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딧잡 서비스 중단한 국민연금, 정보공개법 위반 논란

오지은 입력 : 2016.09.09 12:28 ㅣ 수정 : 2016.09.09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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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오후부터 잠정 중단된 기업 연봉 등 정보 공개 사이트 '크레딧잡' [사진=크레딧잡 캡처]
 

3인 이상 기업 연금 가입, 연봉, 퇴직자수 등 정보 제공하는 크레딧잡 서비스 잠정 중단


(뉴스투데이=오지은 기자) 8일 42만개 기업의 연봉, 입퇴사자수, 국민연금 가입여부 등을 낱낱이 파헤친 ‘크레딧잡’ 사이트가 화제로 떠올랐다.
 
지난 5월 개설한 크레딧잡은 3인 이상 국민연금에 가입된 사기업‧공기업의 정보를 모두 알려준다. 크레딧잡의 슬로건인 ‘이력서 쓰기 전에, 면접 가기 전에 크레딧잡에서 검색하세요’처럼 항상 ‘회사 내규’로 감춰졌던 기업들의 민감한 부분은 노출되지만, 취준생 및 직장인에게는 매우 유용한 정보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삼성전자’를 검색하면 △경기 수원시 소재 △총 인원 9만9113명 △올해입사자연봉 세본 4220만원 △평균예상연봉 5410만원 △올해 입사율 2%, 퇴사율 2% △연봉 상위 10% 랭크 등 기업 정보가 국민연금 가입자 베이스로 자세하고 정확하게 산정된다.


일부 중소기업 신입사원, 회사의 연금 미가입 사실 발견 등 긍정적 효과 많아


심지어 모회사 신입사원인 차 씨(27‧여)은 재직 중인 회사를 크레딧잡에 검색했으나 뜨지 않았다. 입사시 해당 회사의 대표는 “당연히 4대 보험에 가입시켜준다”고 말했지만 크레딧잡으로 인해 연금 미가입 회사임을 발견했다.
 
크레딧잡을 출시한 빅데이터 스타트업 크레딧데이터 조경준 대표는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 관한 정보는 채용정보사이트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찾을 수 있지만, 전체 사업체의 99%, 근무 인력의 88%에 해당하는 중소기업에 관한 정보는 부족해 취업 시장에 심각한 정보 비대칭성이 존재한다”며 “한국에 좋은 중소기업이 많다는 것을 알리려는 목적으로 국민연금공단과 협력해 서비스를 출시했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크레딧잡은 연봉 5000만원 이하인 중소기업의 정보를 가장 정확하게 제공해, 중소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지원자들에게 중요한 정보이다.
 

평균 급여 낮고 퇴사율 높은 기업 항의로 사이트 잠정 폐쇄

 
SNS를 통해 크레딧잡이 많은 관심을 받자 크레딧잡은 방문자 폭주로 서버 안정화를 위해 “서버 증설 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얼마 안 돼 국민연금 측의 요청으로 ‘서비스 잠정 중단’이 된 것으로 밝혀졌다.
 
크레딧잡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접속자 수가 급증하자 평균 급여가 낮고 퇴사율이 높은 일부 업체가 국민연금 측에 항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민연금 측은 “기업들의 민원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동안 서비스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조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곧 돌아오겠으니 염려말라”라는 글을 남겼다. 또한, 조 대표는 뉴스투데이와의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국민연금 측에서 잘 해결될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한다”며 “너무 걱정 안 해도 된다”고 전했다.


국민연금 사전에 정보제공의 합법성 확인…프라이버시 침해 조항에 해당 안 돼


서비스 잠정 중단 수순은 기업들의 정보 공개가 법에 저촉됐기 때문일까? 아니다. 크레딧잡은 국민연금공단 데이터 활용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장려상을 수상했고, 입상을 계기로 국민연금공단의 도움으로 전수 데이터를 내려 받아 만든 서비스이다.
 
이와관련해 조 대표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연금공단에서 ‘이 정보가 개인정보인지 아닌지’를 두고 6개월 간 법률검토를 거쳐 데이터를 공개했다”며 “1~2인은 개인정보로 취급될 소지가 있는데, 3인 이상일 경우 평균 내면 개인정보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일부 기업의 항의 등은 비공개 이유로 부족…정보공개법 위반 논리 성립


따라서 SNS 등에서는 국민연금이 도움을 준 취지는 높게 평가할 수 있지만 이제와서 정보제공을 일시 중단한다는 국민연금의 요청은 오히려 정보 공개 위반으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보공개법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모든 국민의 정보 공개 요청에 대해 프라이버시 침해 등의 특별한 예외를 제외하면 즉각적으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사전에 크레딧 잡에 제공하는 정보가 프라이버시 침해가 아님을 확인했다. 따라서 크레딧잡측에 특별한 이유를 제시하지 않고 정보 제공을 중단하면 위법행위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만약에 연봉이 적거나 퇴직자가 많은 기업들의 항의가 정보 제공 중단의 이유라면 정보공개법 위반이라는 논리가 성립한다.

정보공개법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국가안보 및 프라이버시 침해같은 지극히 예외적인 이유로만 비공개를 허용하기 때문이다.

취준생 신석현 씨는 “취준생 입장에서,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했는데도 최종면접에 가서야 연봉정보를 알 수 있다는 사실에 분개하고 불합리함을 느꼈다. 그 덕에 크레딧잡이 더욱 좋은 서비스였는데 아쉽다. 꼭 빨리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IT업계 종사자 김종근 씨는 “이 정보를 보고 각 기업의 대표나 운영진들이 보고 개선했으면 좋겠다. 좋은 직장 기준은 돈이 아닌 퇴사자 없이 안정적으로 오랫동안 성장을 하고 있느냐가 더 중요한 것 아닐까”라며 크레딧잡의 재오픈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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