진학을 하고 있다. 하지만 향후에는 교육받을 인재마저 줄어들 것이다. 즉, 한국은 취업난도 문제지만 ‘발전 동력’ 자체를 상실하고 있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 처장은 “대학에 종사한다면 ‘4차산업혁명’ 트렌드는 알아야 한다. 일부에선 이공계 일자리는 2만개가 늘고 제조업과 사무직은 5년 내로 700만개가 줄어들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며 대학의 혁신적 변화를 주문했다.
 
이 처장은 이를 위해 우선 ‘대학의 기존 교육 방식 탈피’를 꼽았다. 현재 대학 강의실에는 의자, 책상, 칠판이 있다. 하지만 이는 19세기부터 이어져온 교육환경이다. 21세기 교육자가 19세기 교육환경에서 21세기 학생들을 교육하는 것이다. 이 처장은 “칠판 교육시대를 벗어나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혁신을 위한 두 번째 과제로 ‘창의력을 높이는 교육’의 도입을 주장했다. 창의력 교육의 사례로 한양대를 꼽았다. 한양대는 창업과정을 통해 총 506명을 배출했는데, 이 중 273명이 8700만달러(약 1000억원) 매출을 이뤄냈다는 것이다. 만들어 낸 일자리 수는 ‘1250개’였다.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대학으로 선정되기도 했었다. 21세기의 혁신적 대학은 학생들에게 현실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할 줄 아는 능력을 키우도록 돕는 기관이 돼야 한다는 점을 이 처장은 줄곧 강조했다.
 
이 처장은 마지막으로 기존의 대학교육 방식에 대해 통렬한 비판을 퍼부었다. 
 
“물이 든 큰 냄비속에 개구리를 담궜다. 불을 때면 물이 따뜻해질 것이다. 개구리는 조금씩 올라가는 수온에 적응하면서 수영을 할 텐데 시간이 지나면 뜨거운 물에 삶아져 죽게 될 것이다. (요즘 대부분 대학들이) ‘변화에 적응을 한다’고 하지만 이는 결국 학생의 죽음을 초래한다. 대학교육은 ‘냄비’를 뛰어넘는 것이 돼야 한다”
 
기존의 칠판 강의식 대학교육이 따뜻한 냄비 속에서 죽어가는 개구리를 양산할 것이라는 질타인 것이다. 이 처장은 “대학교육은 (칠판과 백묵과 같은) 오프라인에서 벗어나 온라인(현실 속)으로 뛰쳐나갈 때, 4차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진희 네이버I&S 대표이사, 우리 시대 인재상은 ‘성실’ 보다 ‘통쾌한 한방’

 
기업은 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빠진 인력을 채우는 목적으로 인재를 채용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기업의 인식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회사로 생각하고 인재를 원하는 모습이다.
 
네이버I&S 김진희 대표이사는 “‘Recruit’이란 표현이 ‘Work Together’로 바뀌어야 한다. 인재를 채용해 ‘교육’을 하는 것은 이제 의미가 없다. 사회가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교육시킨 내용은 2년 후면 변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채용과 교육이 아니라 ‘함께 일한다’와 ‘경험’이라고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김진희 대표이사는 삼성SDS와 신라호텔 등에서 근무하고 현재 네이버 I&S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김 대표에 따르면 네이버는 개별 사업에 들어가면 사업책임자에게 ‘책임예산’을 부여한다. 인사, 진행, 경영 등을 전적으로 맡긴다. ‘책임예산제’를 실시해 ‘직원이 주인이다’는 인식을 정립하고 있다. 직원이 주인이 되면 더욱 알뜰하게 살림을 챙긴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또 “과거의 인재상은 과거 ‘성실함’, ‘부지런함’이었으나 이제는 ‘답답함을 풀어줄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면서 “한양대 학생들이 창업해 1000억원 매출을 낸다고 하는데 이러한 인재들이 스스로 돈을 벌 수 있는데 기업으로 오진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기업 입장에서도 무턱대고 인재를 바라기보단 지금 우리 기업, 사업이 닥친 문제를 해결해 줄 사람을 찾는 것이 올바르다” 면서 “내가 손을 못대고 있는 당면 문제를 풀어줄 사람을 찾는 것이 기업의 인재 채용 전략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통쾌한 한방’을 보여줄 잠재력이  4차산업혁명 시대의 기업 인재상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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