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에 울고 대출에 쫓기는 20대…선택은 '개인파산'

이지우 입력 : 2016.10.24 17:07 ㅣ 수정 : 2016.10.24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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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지우 기자]

(뉴스투데이=이지우 기자) 청년실업률은 한 달이 멀다하고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데 취업이 안 되는 청년들은 속수무책으로 대부업체에 노출돼 대출에 시달리고 있다. 취업이 되지 않아 생활비를 위해 대출을 해야 할 때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대부업체의 속삭임은 달콤하다. 하지만 달콤함은 잠시, 청년들을 빚더미로 내몰리게 된다.

 

신용회복위원회는 최근‘2016년도 3분기 신용회복 지원 실적’을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개인워크아웃 신청자는 다른 연령대에서는 모두 줄었는데 20대만 ‘홀로’ 늘었다.

 

 

빚더미에 허덕이는 10명 중 1명은 20대

 

20대 개인워크아웃(연체기간이 90일 이상인 채무자에게 지원하는 채무조정 프로그램) 신청자는 지난 2분기 2099명에서 2283명으로 8.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개인워크아웃 신청자가 전 분기의 1만9383명에서 1만9047명으로 1.7%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전 연령층과 비교해서도 ‘나홀로’ 증가했다는 점이다. 30대와 40대는 나란히 2.3%씩 줄었다. 50대 신청자는 5.1%, 60대 이상 신청자는 7.6%나 감소했다.

 

수적으로는 증가했지만 20대가 지고 있는 빚은 대개 소규모로 집계됐다. 한국은행 자료에서 20대가 대출한 금액은 가계부채의 3.8%에 불과했다. 대부분 학자금이나 용돈으로 쓴 소액 대출이었다.

 

하지만 소액임에도 20대의 대출 악순환은 해결되지 못하고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바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대부업체 이자 때문이다.

“빚이 너무 많아 갚을 수 없다”며 워크아웃을 신청한 20대는 2013년 6098명을 기록한 데 이어 이듬해 6671명, 지난해에는 8023명으로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다. 같은 기간 단 한 차례 감소도 없는 연령대는 20대가 유일하다.

 

신복위 관계자는 “취업난으로 꾸준한 소득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20대가 급한 돈을 고금리로 빌리다보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악순환은 개인파산 및 회생건까지 이어진다. 지난달 대법원에서 내놓은 개인파산·회생 사건 현황에 따르면 올해 지난 6월까지 들어온 개인회생 신청 4만7223건 가운데 20대 신청이 4927건으로 전체의 10.43%를 차지했다.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한국은행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결과도 비슷하다.

 

이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전체 대출자 중 20대 비중은 12.5%에 달했다. 우리 사회에서 빚에 쪼들리는 이들 10명 중 1명은 20대인 셈.

 

 

겨우 취업해도 “현금으로 월급 주실 수 있나요?” 애원

 

지난해 10월 겨우 취업에 성공한 A씨(28)는 올해 3월 회사에 남몰래 부탁을 해야했다. 회사 측에 부탁한 내용은 “월급을 현금으로 줄 수 있냐”는 것이었다. 이유를 묻는 회사에 구구절절 그의 상황을 설명하고 설득시켜야 했다.

 

취업 전 대부업체로부터 대출을 받은 것이 5개월만에 이자와 이자에 붙은 이자가 독이 돼 돌아 온 것이다. 때문에 월급통장에 급여가 들어오는 족족 A씨가 만져보기도 전에 대부업체에서 빼가기 때문이다.

 

빚 부담이 청년들에게 갈수록 집중될 수 밖에 없는 양상이다. 취업이 안 되니, 또는 취업준비를 위해 대부업체 문을 두드린다. 이는 취업준비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 쌓이고 쌓일뿐이다.

 

결국 악순환 되는‘빚의 고리’는 청년들을 나쁜 일자리로 내몰고 있다.

 

지난해 취업 포털 사람인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대졸자 1210명 중 84.2%가 대출 빚이 취업에 영향을 끼쳤다고 답했다. 특히 빠른 취직을 위해 ‘묻지마’ 지원을 했다고 말한 응답자는 절반(57.2%)이 넘었다. 한국장학재단과 국세청에 따르면 학자금 대출자 10명 중 7명은 취업 후에도 소득이 적어 원금도 갚지 못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신복위 “청년들, 기본 금융지식 재고 필요”

 

신복위는 3분기 중 16개 은행(시중은행, 지방은행)에서 취급하는 대학생, 청년 햇살론에 대한 보증지원으로 4411명에게 131억 9200만원을 보증 지원했다.

 

아울러 채무상환 의지가 있지만 실직중이거나 소득부족으로 재취업과 전직을 희망하는 과중채무자를 대상으로 직업을 알선하는 취업지원 실적은 3분기 중 4374명에게 구직신청을 받아 927명에게 취업을 알선하며 현 상황 타개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신복위 차재호 팀장은 뉴스투데이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20대 청년층 신용문제는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는 두가지 요인으로 분석된다. 첫째는 ‘청년 일자리’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워낙 힘들다는 것과 두 번째는 청년층은 ‘취업 후 상환’이라는 나름대로의 특수성이 있음에도 금융시장이 해줄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에 고금리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 환경에 맞는 금융이 적절히 공급되어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들 환경이라 함은 ‘취업 후 상환’이다. 하지만 현 은행 시장에서는 지원이 되지 않는다. 이에 신복위에서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보증을 서기 때문에 대출을 할 수 있도록 하며 취업을 했을 때 상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제도권 내에서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을 알아보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특히 저신용자, 대학생, 미취업 청년들이 저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는 ‘서민금융’상품은 한국장학재단, 신용회복위원회, 서민금융지원회 등이 금융상품을 갖고 있다.

 

아울러 “이런 신용문제에 쌓이지 않도록 주의하기 위해선 청년들의 ‘시장금융구조’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급선무이다. 기본적인 금융 지식을 익히기 위한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며 합리적인 비교판단 능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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