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고통 은폐하는 한경연의 ‘13%’ 격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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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오지은 기자)
동일 학력 및 직무를 지닌 정규직-비정규직의 월급만 비교…복지혜택 등은 제외
학력, 직무, 성별 등 임금 결정 요인이 동일할 경우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간 임금 격차가 13%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24일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 이하 한경연)은 ‘임금방정식 추정을 통한 임금격차 분석’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경연은 “이번 연구에서는 학력, 직무 등과 같은 임금결정 요인이 동일하다고 가정한 후 도출한 임금방정식 추정방식을 적용해 임금수준차이를 비교·분석했다”고 설명했다.
한경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무, 업종, 성별, 학력 등 임금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동일할 경우 고용형태 차이에 따른 임금수준을 분석한 결과, 비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은 정규직 근로자의 87% 수준으로 추정됐다. 학력, 직무 등이 동일한 A씨와 B씨가 각각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채용됐을 경우, 양자 간의 임금 격차가 13%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산업별로는 운수업과 건설업에 종사하는 비정규직근로자의 임금이 각각 정규직의 119.9%, 111% 수준으로 비정규직근로자의 임금이 정규직보다 더 높았다. 마찬가지로 농업·임업·어업의 경우 비정규직 근로자 임금은 정규직의 108.5% 수준, 교육서비스업은 105.4%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우광호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개인의 다른 특성이 동일한 경우, 건설, 운수, 교육서비스업은 업장에 소속돼 일하기보다 특정일의 완성 및 업무 단위 계약을 통해 개인능력에 따라 임금을 지급받는 경우가 많아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난 것으로 판단된다”고 해석했다.
또한, 우 위원은 “기존에 발표되었던 임금격차 수치는 임금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고려치 않은 단순 비교치이기 때문에 집단 간에 임금격차가 실제보다 과장돼 있다”며 “이는 사회갈등과 위화감을 조장하는 등 부작용을 양산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정확한 임금정보가 제공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실 왜곡하는 탁상공론식 연구 결과에 비판 무성
그러나 한경연의 이러한 분석 결과는 비정규직의 어려움을 의도적으로 은폐함으로써 기업들의 대변인을 자처했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우선 정규직은 비정규직에 비해 임금뿐만 아니라 각종 보너스 및 수당 그리고 복지혜택을 받는 데 비해 비정규직은 복지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을 은폐하는 연구라는 지적이다. 또 고용안정성이 높은 정규직에 비해 비정규직은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도 이번 연구에서는 무시되고 있다.
더욱이 학력, 직무등에서 정규직과 동일한 조건을 갖춘 비정규직만을 조사대상으로 국한시킬 경우 저임금에 시달리는 대다수 비정규직은 제외됐음을 뜻한다는 점도 이번 연구가 편향성을 의도한 대목이다. 낮은 학력을 가졌기 때문에 단순 노동력 제공 등과 같은 직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종사자들은 한경연의 조사에서 배제된 것이다.
한경연이 정규직-비정규직, 여성-남성, 고졸-대졸 등 임금격차가 발생한다는 것 자체가 좋은 사회적 현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적게 차이난다고 항변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평가이다.
포털 사이트 아이디 ‘yunh***’은 “그래서 임금격차가 이만큼인데 정상이란 뜻?”, ‘said****’은 “비정규직은 승진을 못 하고 계속 제자리 월급이니까...”, ‘drag****’는 “고용의 불안정성, 복리후생 차별, 시간외수당 등도 고려한 건가?”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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