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은행권 ‘핀테크 퇴직 태풍’…국민은행 대규모 희망퇴직 실시, 신한도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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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금융 확대로 은행 창구 직원 수요 감소 대비한 고육지책
(뉴스투데이=오지은 기자) 연말 은행권에 ‘핀테크 퇴직 태풍’이 불고 있다.
NH농협은행, 광주은행에 이어 KB국민은행, SC제일은행 등에서도 ‘희망퇴직’을 실시할 예정이다. 신한은행도 노사협의를 거쳐 내년 1월 희망퇴직을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희망퇴직은 대부분 대규모로 이뤄질 전망이다. ‘핀테크(Fintech:Finance Technology)’ 기술이 은행업무에 본격적으로 도입됨에 따라, 지점 근무 은행원에 대한 수요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시중은행들은 중간 책임자가 많은 '항아리형 인력 구조'이다. 지점 영업망을 확대함으로써 양적 성장을 도모했던 과거 관행의 유산이다.
그러나 핀테크 기술이 확대됨에 따라 지점의 창구 인력은 점점 불필요해지는 추세이다. 지점이 줄어들면 중간 책임자에 대한 인력 수요도 줄어든다.
시중은행들, 오프라인 감축하고 핀테크 금융 서비스 경쟁 합류
그만큼 핀테크 금융은 은행권의 전통적 사업 모델을 대체하는 추세이다. 소비자들은 직접 은행이나, 증권사 등을 방문하는 대신 모바일을 통해 각종 금융서비스를 실시간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시중은행들은 경쟁적으로 비대면 모바일 금융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새로운 승부처는 오프라인이 아니라 온라인이 된 것이다. 정부가 은행 창구에 가지 않고도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비대면 실명 확인'을 허용하면서 이 같은 흐름은 격화되고 있다.
자체 플랫폼을 활용한 스마트폰 간편결제와 간편송금 서비스와 같은 핀테크 금융 기술 경쟁은 치열하다. KB국민은행의 리브(Liiv), 신한은행의 써니뱅크, KEB하나은행의 원큐(1Q)뱅크, 우리은행의 위비뱅크, IBK기업은행은 아이원(i-ONE)뱅크, NH농협은행의 올원뱅크 등과 같은 모바일 금융 플랫폼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이들 은행은 홍채나 지문, 정맥을 활용해 공인인증서 없이도 상당수 전자금융 업무를 볼 수 있는 생체인증 서비스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국민은행 역대 최고치인 3000명선 육박하는 희망퇴직 단행 전망
따라서 은행권의 이번 희망퇴직에는 '젊은 층'도 포함된다. 특히 KB국민은행은 근속 10년차 이상 직원을 희망 퇴직 대상으로 삼았다. 오는 19일부터 22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만 45세 이상만 신청 가능했던 지난해와 달리 연령 제한을 두지 않아 퇴직자 수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희망퇴직을 신청하면 만 55세 이상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은 최대 27개월, 일반 직원은 최대 36개월치 평균 통상임금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희망퇴직을 통해서 1121명이 퇴사했다. KB국민은행의 전체 직원 수는 지난 9월 기준 2만540명이다. 이번 희망퇴직이 끝나면 직원 수가 2만명선 아래로 떨어질 것이 확실시된다.
이번 희망퇴직은 확대된 규모만큼 지난 2010년 주택은행 통합 후 최대였던 3250명선에 육박하는 희망퇴직이 예상된다. 게다가 올해는 대리급 직원들이 희망퇴직을 신청할 경우 지난해보다 3~6개월치 급여가 특별 퇴직금에 더 붙는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12일 “작년에는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분들에 초점을 맞춰 희망퇴직을 진행했는데, 올해는 직원들의 수요가 있어 현장의견을 반영해 대상 범위를 조금 넓힌 것”이라며 “핀테크와 인터넷·모바일 뱅킹 발달로 인한 인력 구조 개선이라는 생산적 이유도 있지만, 모든 직원으로 확대하면 일정부분 영업에 손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효율성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 관계자는 “강제적인 퇴직이 아닌 순수한 희망퇴직 신청을 위해 ‘10년차 이상’이라는 자격제한을 둔 것”이라고 덧붙였다.
NH농협은행, SC제일은행 등도 인력 감축 대오에 속속 합류
은행원 감축 칼바람은 비단 국민은행 뿐만이 아니다. NH농협은행은 지난달 411명의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으며, 광주은행도 지난달 28일까지 98명의 직원이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SC제일은행은 리테일금융총괄부와 커머셜기업금융총괄본부 소속 직원 가운데 근속연수가 만 10년 이상이며 만 49세 이상 팀장급, 만 50세 이상 부장급을 대상으로 7일까지 희망퇴직 지원자를 받았다. 희망퇴직 대상자는 200여명 수준이다. 사측은 현재 신청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 대상을 선정하고 있다. SC제일은행 희망퇴직자는 최대 50개월치 급여를 퇴직금으로 받고 회사를 떠난다.
우리은행은 매년 상·하반기에 주로 임피제 적용자를 대상으로 전직지원(희망퇴직)을 받아왔으나 민영화 체제가 자리잡게 되는 내년엔 희망퇴직 대상 규모를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옛 하나은행과 옛 외환은행간 통합 후 690명이 퇴사해 올해는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으나 중복점포 통·폐합으로 유휴인력이 발생하면서 내년 상반기 중 다시 희망퇴직을 실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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