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공주전의 모티브가 된 ‘최순실’의 현대판 臣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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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이지우 기자)
대통령을 ‘공주’로, 최순실을 무당의 딸인 ‘무녀’로 비유해 ‘국정농단의 비극’을 풍자
연세대학교 대나무숲에 지난 달 27일 게재된 '공주전'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을 판단력이 부족하고 세상 물정을 모르는 '공주'로, 최순실 씨의 부친인 故(고) 최태민씨를 '무당'으로 각각 비유했다.
최순실 씨는 무당의 딸인 '무녀'로 최 씨의 딸인 정유라는 '정'으로 각각 칭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공주에게 접근해 무당이 국정을 농락했고, 그 뒤를 이어 딸인 무녀가 공주를 조종해 권세를 휘두른다는 내용이다. 끊김없는 문장력과 해학적 발상이 독자가 하고싶은 이야기를 정확하게 표현해 낸다. 그래서 읽고나면 후련하다.
'공주전'은 1일 세간에 본격적으로 유포되면서 단번에 주요 포털 사이트의 실검 1위에 오르는 등 대중적 인기몰이 중이다. 익명의 연세대생은 왜 '공주전'을 썼을까? 또 국민들은 왜 열광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박근혜 대통령을 최순실이 조종했다는 의혹이 사실?
최근 한국은 ‘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과거 조선시대 혹은 그 이상의 왕정시대를 목격하고 있다. 군부독재보다 더 후퇴 된 모습에 국민들의 분노는 더욱 극에 치닫고 있다. 국민 다수의 지지를 얻어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이 종교적 색채가 짙은 최순실의 농간에 놀아났다는 세간의 의혹이 점점 사실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역대 정권에서 목격했던 권력형 비리의 몸통은 언제나 대통령 자신이었다. 그러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박 대통령이 최순실에게 조종당했다는 점에서 과거의 권력형 비리와 차원이 다르다. 국민들도 이 점을 깨달았다. 그래서 허탈감과 분노감을 동시에 표출하고 있다.
지난 29일 주말 서울 중심 광화문에는 촛불을 든 남녀노소 할 것 없는 수 많은 성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진보와 보수가 뒤섞인 군중들의 시위는 거의 초유의 사태라고 볼 수 있다.
좋은 세상을 만들지 못한 일반 부모들은 자괴감
어느 부모가 자식에게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 주고싶지 않을까. 오히려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해 미안함까지 가지는 것이 부모마음인데 말이다. 최순실과 정유라의 남다른 모정(?)에 수 많은 부모들은 울분을 토하고 열병을 앓고 있다.
지난달 31일 최순실 씨가 검찰에 출두했다. 말그대로 아수라장이 펼쳐졌다. 검창청사 바닥은 오물이 흩뿌려졌다. 박 모(43)씨는 ‘시녀검찰 해체하라’고 적힌 손 피켓과 개 똥이 든 통을 들고 난입하려다 보안요원에 제지 당하는 과정에서 바닥에 똥을 뿌린 것이다.
또 1일 아침에는 포크레인 한 대가 돌진하는 일도 벌여졌다. 포크레인을 운전한 정 모(45)씨는 “최순실이 죽을 죄를 지었다고 해서 죽이러왔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이렇듯 국민들 화는 계속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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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청년들, 정유라의 뻔뻔함과 그를 용인하는 사회를 냉소
지난 31일 이경재 변호사의 “정유라 풍파 견딜 나이 아냐” 발언이 수 많은 청년들 가슴에 또다시 비수를 꽂았다.
최순실의 딸인 정유라는 이화여자대학교에 특혜입학과 수업에 출석하지 않고도 F학점이 아닌 B학점을 받았으며 수업 듣는 학생들이 다 참여해야 될 수업에 불참했음에도 PASS학점을 받아 입학과정과 학교생활에 있어 의혹이 제기됐다.
일반인인 정유라 합격 요건에 맞춰 학칙이 변경되거나, 또는 유급도 놀랍지 않은 학점이 B로 탈바꿈하는 것은 금수저로도 불가능하다. 다이아수저는 될법하다. 누군가는 시험기간에 도서관에 주구장창 앉아 있는데 정유라는 시험기간에도 학교에 없었다.
절대 다수인 수 많은 또래 흙수저 대학생이 느낀 풍파를, 극소수에 속하는 다이아몬드 수저 정유라가 평생을 피해왔음에도 아직 맞기에 뭐가 부족하단 것인가. 이 변호사의 발언은 다이아수저, 흙수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관련 기사에는 “20대 초반 학업 포기하고 학원비 벌어가며 공무원에 인생거는 20대는? 학자금 허덕이며 알바에 학업에 부모님에 대한 심적 책임감에 울지도 못하는 20대는?”(Scottxxxx), “우리는 저마다 무게를 안고 산다. 지금까지 삶의 풍파를 온몸으로 맞으면서 최루연기처럼 매섭고 앞이 보이지 않는 뿌연 시련에서 저 끝에 희망이 있다고 수험생들, 대학생들 더 나아가 국민 모두가 믿어왔다. 희망을 믿고 버텨온 보두의 노력을 정유라가 비웃은 것이 됐다. 온실속 화초가 세월 풍파를 견딜 수 없단 이유로 완전히 다 자랄때까지 기다린다? 다 자라서 서릿발을 맞은 들 금방 얼어죽을 것이다. 겉 멋은 있지만 속알맹이가 차 있지 않으니까.”(박xx) 등의 댓글들이 이어졌다.
권력자들은 ‘최순실’을 금동아줄로 보고 매달려?
이번 사태는 ‘민주국가’ 사회 곳곳에서 오랫동안 곪아 온 부정한 것들을 탄로했다. 부정청탁금지법 시행이 한달이 됐다. 그러나 이런 법은 최순실이나 정유라에게 적용되지 않는다.
현직에 있는 국회의원들은 최순실을 금동아줄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실력보다 ‘로비’와 ‘연줄’이 더 중요한 전형적인 한국 사회의 곪은 단면을 보여준 사례가 됐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잘못된 인식이 퍼질까 우려의 목소리도 일고 있다.
몇 년을 도서관, 독서실에 앉아 취업준비를 해온 이들이 느낄 좌절감과 허탈감. 이어 책을 덮고 잘못된 길을 모색하게 되는 잘못된 사회로 흐르지 못하도록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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