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리포트] 김영란법이 몰고 올 ‘고용시장’ 변화

정진용 입력 : 2016.10.04 09:21 ㅣ 수정 : 2016.10.0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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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란법의 시행으로 음식점, 유흥업소 등 각 부문 고용시장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의 한 장면.

접대문화 위축으로 서비스업종 타격 클 듯

 

음식점업은 규모 따라 희비 엇갈릴 전망

 

(뉴스투데이=정진용기자)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깨끗한 사회’로 가는 대담한 실험이 시작됐다. 법 시행이 정착되면 확 달라질 미래사회에 대한 기대와, 당장의 파장을 고려한 현실적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김영란법이 몰고 올 고용시장의 변화를 예측해 본다.

 

고용시장 당장은 악재 = 김영란법의 핵심은 잘못된 접대문화를 뜯어고치자는 것이다. 식사, 선물, 경조사비 등 부문별로 ‘접대’ 혹은 ‘성의’를 보일 수 있는 가격을 사회상규에 맞게 조정, 그 이상 금액을 쓰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하지만 이미 접대나 성의와 관련된 시장이 방대하게 형성돼 있는 상황에서 게임의 룰을 바꾸게 되면 필연적으로 연쇄적인 여파가 불가피하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김영란법이 시행하기 이전인 지난 9월9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단기적으로 서비스업종과 고용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이 총재는 "부정청탁금지법 시행은 중장기적으로 볼 땐 사회 투명성, 효율성을 높이는 순기능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단기적으로 볼 땐 일부 서비스업종 중심으로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이들 업종의 고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4일 현재 시행에 들어간 지 1주일 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이어서 고용과 관련한 정확한 통계는 나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직, 간접적으로 김영란법의 영향권 아래 있는 업종을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큰 게 사실이다.

 

외식업 고용 희비 엇갈릴 듯 = 음식점업은 숙박업종과 함께 우리나라 고용시장을 주도해온 분야다. 올해 8월까지 평균 숙박 및 음식점업 취업자는 226만2000명으로 지난해보다 4.6% 늘어났다. 전체 취업자수가 2612만명으로 전년(2581만8000명)보다 1.2% 늘어나는 데 그친 점을 고려하면 숙박 및 음식점업 취업자가 전체 취업자 증감률의 약 4배에 달했다는 계산이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은 김영란법 시행으로 외식업계 매출이 연간 4조1500억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전체 외식업계 매출 중 5%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하지만 고급음식점이냐 중저가 음식점이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1인당 3만원 이상 하는 고급음식점은 당장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BC카드에 따르면 고급음식점 비중이 높은 한정식집에서의 법인카드 이용액은 한 달 전보다 17.9%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다. 그 뒤를 이어 중국음식점(-15.6%), 일반 한식(-12.2%), 갈비전문점(-10.3%), 서양음식점(-6.6%), 일식횟집(-5.2%) 등의 순으로 감소폭이 컸다.

 

상황이 계속 악화될 경우 문을 닫거나 종업원 수를 줄이는 고급음식점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외식업계에 따르면 고급음식점의 경우 평균 종업원 수는 23명에 달한다.

 

반면 중저가 음식점들은 오히려 매출이 늘어나는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상가정보업체인 점포라인에 따르면 분식점이나 중국집, 돈가스집 등 단품 메뉴를 주로 취급하는 상가의 권리금 규모는 최근 들어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평균 6966만원이던 서울 소재 분식점의 권리금은 올해 들어 8413만원으로 20% 넘게 증가했다.

 

중저가 음식점에서 늘어나는 고용이 고급음식점에서 줄어들 고용을 얼마나 상쇄할 지는 미지수이다.

 

골프장 캐디, 술집 종업원, 대리운전 등 악재 = 현재 전국 423개 골프장(군 골프장 제외)에서 일하는 캐디는 약 3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90년대 1만2000명 수준이던 캐디는 골프 붐을 타고 꾸준히 늘어왔다. 접대골프가 줄어들 경우 캐디의 일자리는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 김영란법의 시행은 골프장 매출에도 영향을 미쳐 캐디고용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첫 연휴인 1~3일 수도권 주요 골프장은 무더기 예약취소와 같은 사태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10월이 골프 성수기라서 큰 여파가 없어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수도권 A골프장 관계자는 “올해 보다는 내년이 돼야 본격적인 영향이 어느 정도 인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흥주점 종업원과 대리운전 역시 고용 측면에서는 악재가 예상된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법인지출 중 주점 등 유흥업소에서 사용된 금액은 약 2조5300억원인 것으로 추정된다. 법인 지출의 상당 부분이 접대와 관련된 것으로 본다면 이 정도 금액만큼 유흥업소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여성신문 보도에 따르면 전국의 유흥업소는 대략 1만3000여개에 달하고 이곳에서 일하는 종업원 수는 13만9904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최소 20%이상의 고용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리운전 역시 접대와 술자리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이용률이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의 ‘자가용자동차 대리운전 실태조사 및 정책 연구'보고서(2014년)에 따르면, 대리운전업체는 전국적으로 약 3851개, 대리운전자수는 약 8만7000명으로 추정된다. 대리운전 1일 평균 이용자수는 전국적으로 약 47만9000명에 달한다.

 

대리운전자 기준 1인당 하루 평균 5.55회를 운행하고 있는데, 업계에서는 시장규모가 최소 20~30%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최대 2만6000여명의 대리운전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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