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본에선](22) 일본정부가 첫 발표한 과로사 백서(白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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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앞장서서 과로사와 방지책을 연구하는 일본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7일 일본 노동후생성은 과로사의 실태나 방지책 등의 실시상황을 보고하는 ‘과로사 등 방지대책백서’를 처음 발표하였다. 2014년에 실행된 ‘과로사 등 방지대책 추진법’에서 과로사를 둘러싼 사회현상에 대한 상황을 정리한 보고서를 매년 만들도록 정하였고, 이 법에 따라 2015년의 노동상황을 종합하여 발표한 것이다.
백서의 내용은 총 280페이지 분량으로 과로사나 과로자살의 현상이나 방지책, 직장인의 잔업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일본에서 1980년대 후반부터 과로사가 사회문제화 되었고 1991년에 결성된 ‘전국 과로사를 생각하는 가족회’의 활동이 상기 법의 제정까지 이어졌음을 함께 서술하였다.
백서에 기재된 실제 과로사와 과로자살 인원은 1년에 약 200명
2015년에 과로사로 인해 노동재해 인정을 받은 인원은 96명. 또한, 과로자살(미수 포함)에 의한 노동재해 인정인원은 93명이었다. 과로사에 의한 노동재해 인정은 2002년 발표에서 160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매해 줄어들었고 14년 만에 100명 밑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과로사와 과로자살을 합한 인정건수는 최근 몇 년간 200명 전후로 계속 높은 상황이다. 또한, 유족이 과로사를 주장하더라도 인정되지 않은 경우까지 생각한다면 숫자는 더 커진다.
일본기업 중 23%가 월 80시간 이상 잔업, 일부 직종은 40% 이상
전국 약 1만개의 회사를 대상으로 2015년 12월부터 2016년 1월 사이에 실시(실제 응답회사는 1743사)하여 5월에 공표된 조사결과도 백서에 함께 포함되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정사원의 1개월 당 잔업시간이 ‘과로사 기준’에 해당하는 80시간을 넘는 기업이 22.7%였고, 특히 정보통신업, 학술연구, 전문기술서비스업에서는 40%가 넘는 기업이 월 80시간 이상의 잔업을 사원에게 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조사대상의 기업 수에 비해 실제 응답한 기업의 비율이 20%가 안 되었기에 실제 비율은 더 높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단순한 수치조사가 아닌 자체적인 연구와 대응책 마련까지
백서에서는 ‘과로사의 실태 해명에는 업계를 둘러싼 환경이나 노동자 측의 상황 등, 여러 가지 방향에서 요인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노동자 약 2만 명에 대한 장기간의 추적조사나 장시간 노동과 건강에 관한 연구를 개시할 계획임을 발표하였다.
첫 번째는 추적조사로 폭넓은 업종의 약 2만 명에 대하여 건강진단의 결과와 노동시간과 업무부담, 수면시간, 운동습관, 음주나 흡연 유무 등을 10년간에 걸쳐 조사하고 어떤 요인이 위험요소로서 작용하는지를 분석한다. 올해 조사를 시작하고 매년 발표하는 백서에 조사경과를 보고해나갈 예정이다.
두 번째는 실험연구로 12시간의 컴퓨터 작업이 순환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한다. 2010년 1월부터 2015년 3월까지 노동재해로 인정받은 사례를 데이터베이스화하여 진행하고 있으며 과로사의 요인분석에 도움이 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근로자의 노동에 대한 한일정부의 상반된 대응방식
노동자의 과다한 업무와 이로 인한 자살·과로사 등은 한국에서도 뉴스 등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고 우리 모두가 해당될 수 있는 문제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과로사는 정부의 책임이 아닌 기업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많은 유족들이 과로사로 인정받기 위해 기업과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통해 힘겨운 싸움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 역시 2000년대까지는 같은 인식을 갖고 있었으나 이후 과로사를 방지하고 근로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법률제정, 백서발표 등의 노력을 해오고 있다. 또한, ‘과로사 등 방지대책 추진법’을 제정하면서 과로사는 기업의 책임이 아닌 그런 현상을 방치하는 정부의 책임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두 나라 모두 청년층과 노동인구가 줄어들고 저성장의 늪에 빠져있지만 그 대응방식은 상반되고 있기에 한국정부에 대한 씁쓸함이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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