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리포트] “취업 대신 창업? 꿈같은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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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오지은 기자)
청년들의 창업공포 아랑곳 않는 탁상공론식 정부 실업 대책
#. 프로그래머가 꿈인 공대생 A씨(28)는 이번에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내년 2월 졸업한다. 그런데 기업들의 채용 자리엔 한계가 있으니 정부가 자꾸 창업하라고 부추기는데, 솔직히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 만약 경험도 부족하고 신뢰도도 떨어지는 프리랜서와 계약할 업체나 고객이 얼마나 될까? A씨는 일단 회사에 들어갔다가 인맥과 경험을 쌓은 후에 프리랜서를 고민해볼 예정이다.
#. 일찍 회사를 다니다 어느 정도 돈을 모아 퇴사한 B씨(32)는 요즘 사업 아이템을 고민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실패’ 한 번이 너무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자본금이 있어도 대출은 받아야 하기에 이자와 채무상환 부담이 가장 걱정된다. 특히 아예 실패하면 빚더미에 앉거나 신용불량자가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B씨는 창의적인 아이템보다는 리스크가 적은 프랜차이즈 카페를 생각 중이다.
10월 청년실업률 8.5%로 IMF 수준을 기록한 가운데, 정부가 청년실업 대책으로 권장했던 ‘창업’ 방안에 구직자들은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정부가 실업대책의 일환으로 '창업'을 강조하는 것은 창업 실패에 대한 청년층의 두려움에 아랑곳하지 않는 탁상공론임이 확인된 셈이다.
취업 대신 창업 안 하는 이유…자금 부족·정보 부족·정부 지원 부족
5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회원 59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취업 대신 창업을 할 의향’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자의 과반수인 61%는 이 정책방향에 공감하지 않았다.
작년 10월, 정부는 창업 후 5년까지의 창업·초기성장기 기업에 원칙적으로 연대보증 면제를 도입했고, 이전 사업에 실패했지만 재도전과 재기의 의지가 있는 이른바 ‘성실 실패자’의 채무감면 폭을 50%에서 75%로 확대한 바 있다. 노력에도 불구하고, 취업준비생들에게 ‘창업’은 여전히 위험으로 인식되고 있다.
‘취업 대신 창업’ 정책에 공감하지 못한다는 응답자들은 ‘대기업 중심의 경제체제로 인해 창업자들이 지속적으로 생존할 수 없는 산업구조를 갖고 있어서(45%)’라는 이유를 가장 많이 꼽았다. 다음으로 ‘너무나도 이상적인 주장인 듯해서(16%)’, ‘성공한 다른 나라의 예시만을 들며 한국만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15%)’가 각각 2,3위를 차지했고, ‘취업이 보다 안정적이라고 생각해서(11%)’가 4위로 집계되었다.
뒤이어 ‘창업을 망설이게 되는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는 ‘자금부족 및 연대보증제도로 인한 신용불량자 양산 등 경제적인 리스크(54%)’가 가장 많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정부에서 ‘연대보증 면제’ 등 재정적인 지원을 확대했지만 정부의 정책이 제대로 홍보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어지는 질문 ‘창업과 관련된 정보를 정부 또는 학교로부터 충분히 제공받았나요?’에 ‘아니오’라는 답변이 66%로, ‘예(34%)’라고 답한 응답자보다 훨씬 많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한국노동연구원 “불필요한 행정절차 없애고 창업 정보 중개의 장 생겨야”
‘창업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을 뽑아달라’는 질문에도 ‘연대보증제도 폐지를 통한 신용불량자 발생 최소화 노력(25%), ‘성실실패자를 대상으로 한 부채탕감비율 상향조정을 통해 재도전 장려(25%)’가 공동 1위로 집계되며, 금전적인 부담을 던다면 창업에 좀 더 적극적으로 도전할 의사가 있음을 간접적으로 나타냈다. 따라서 창업의 활성화를 위해선, 대학생 및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창업 지원제도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가 뒷받침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오상훈 연구위원은 이같은 창업 걸림돌에 대해 “정부는 창업 기업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적은 금액을 다수 기업에게 일시적으로 지급하는 현재 방식보다 엄격하게 선발된 소수 기업에게 지속적으로 지원금을 지급하는 제도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이라며 “특히 현 정부지원 시스템은 불필요한 행정절차가 많아 앞으로는 창업자들에게 믿고 맡기는 편이 효율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 위원은 “창업자와 구직자간 업종별 전문 중개사이트가 필요하며, 특히 창업기업들과 창업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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