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집에서 ‘과로사’해도 ‘업무상 재해’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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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압박에 과로·스트레스…심한 자책감에 사로잡혀 질환 악화
(뉴스투데이=오지은 기자) 실적 압박을 받던 은행원이 회식 후 집에 돌아와 숨져도 ‘업무상 재해’가 인정됐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2014년 1월 20여년동안 은행에서 일한 당시 50세 센터장 이 모씨가 숨진 데 대해 ‘업무상 재해’ 판결을 내렸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S은행 은행원 이 모씨는 2013년 경쟁이 치열한 서울 여의도의 금융센터장으로 근무했다. 영업이 부진하던 S은행 여의도센터는 이 씨가 부임한 이후로 매월 실적 1위를 달성하고 동기들보다 빠른 승진을 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다른 지점과의 심한 실적 경쟁과 시중은행과의 영업 경쟁 탓에 2013년 종합평가에서 1위를 놓쳤다. 그해 이 씨의 부하직원 중 상당수가 승진에서 탈락하는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2014년 1월 이 씨는 회사 회식에서 “본인의 노력 부족 탓”이라고 직원들에게 한탄하고, 평소 주량을 넘기면서 2차까지 술자리를 이어갔다. 집으로 돌아간 이 씨는 다음날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됐다. 곧장 병원으로 옮겼으나 이 씨는 싸늘한 주검이 되었다.
근로복지공단에서 이 씨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자, 유족인 김 씨는 유족급여 등의 청구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이 씨가 평소 가슴을 치며 답답해하고, 수년 전 고혈압 치료를 받기도 해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주목했다. 또한, 이 씨가 고객관리 차원에서 잦은 술자리와 골프 모임을 나갔던 탓에 피로가 누적됐고, 실적 부담으로 과로나 스트레스로 원혈탈모증까지 생기는 등 질환을 악화시켰다며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이번 판결은 근로자가 집에서 숨졌더라도 사인에 영향을 줄 정도로 평소 과로한 점이 인정된다면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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