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조선산업 ‘하청구조’ 대수술 해야 경쟁력 회복
강이슬 기자
입력 : 2016.11.18 09:21
ㅣ 수정 : 2016.11.18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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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서울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산업 구조조정과 지역고용 토론회'에서 한국노동연구원 이정희 연구원이 조선산업 고용구조 문제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강이슬 기자
(뉴스투데이=강이슬 기자)
조선 기술 인력 90%인 ‘하청 근로자’활용이 관건...한국노동연구원 이정희 연구원 주장
“한국의 조선산업은 중국에 비해 정부지원은 턱없이 부족하지만, 기술이나 생산력은 월등하다. 정부나 회사의 입장에서도 조선산업 우수인력에 대해 안정적인 고용이 이뤄져야 한다.”
한국노동연구원과 한국고용정보원이 주최한 ‘산업 구조조정과 지역고용 토론회’가 17일 오후 서울 전국은행연합회관 2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한국노동연구원 이정희 연구원은 ‘조선산업의 고용구조 현황과 문제점’에 대해 발표했다.
한국조선업은 현 고용형태의 문제점을 해결함으로써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해나가야 할 시점이라는 게 핵심적 주장이었다. 이와 관련해 국내 조선산업의 고용 형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전체 기능 인력 중 하청업체 인력이 월등히 높다는 것이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의 ‘조선자료집’에 따르면 조선산업 기능인력 현황(2015년 말 기준)은 △조선 부문의 전체 인력은 10만 1598명 중 하청업체 직원은 7만 6869명으로 전체의 75.7%를 차지했다. △해양 부문에서는 전체 인력 6만 668명 중 5만 5116명으로 전체의 90.8%가 넘었다.
조선산업에서 하청 근로자가 도입된 지는 70년대로 ‘위임관리제’라는 명목으로 도입됐다. 이후 1987년 ‘노동자대투쟁’을 계기로 사내하청이 폐지 및 축소 됐다가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하청근로자 도입이 굳어졌다.
조선산업 고용 문제점① 하청근로자에 위험 집중
“2미터 이상 고소 작업은 발판 없이는 할 수 없어요. 원청에 발판을 요청해도 작업 전까지 설치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왜? 발판공정 때문에 제작공정을 늦출 리가 없거든요. 웬만한 높이는 사다리 놓고 진행시키고, 사다리로도 안되면 크레인에 쓰레기통 달고 그 속에 탑승시켜 일 합니다.”
전 조선소 하청근로자의 하소연이다. 원청이나 하청업체 모두 공사를 빨리 끝내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에 위험한 것을 알면서도 작업 시키고, 하청노동자는 위험한 것 알면서도 작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정희 연구원은 “대우조선의 경우 올해 1~5월까지만해도 신규로 투입된 직원이 1만 9370명이다. 워낙 이직률이 높다보니 새롭게 신규로 들어온 직원이 많은 것이다. 문제는 하청근로자들이 위험한 작업을 수행하는 빈도가 높고, 이들에게 사고를 예방할 기제가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고에 집중 노출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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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앞에서 열린 조선소 하청노동자 공동기자회견에서 노동자들이 작업복을 입고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투데이
조선산업 고용 문제점② 하청근로자 기술력 향상되지만, 고임금은 정규직에 집중
앞서 지적했듯 힘들고 어려운 작업은 하청근로자가 투입된다. 정규직은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덜 힘든 작업에 배치된다. 이런 고용구조가 계속되면서 하청근로자의 기술력은 높아지지만, 정작 임금은 정규직이 더 높다.
A사의 경우 정규직의 임금을 100이라고 했을 때, 하청근로자의 임금은 이들의 60%에 그친다. 이 연구원은 다른 업체의 경우도 이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정규직은 위험한 작업은 안하려고 하고, 시키면 임금을 더 달라고 한다”며 “오죽하면 회사 관계자들도 하청업체와 정규직 그리고 원청의 노동 관계가 흐트러지고 있다고 토로할 정도이다”며 비정상적인 고용구조를 꼬집었다. 그러면서 “임금체계 개편, 수당을 신설하는 등 차등임금지급으로 숙련 및 위험작업에 대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산업 고용 문제점③ 불안한 고용시장과 복잡한 재하청 구조의 고착화
이정희 연구원은 “하청의 재하도급은 불법임에도 조선업계에서는 원청이 하청을 주고 하청업체가 또 재하청하는 일이 일반적”이라고 밝혔다.
특히 불법이주노동자가 재하청의 80% 이상을 차지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들에게 장비 및 출입증을 지원하기 위해 ‘출입증 거래’도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전 조선소 물류팀(재하도급) 용접공은“나는 분명히 퇴사하기 위해 입사하면서 지급받았던 장비와 출입증을 반납했는데 회사에서 퇴사처리를 하지 않고 내 출입증을 정상적으로 출입증이 발급되지 않은 사람에게 건넸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털어놨다.
이 연구원은 “불법인 물량팀을 폐지하고, 사내하청업체를 대형화해 단순 인력공급자 역할을 넘어 독자적 기업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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