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청년층, 취업난으로 ‘사교육의 그늘’ 못 벗어나
이지우
입력 : 2016.12.07 12:28
ㅣ 수정 : 2016.12.0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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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준생 283명 설문조사를 통해 알아본 결과 중 한국 청년 10명 중 8명이 '취업 사교육'을 받고 싶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사람인/그래픽=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이지우 기자)
우리나라는 오랜 학벌주의가 고착화돼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학원을 다녀보지 않은 이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학원문화가 뿌리박혀있다. 특히 더 나은 대학교를 보내기 위해 ‘사교육’은 필수적인 과정이었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초·중·고등학교의 ‘사교육’이 대학교에서도 혹은 대학을 졸업하고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20대들이 늘고 있다. 바로 ‘취업난’ 때문이다. 고질적인 ‘사교육’과 ‘수동적인 교육’ 방식에 10년 넘게 익숙해진 탓에 취업마저도 ‘대학입학 과정’과 비슷하게 사교육에 의존하게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10명 중 8명은 ‘취업 사교육’ 받고 싶어
서울권 전문대학에서 학과 학회장을 맡고 있으며 졸업을 앞둔 A씨(25,남)는 걱정이 크다. A씨는 “80명이 넘는 학생 중에서 졸업 전 취업을 한 학생이 올해 총 7명이다. 교수님 마저 이번 취업자 수가 최저라고 할 정도였다”며 “학생 때는 수업 준비 등으로 학원을 다닐 생각 못 했지만 졸업 후 학원은 필수적으로 다닐 것이다”고 털어놨다.
2학기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3학년은 졸업준비를 선행하고 있으며 4학년은 취업하지 못한 학생과 취업한 학생으로 나뉘고 있는 분위기이다. 취업포털 사람인(대표 이정근)이 취업 준비생 283명을 대상으로 ‘사교육에 의지하고 싶을 만큼 취업준비가 어려운지 여부’에 대해 조사한 자료에서도 84.5%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10명 중 8명은 취업준비를 위해 학원을 다녀야 된다는 반응이다.
특히 취준생들이 중, 고등학생쯤에서 느껴봤을 법한 ‘성적 압박’을 20, 30대가 되어서 다른 의미로 압박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78.1%가 ‘취업 사교육을 받지 않으면 남들에게 뒤처질 것 같은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었다. 10년 이상 사교육에 의지한 교육방식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성별에 따라서는 ‘여성’의 응답률이 81%로 ‘남성’(75.9%)보다 좀 더 높았다.
사교육 종류 평균 3개…‘취업 컨설팅’, ‘토익’, ‘직무관련 전문 교육 및 컴퓨터 OA’ 등
그렇다면, 실제로 취업 사교육을 얼마나 받아봤을까?
전체 응답자 중 31.8%가 취업 사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 상반기 조사 결과(28.4%)보다 3.4%p 상승한 수준이다.
특히 이들이 받은 사교육 수의 평균은 초·중·고등학교의 학원수에 버금가는 것으로 나타나 취준생들이 여전히 사교육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교육의 종류는 평균 2.7개로 집계됐다. 또 사교육이 필요해 학원을 찾게 되는 기간은 취업준비 시작 후 평균 4.2개월이었다.
3수를 거쳐 건국대학교에 입학한 A씨(27, 남)는 3학년으로 내년 졸업을 앞두고 급하게 토플학원을 끊었다. 토익점수 700점대를 갖고 있는 A씨는 “취업이 어려운 것은 1년 내내 학교 선배들을 지켜봐와서 잘 알고 있다. 국내 취업이 얼마나 힘든지는 알고 있기 때문에 해외 취업에서 답을 찾기위해 토플학원을 끊었다. 함께 스터디를 하는 학생 대부분이 해외취업이나 이민을 생각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취준생이 받는 사교육의 종류로는 ‘취업 컨설팅’과 '토익'이 각각 35.6%(복수응답)로 가장 많았고, ‘직무관련 전문교육’(34.4%)이 바로 뒤를 이었다. 이밖에 ‘컴퓨터OA’(26.7%), ‘영어회화’(25.6%), ‘자소서 작성 교습’(20%), ‘면접 스피치’(15.6%), ‘인적성, 필기시험 대비’(14.4%), ‘제2외국어’(13.3%), ‘경제/재무관련 자격증’(12.2%), ‘공무원 등 고시교육’(10%), ‘이미지 메이킹’(8.9%) 등이 있었다.
요즘 취준생 정 씨, 알바로 돈벌어 학원다니면서 ‘촛불 시위’까지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취업 사교육 비용으로 쏟아붇는 경우도 많다. 내년 졸업을 앞둔 서울권 4년제 대학 재학중인 정윤아(24,여)씨는 평일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시급 6500원짜리 레스토랑 알바를 하고 있다. 한달 20일로 계산할 경우 약 65만원을 벌고 있다.
정 씨는 “얼마 전 뒤늦게 스피킹 학원을 끊었다. 이미 주변 친구들은 알게 모르게 취업준비를 위한 학원을 다니고 있었다. 취업 스피킹 주말반 가격이 20만원대이었는데 교통비와 식사비, 책값 등을 제외하면 남는 돈이 없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안타깝게도 요즘 취준생들은 더 고달프다. 정 씨는 최근 국정농단 사태에 “취업걱정으로 바쁜데도 학원이 광화문에 있는 덕분(?)에 현 시국 상황은 잘 알고 있다. 오랜 시간 있진 못했지만 학원 수업과 스터디가 끝난 8시부터 스터디를 같이 했던 친구들과 12시까지 광화문 촛불시위에 함께 했다. 내 걱정, 돈 걱정에도 힘들지만 나라걱정도 해야되니…”라고 말했다.
요즘 취준생의 풍속도, 처음 3개월은 혼자 공부하다 4개월 이후 사교육 의존
보통 취준생들의 평균 사교육 비용과 기간은 상당한 수준이다.
우선 응답자들은 취업 사교육비로 월 평균 36만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은 ‘전액 부모님 지원’으로 마련한다는 답변이 28.9%를 차지했고 ▲부모님 지원 및 아르바이트 27.8% ▲전액 아르바이트로 직접 마련이 23.3%로 뒤를 이었다. 또 비용 부담을 느끼는지에 대해서는 무려 90%가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기간으로는 약 10개월이 필요할 것으로 추측된다. 지난 6월 인크루트 조사에 따르면 평균 취업 성공까지 13.3개월이 소요된다는 점에 미뤄볼 때, 취준생들은 처음 3개월은 혼자 준비를 한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취업준비를 한 지 4개월을 넘기면서 본인의 한계 및 주변의 사교육 투자에서 기인한 불안감 등으로 인해 사교육을 찾게된다는 예상이 가능하다.
비용 대비 효과에 대해서는 과반수인 72.2%가 ‘효과 있지만, 비용대비 적음’을 선택했으며, ▲전혀 효과 없음 16.7% ▲매우 효과 있음 11.1%로, 투자대비 효율성에 대한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취업 사교육을 더 늘릴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 40%가 늘릴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취업 사교육을 받지 않는 응답자(193명)들 중 절반인 50.3%도 앞으로 취업 사교육을 받을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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