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과 法] 변호사와 공인중개사의 영토전쟁

황진원 입력 : 2016.11.09 15:03 ㅣ 수정 : 2016.11.09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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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변호사협회 소속 변호사들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변호사 생존권 보장 및 행정사법 개정안 저지를 위한 집회를 하고 있는 가운데, 한 공인중개사가 변협의 주장은 부동산 중개업에 대한 업권 침탈이라 주장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뉴스투데이=황진원 기자)
 
공인중개사 자격증 없이 부동산 중개영업한 변호사, 1심서 무죄판결
 
공인중개사 자격 없이 부동산 중개영업을 한 혐의로 기소된 트러스트부동산 대표 공승배 변호사(45)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공인중개사협회가 위기에 처했다.
 
이미 포화 상태인 중개업시장에 변호사까지 가세함에 따라 경쟁이 격화되는 등 상당한 파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공인중개사협회는 이번 판결에 강력 반발하며 구체적인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과도한 부동산 중개수수료 부담과 낙후된 서비스 등을 이유로 변호사의 중개업 진입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어 이번 재판을 계기로 향후 부동산 중개시장 체제에 변화의 바람이 불지 주목된다.
 
 
트러스트, 45만~99만원대 자문료 받아…부동산업계 ‘고사 위기’ 주장
 
앞서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 나상용)는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트러스트 부동산 대표 공승배 변호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국민참여로 진행된 이번 재판에서 배심원 7명은 4대 3 의견으로 공 변호사의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공 변호사가 일정한 보수를 받고 중개업을 했다거나, 중개업을 하기 위해 표시·광고를 했다는 점, 공인중개사무소 등과 유사한 명칭을 사용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공 변호사에 대한 무죄 판결 취지를 설명했다.
 
공 변호사의 무죄 선고에 공인중개사협회는 “공인중개사 제도를 유명무실하게 만든 판결”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어, “재판부의 졸속 판결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으며 전국 36만 공인중개사가 역량을 동원해 총궐기할 것”이라며 단체행동을 해서라도 변호사의 중개업 진출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공인중개사협회는 이번 판결로 가뜩이나 공급과잉 상태인 공인중개사 시장에 변호사들까지 가세하면서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공인중개사 자격을 만든 취지 또한 무색해질 것이라 비판하고 있다. 특히, 이번 판결이 부동산수수료 인하 출혈 경쟁을 심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트러스트는 매매 거래금액이 2억5000만원(전·월세는 3억원) 미만이면 45만원, 그 이상이면 99만원을 받는 2단계 보수 체계를 내놓고 있다. 이는 거래 금액에 따라 요율이 높아지는 공인중개업계 수수료보다 훨씬 저렴하다.
 
10억원 짜리 집을 매매할 때 중개수수료(8억원 이상 0.9% 상한요율)는 최대 900만원인데 반해 트러스트에 맡기면 10분의 1 수준인 99만원만 법률자문 수수료로 지급하면 되는 것이다.
 
공인중개 자격 취득자가 36만명이 넘어가는 등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변호사들이 중개수수료가 아닌 법률 자문에 대한 대가로 값싼 금액으로 부동산 거래를 진행함에 따라 부동산 업계가 고사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진 상황에 놓인 것이다.
 
한 공인중개 업자 대표는 “부동산중개 시장이 무한경쟁 체제로 치닫는 와중에 변호사들이 중개업에 끼워팔기식으로 접근하는 것도 모자라 법률 자문이라는 명목으로 중개업자들과의 저가 경쟁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사의 부동산 거래 합법화, 중개업 체제 개편으로 이어질까
 
그러나 트러스트부동산 측은 “공 변호사는 부동산 중개업을 한 것이 아니라 부동산거래와 관련한 법률자문을 한 것”이라며 “법적 자문에 대한 대가로 돈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적법합 절차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대법협측 또한 “법률자문은 본래 변호사의 고유 업무인데, 이것이 부동산 거래와 관련됐다고 해서 공인중개사가 아니면 법률자문도 할 수 없다고 한다면, 국민이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근거 없이 박탈하는 일이 된다”고 주장했다.
 
트러스트부동산 측은 이번 재판의 무죄 판결이부동산 중개서비스 개혁과 소비자 선택권 확보를 원하는 여론이 반영된 결과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변호사의 중개입 진입에 대해 긍정적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번 재판 또한 과도한 부동산 중개 비용과 중개 비용에 비해 턱없이 낮다고 느껴지는 체감 서비스 수준 등이 중개업계에 대한 불만으로 반영된 것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이에, 이번 재판의 영향이 향후 부동산 시장의 수수료 체계 개편으로 이어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결국 부동산 중개를 둔 공인중개사와 변호사 간의 치열한 공방이 그들만의 밥그릇 싸움으로 번지지 않기 위해선 정부가 나서 부동산중개업 선진화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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