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인구는 주는데 취준생 65만명 역대 최고치 찍은 이유
오지은
입력 : 2016.11.14 11:22
ㅣ 수정 : 2016.11.14 11:46

▲ 서울 동작구 노량진 공무원 학원에서 취업준비생들이 시험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뉴스투데이
공무원 시험 준비생 증가가 큰 원인
하반기 공채 끝난 1~2월엔 취준생 통계 변할 듯
(뉴스투데이=오지은 기자)
#. 취준생 A씨(26)는 대학 졸업한 지 2년 반이 넘어간다. 나름 학점도 좋고 외국어 성적, 인턴, 봉사활동까지 스펙도 잘 쌓았다고 생각했지만 번번이 서류탈락의 쓴맛을 봤고, 눈이 높아 대기업만 지원하다가 면접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눈을 낮춰 중소기업 위주로도 넣어봤지만 취업시장에서 나의 가치가 이정도 밖에 안 된다는 사실에 나이만 먹을 뿐이다. 드디어 한 군데 최종합격 소식을 들었지만 하고 싶었던 직무와도 거리가 멀고, 예상 연봉보다 훨씬 못 미친다. A씨는 맘에 안 들지만 또 다시 최종합격의 기회가 오지 않을까봐 불안해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취업준비생이 역대 최대인 65만3000명을 기록했다. 사실상 실업자 증가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1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준비자는 65만3000명으로 전년 동월(63만7000명) 대비 1만6000명 증가했다.
이는 10월 기준으로는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10월 기준 2003년 34만명이었던 취업준비자는 2005년 46만3000명, 2006년 52만9000명, 2010년 61만5000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취업준비자는 구직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실업자로는 분류되지 않고 비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된다.
그러나 취업시험을 위한 준비 자체가 근원적으로 구직활동에 해당되기 때문에 이들 취업준비자의 증가는 사실상 실업자 증가를 의미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취업준비자가 늘어나는 것은 전반적으로 취업준비에 소요되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 데다 고용사정이 악화되면서 구직활동에 뛰어드는 것을 두려워하는 이들 또한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고용정보원 고용정보분석팀 윤정혜 전임연구원은 이번 취준생 역대 최고치 통계와 관련해 “취준생 수치가 갑자기 늘어났다기보다는 지속적으로 늘어난 결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구직활동을 펴고 있지만 성공하지 못한 청년들이 조금씩 누적돼왔던 게 수치로 드러난 것이라는 설명이다.
윤 연구원은 이 같은 누적현상에 대해 " 취업난이 심각하다 보니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려는 공무원시험 준비생들이 많아 그들이 취준생 수치를 많이 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공시족 열풍 혹은 대기업 선호현상 등이 취준생 숫자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데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는 추정이다.
윤 연구원은 그러나 “지금은 취업시즌이 아니기 때문에 하반기 공채가 끝나는 1~2월 즈음 통계가 바뀔 수 있으니 그때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취준생 수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는 낙관론인 셈이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0
/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