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 현장에선] 2만여 상인 울린 서문시장 화재, ‘인재(人災)’ 논란 대두

이지우 입력 : 2016.11.30 17:25 ㅣ 수정 : 2016.11.30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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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대구 중구에 위치한 서문시장에 화재가 발생했다. ⓒ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이지우 기자) 

 

대구지역 서민들의 삶의 터전인 서문시장 화재는 천재(天災)가 아니라 인재(人災)라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11년 전에도 유사한 대형 화재가 발생해 전통시장의 취약한 재해대응체계의 문제점이 지적됐으나 이후 사실상 수수방관해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화재의 발생지역 및 피해규모 등이 2005년 발생했던 화재와 닮은꼴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화재 발생: 30일 새벽 2시경 1·4지구 사이에 발생돼

 

조선 중기부터 형성돼 1922년부터 근대 시장의 면모를 갖춰 재래시장의 역사로 꼽히는 대구 서문시장에 큰 화마(火魔)가 덮쳤다. 특히 서문시장에는 총 4000여 개 점포수가 밀집돼 있으며 일터 상인은 2만여 명에 이르러 많은 상인들이 일터와 재산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30일 새벽 2시경 “대구 중구 서문시장 상가의 1지구와 4지구 사이에 화재신고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서문시장 총 면적은 6만4902㎡로, 1·2·4·5지구와 동산상가, 건어물상가 등 6개 지구로 구성돼 있다. 총 점포 수는 4000여 개, 상인 수는 2만여 명에 이른다.

 

불이 난 4지구는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839개 상점이 있다. 지하는 주차장, 지상 1층은 액세서리와 원단, 2층은 침구류, 3층은 의류를 각각 판매하며 4층은 사무실이다.

 

 

서문시장은 어떤 곳: 1922년 시작된 대구 최대 재래시장, 상인 2만여 명의 삶의 터전

 

접수된 서문시장은 대구광역시와 영남권에서 최대의 재래시장이다. 특히 ‘대구장’이라고 불리던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와 ‘강경장’, ‘평양장’과 함께 3대 시장으로 불려왔다, 근대 시장의 면모를 갖춘 것은 1922년 공설시장으로 개설허가를 받으면서 였다.

 

특히 대선, 총선, 지방선거 등 각종 선거철마다 정치인들이 이곳을 찾아 영남권 민심을 잡기 위한 ‘구애전’을 펼치는 곳이다.

 

서문시장 주 거래 품목은 주단, 포목 등 섬유관련 제품이다. 시장 상인 70% 이상이 원단, 의류, 이불, 커튼, 가방 등을 판매한다. 섬유제품 외 액세서리, 과일, 건어물, 해산물, 그릇 등도 거래된다.

 

 

화재 원인은 무엇: 노점의 LP가스 폭발 혹은 노후로 인한 전기 누전 등

 

화재 원인에 대해서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 피해 상인들 사이에서는 인근 노점에 있던 LP가스가 터져 4지구 안쪽으로 번진 것을 목격했다는 진술이 나오고 있다. 또 다른 곳에서는 서문시장의 건물 노후화로 전기 누전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특히 건물 내에서 불이 시작됐다면 전기 누전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겨울철이어서 전열기구 사용도 잦았을 것이고 담배불 등이 건물 밖으로 쌓아 둔 이불류에 옮겨붙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현재 경찰과 소방당국은 다각적으로 원인 규명 조사에 나서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불이 완전히 꺼지는 대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전기안전공사, 가스안전공사 등과 합동으로 현장감식을 벌일 계획이다.  

 

  

서문시장 피해상황: 상인 1000여명, 700억원 손실냈던 11년 전 화재와 비슷

 

현재 피해상황은 정확하게 집계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11년 전 겪었던 대규모 화재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문시장은 40여년 전인 1975년 11월에도 불이 나 건물이 모두 타는 일이 있었다. 가장 최근 화재는 2005년 12월 29일 발생한 화재이다. 6개 지구 가운데 가장 큰 2개 지구(지하 1층, 지상3층, 건물 총 면적 1만 9,992㎡)에서 불이 나 건물이 전소했다. 당시 화재는 1000여 명의 일터를 빼앗았으며 600억원의 재산피해를 입힌 상처를 남겼었다. 이 때 상가 건물을 철거했고 건물 신축을 거쳐 상인들은 6년 9개월 만에 새 보금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2012년 9월 준공돼 영업을 재개하고 약 4년 만에 또 다시 화마가 덮친 것이다.

 

이외 1960년과 1961년, 1967년 등 크고 작은 화재가 계속 발생했던 곳이다.

 

이번 화재 역시 안타깝게도 2지구와 4지구라는 점만 다르지 실제 시설 규모 및 피해 상황 등에서 여러모로 닮아 있다.

 

4지구도 주차장인 지하 1층에 지상 4층 규모로 의류, 침구, 액세서리 등 섬유류가 중심이었으며 약 839개 점포가 위치해 있었다. 2005년 화재가 난 2지구는 식당과 대형마트가 지하 1층에 위치해 있으며 지상 3층까지 규모로 지하 1층을 빼고 점포들이 주로 의류, 침구, 섬유 원단 등을 취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겨울과 연말 특수를 기대하고 상인들이 판매 제품을 많이 구비해 뒀다는 점도 비슷하다. 따라서 과거 사건을 유추해 볼 때 상당한 회복기간이 필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원대책과 예방책은: 전통시장의 취약한 재해대응체계 방관한게 원인

 

국민의당은 30일 대구 서문시장 화재와 관련해 “피해를 초래하게 된 원인 중 하나는 노후화되고 복잡한 건물배치에 있다”면서 “정부는 이번 화재를 계기로 뒤늦게나마 전국 전통시장의 취약한 재해대응 체계 개선과 시장구획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대구 서문시장은 화재 빈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기 때문에 예방책이 절실하다. 또 대부분 겨울이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현재 소방국은 ‘비상대응 2단계’를 발령해 소방차 97대와 인력 870명을 동원해 진화에 나섰다. 화재로 4지구 가건물 일부가 붕괴됐고 불을 진화하던 소방관 2명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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