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직장인 밥 굶고 2년 연봉 모아야 서울아파트 재계약 가능
황진원
입력 : 2016.12.13 15:23
ㅣ 수정 : 2016.12.1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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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지역 전세 아파트 재계약 비용 평균이 8232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황진원 기자)
중소기업 과장 이모 씨, 대출 신용한도 초과해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해야 할 처지
#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박모(43) 씨는 서울 외곽으로의 이사를 고민 중이다. 대출을 받아 어렵게 얻은 전세 아파트의 갱신 주기가 다가오지만 주인이 요구하는 1억원에 가까운 재계약 금액을 감당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박 씨는 “이렇게 높은 금액을 지불할 바에는 내 집 마련이 더 쉬울 것 같다”란 푸념도 털어놨다.
중견기업에 재직 중인 그의 연봉은 6000만원대이다. 2년만에 목돈을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는 “아이 2명의 학비와 생활비를 쓰고 나면 한 해에 수백만원 정도 저축할 수 있다”면서 “재계약을 위해 대출을 받으면 빚만 늘어나는 빈곤의 악순환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 은행 대출을 통해 전세금을 올려줄 수 있는 사람은 여건이 좋은 편이다. 신용한도를 초과한 가장들은 ‘월세’로 탈출하는 길 이외에 수단이 없다. 강동구에 사는 이모(36) 씨는 아파트의 월세 전환을 고민 중이다. 빚을 내 어렵게 전세로 들어온 아파트의 2년 후 재계약 비용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과장으로 근무하는 그의 연봉은 4000만원 초반대이다. 대출금액이 신용한도를 초과한지 오래이다. 그는 “남은 선택은 월세밖에 없기 때문에 월세 전환량이 줄었다는 소식이 들리면 마음이 무겁다”면서 “정부가 빚내서 집사라고 부추겨서 집값과 전세값만 오른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전세 아파트 재계약 비용 평균 8232만원…국내 직장인 평균 연봉은 3198만원
이달 현재 전국 아파트 전세 재계약 비용은 평균 3788만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평균 비용은 무의미한 수치이다. 실제로는 지역별 편차가 극심하기 때문이다. 월급만 모아서 전세를 연장할 수 있는 지역이 있는 반면 서울, 수도권 지역은 도저히 직장인이 감당할 수 없는 폭으로 전세값이 뛰고 있다.
이로 인한 서울 지역 직장인 세입자들의 고민은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 아파트 전셋값이 예년과 비교해 안정세를 보이면서 재계약 비용도 다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지만, 여전히 높은 전세 재계약 비용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 재계약 비용은 2년전 전세값 대비 상승액으로 12월 현재 전세를 재계약 할 경우 집주인에게 지난 계약보다 추가로 올려줘야 하는 금액을 뜻한다.
13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12월 서울 아파트 전세 재계약 비용은 지난해 8536만원보다 213만원 줄어든 평균 8232만원으로 집계됐다. 서울지역의 전세값 오름폭이 둔화되면서 재계약 비용 또한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서울의 재계약 비용 감소폭은 2.5%에 불과하며, 전국에서 가장 높은 8000만원 이상의 보증금을 올려줘야 해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은 여전히 높은 상황으로 조사됐다.
서울 지역의 전세 재계약 평균 비용인 8232만원은 국내 직장인 평균 연봉인 3198만원(2014년 기준)으로 2년을 모아도 상승액을 따라가지 못하는 금액이다.
한국2만기업연구소가 최근 2년간 조사한 국내 직장인 평균 연봉으로 살펴보면, 평균 연봉(비과세 포함) 6700만원을 받는 대기업 직원은 1년5개월, 중소기업 직원은 2년2개월을 모아야 지불 가능한 금액이다.
그러나 이러한 계산법은 모두 월급을 단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서 저축한다는 말도 안되는 가정을 전제로 한 것이다. 억지 가정을 충족시킨다고 해도 전세금을 올려줄 돈을 마련할 수 없는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그러나 사람이 월급을 받아서 저축만하고 굶어죽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4000~5000만원 연봉을 받는 직장인들이 저축할 수 있는 금액은 개인 편차가 있겠지만 최대 1000만원을 넘기 어렵다. 결국 전세 재계약을 하기 위해서는 또 다시 대출을 받는 게 유일한 해결책인 것이다.
직장인이 월급 받아 전세 재계약 가능한 지역은 충청도, 대구시등
경기지역 및 세종시 전세 재계약 비용은 직장인이 감당못하는 4000만원대
반면, 지방 지역은 직장인이 2년 동안 아껴쓰면 전세 재계약 비용을 올려줄 수 있는 수준으로 전세 시세가 하락하는 추세를 보여 주목된다. 전세 재계약 비용 하락률이 가장 큰 지역은 충남이었다.
충남은 지난해 전세 재계약 비용이 1502만원이었으나 올해 73.51%인 1105만원이 감소해 398만원에 그쳤다. 전국 광역시도중 가장 큰 하락폭을 보인 것이다. 충남 지역에 전세를 사는 직장인은 평균 연봉을 받아도 재계약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된다.
재계약 비용이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대구다. 대구의 경우 지난해 재계약 비용은 5346만원으로 서울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으나, 올해는 1902만원으로 1년새 3444만원(64.4%)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 역시 직장인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전세금 인상률을 보였다는 평가다.
그러나 경기 지역 및 세종시는 직장인이 전세 재계약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두지역의 전세 재계약 비용은 모두 4000만원대이다.
우선 경기 지역은 작년 재계약 비용이 4931만원에서 올해는 4505만원으로 8.63%(426만원) 감소했다.
세종시의 재계약 비용은 지난해 976만원에서 올해 4188만원으로 무려 329%(3212만원)가 증가했다. 세종시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8.56% 오르는데 그쳤지만, 올해는 11.19%로 오르며 작년에 비해 아파트 입주 물량이 감소하면서 전셋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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